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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⑧의회정치 언어로 들여다 본 일본 민주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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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부패가 함께 자란 일본 민주주의

한일수교 토론의 중의원 속기록, 의회는 과거사를 어떻게 지웠는가

195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 전후부터 시작된 한일회담 논의는 이미 제국의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난 중의원 속기록 곳곳에 기록되어 있었다. 1951년 요시다 시게루 내각 시절부터 196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국회 기록을 살펴보면, 패전국 일본이 구 식민지였던 한국과 맺어야 할 새로운 관계의 성격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의미 규정 경쟁을 벌였음이 드러난다.

집권 보수정치는 한일 교섭을 전후 처리의 잔여 과제이자 동아시아 반공 블록 형성이라는 냉전적 실리 차원의 외교 복원으로 규정하려 했다.

반면 사회당과 공산당 등 혁신계 야당은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명확한 사죄와 반성이 결여된 채 진행되는 회담은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규정하며, 한일 교섭이 미국의 동아시아 봉쇄 전략에 종속되는 군사적 종속성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의 언어로 맞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한일기본조약 사본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한일수교의 속기록, 의회는 과거사를 어떻게 지웠는가

1965년 가을, 도쿄 나가타초의 중의원은 1960년 안보투쟁 이래 최대의 정치적 격돌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토 에이사쿠 내각이 서명한 한일기본조약과 부속협정 비준안을 심의하기 위해 소집된 '일한조약 등 특별위원회'의 속기록은, 과거 식민지 지배의 성격과 배상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언어가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렸음을 명확한 기록으로 증명한다.

1965년 10월 22일 특별위원회에서 일본사회당의 가쓰마타 세이이치(勝間田清一) 의원은 단상에 올라 사토 총리와 시이나 에쓰사부로(椎名悦三郎) 외상을 정면으로 겨누며 조약의 정당성을 따져 물었다. 가쓰마타는 "과거 36년간에 걸친 일본의 조선 식민지 지배에 대해, 정부는 진정으로 불법적인 침략이었다는 반성을 기초로 이번 교섭에 임했는가"라고 추궁했다. 속기록에는 이 질문 직후 (장내 소란), (사회당 의석에서 "사죄하라!", "대답하라!")라는 지문이 기록되었다.

이에 맞선 정부의 공식 언어는 법적 책임을 철저히 차단하는 정교한 회피의 수사학이었다. 같은 날 시이나 외상은 단상에 서서 "불행한 역사적 관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 바 있으나, 1910년의 한일합병조약은 당시 국제정세 속에서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체결된 합법적인 조약이었다"라고 강변했다.

사회당 의원들이 격렬히 야유하자, 외무성 조약국장 등 정부 위원들은 청구권 자금 3억 달러의 법적 성격에 대해 "이것은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금이나 보상금이 결코 아니며, 한국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양국의 우호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순수한 경제협력 자금"이라고 거듭 못 박았다.

속기록 곳곳에는 야당 의석의 ("기만이다!", "진실을 은폐하지 마라!")라는 항의와, 여당 의석의 ("옳소!", "의사진행 방해를 중지하라!")라는 고함이 엇갈리며 회의장이 통제 불능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음이 생생히 적혀 있다.

시이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상 [사진=위키백과]

언어의 질적 측면에서 볼 때, 당시 의회에서 오간 토론은 합리적 사실 규명이나 법리적 검증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극단적인 탈정당화 공격으로 채워져 있었다. 자민당 측은 조약 비준을 '자유 진영의 안전 보장과 아시아 평화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현실주의적 필연성으로 포장하며, 조약에 반대하는 사회당을 향해 "북한과 중공의 입장을 대변하는 비현실적 이념 집단"이자 "국익을 가로막는 무책임한 방해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반면 사회당과 공산당 의원들은 정부의 협상을 "미국의 베트남 침략 전쟁과 동아시아 봉쇄에 종속된 굴욕 외교"이자 "군국주의 부활의 서막"으로 규정했다. 서로의 존재를 대화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의 언어는 사라지고, 적과 아군을 가르는 배제의 논리와 인신공격만이 속기록의 행간을 가득 채웠다.

이러한 언어의 단절과 파행은 1965년 11월 6일 일한특위, 그리고 11월 12일 새벽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일어난 날치기 강행 통과라는 의회 절차의 파괴로 귀결되었다. 11월 12일 새벽 본회의 속기록은 의회 민주주의의 규칙이 물리력 앞에 완전히 무너진 순간을 건조하지만 참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 진입로를 막아서고 몸싸움을 벌이자, 후나다 나카(船田中文) 의장은 의장석에 올라 의사봉 대신 진령(振鈴)을 격렬히 울려댔다. 속기록 원문에는 (의장, 진령을 울리다), (장내 극심한 소란, 의장석 주변에 다수의 의원이 쇄도하여 발언 청취 불능)이라는 지문이 적혀 있다.

소란 속에서 의장은 야당의 질의 종결 동의안을 기습 상정했고, 자민당 의원들이 일제히 기립하자 단 수 분 만에 조약 비준안 가결을 선포하고 산회를 선언했다. 토론과 숙의의 공간이어야 할 의회가 다수의 물리적 힘으로 소수를 제압하는 장소로 변질된 순간이었다.

일본 국내정치사에서 이 1965년의 한일조약 처리는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가 완성되는 결정적 분수령이었다. 자민당 정권은 이 비준을 통해 미국이 요구해 온 동아시아 안보 분담과 한·미·일 안보 연대를 공고히 하는 한편, 고도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일본의 자본과 잉여 생산설비를 한국 시장으로 팽창시킬 수 있는 경제적 활로를 뚫었다.

1964년 6.3 항쟁 당시 데모 풍경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준을 밀어붙인 보수정치는 식민지 청산이라는 무거운 역사적 질문을 '경제협력'이라는 비정치적 경제 논리로 우회해 버렸다. 과거사에 대한 도덕적·법적 책임 규명을 성장과 실리라는 효율성의 논리로 덮어버리는 전후 일본 보수정치의 언어적 관행이 이때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 사회가 오늘날까지도 집요하게 묻고 있는 한일수교의 진실 또한 바로 이 1965년 일본 중의원 속기록 속에 그대로 각인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일본사회당과 일본공산당 등 혁신계 야당이 의회 단상에서 쏟아낸 비판의 언어가, 놀랍게도 한국의 민주화 세력과 지식인 사회가 제기해 온 역사적 인식과 정확히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회당과 공산당 의원들은 단상에서 1910년의 한일합병이 제국주의 무력 침략에 의해 강요된 원천 무효의 불법 지배였음을 지적하고, 군국주의 지배에 대한 국가적 사죄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법적 배상이 전제되지 않은 수교는 역사적 사기극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국내적으로 식민 지배의 빚을 받아낸 배상금이라 설명했던 자금은, 일본 보수정부의 공식 답변 속에서 철저하게 독립축하와 경제협력을 위한 무상·유상 지원금으로 둔갑해 기록되었다.

결국 1965년 체제는 1910년의 조약이 이미 무효인가, 아니면 체결 당시에는 합법적으로 유효했는가라는 핵심적 역사 인식을 양국이 완전히 상반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모호한 어구로 덮어버린 채 봉합한 결과물이었다. 당시 일본의 진보 야당조차 침략의 불법성을 인정하라고 요구했음에도 자민당 정권은 이를 묵살했고, 한국의 박정희 정권 역시 경제개발 자금 확보라는 현실적 실리를 위해 식민 지배의 불법성 규명을 유예했다.

일본 의회 속기록에 남겨진 기록들은 과거사의 진실과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양국 집권 세력의 안보적·경제적 계산을 위해 모호성의 언어 뒤로 숨어버렸던 전후 일본 정치가 낳은 구조적 한계와 그 기만의 출발점을 낱낱이 증언하고 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핌 DB]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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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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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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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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