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세제·대출 규제가 주택 공급과 전월세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형평성 개선과 민간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주택 공급 역할 재정립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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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실거주 규제에 민간 임대 위축 우려
공시가격 형평성 문제도 제기
"부동산 정책 전환 주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한 세제·대출 규제가 오히려 주택 공급과 전월세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형평성을 바로잡고 민간 공급을 살리는 한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명확히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실과 서울시가 공동 개최한 '집값 잡겠다며 국민 잡는 부동산 대책'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 "공시가격 제각각"…보유세 강화 앞서 과세체계 손질 주문
발제를 맡은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세제와 대출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이후 공급 확대책과 수요 억제책이 동시에 반복되면서 규제가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대출을 강하게 제한한 상태에서 공급만 늘릴 경우 새로 공급되는 주택을 실제 중산층이 매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수요와 가격을 억누르는 방식보다 민간의 거래와 공급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대출이 없는데 공급을 늘리면 그 공급으로 이뤄진 주택이 과연 일반 중산층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며 "모든 것을 시장 중심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예컨대 강남구에서 거래된 A, B 아파트 모두 실거래가가 약 13억원 수준이지만 한 곳은 실거래가의 약 87%, 다른 곳은 약 50%가 공시가격에 반영됐다. 비슷한 가격에 팔린 집이지만 공시가격은 3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다.
공시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과거 저가주택의 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구조가 고가주택의 반영률이 높은 구조로 바뀌었으나, 주택 간 평가 격차 자체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누진적인 과세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세율에서 할 일"이라며 "공시가격은 주택의 시장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한 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산 공급 놓고 국토부·서울시 충돌…"역할 재정립 필요"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주택정책 충돌을 단순한 기관 간 갈등이 아니라 주택 공급계획의 권한과 역할을 둘러싼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가 단기적인 공급 목표를 앞세워 개별 입지와 공급 규모까지 정하기보다 지방정부가 수립한 장기 도시계획 안에서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계획 체계에서도 국토부가 국토종합계획과 주거종합계획 등 상위 계획을 세우고, 지방정부가 이에 맞춰 도시기본계획과 주거종합계획 등을 수립하도록 역할이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지역을 개발하고 보존할지 등 세부적인 공간계획은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지방정부는 매일 현장에서 민원을 접하고 그 지역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 역시 그동안 이런 계획을 지방정부가 수립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갈등을 사례로 들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당초 국토부와 서울시가 함께 공급계획을 마련했지만, 이후 공급 규모를 확대하면서 학교와 공원 등 기반시설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용산공원 역시 장기간 공원 조성을 전제로 주변 도시계획이 만들어져 단기 공급을 이유로 용도를 바꾸면 기존 계획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는 금융과 광역교통, 지방자치단체 간 조정 등 지방정부가 하기 어려운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공급 측면에선 서울보다 주요 고용 중심지와 접근성이 좋고 기반시설이 갖춰진 경기·인천 지역을 함께 개발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 전월세 줄면 매수수요 자극…"집값 아닌 주거비 봐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세제와 실거주 규제가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수요를 억제하면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보유한 1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 역시 실제 투기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소장은 "수요를 억제하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민간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적인 지원과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하고 지역 간 주택가격 양극화와 민간 임대주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주택자의 주택을 매매시장에 내놓게 하더라도 이를 구매할 경제력을 갖춘 무주택자에게만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기존 임대주택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주택은 사회적 안전망으로 필요하지만 기존 임대시장을 전부 공공으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공공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대한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개 현장에서는 이미 전월세 매물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용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시남부회장은 실거주 요건 강화와 세제 변화로 기존 임대인이 직접 입주할 경우 임대주택의 절대적인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임차인은 그대로인데 임대주택이 줄어들면 결국 전세와 월세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기보다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생기면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매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세제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청년층 신뢰
세제 분야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문제가 제기됐다. 김성범 세무법인 메가넷 대표세무사는 잦은 부동산 세제 변경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세무사는 "과거 미분양주택이나 장기임대주택 등에 정부가 정책 목적을 위해 부여했던 세제 혜택을 사후에 축소하면, 향후 같은 방식의 정책을 내놓더라도 국민이 믿고 참여하기 어렵다"며 "규제를 하나 만들면 새로운 거래 방식이 나타나고 다시 그 틈을 막기 위해 규제를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중심이 아니라 인센티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청년층의 시각에서는 집값보다 전월세 부담이 더 직접적인 정책 변수로 꼽혔다. 김강산 이화감정평가법인 대표는 청년층의 경우 주택 매매가격보다 전월세 부담이 정책 체감도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청년가구 자가점유율은 12.2%에 그쳤다. 반면 임차가구 비중은 82.6%에 달한다. 김 대표는 "청년에게 부동산 정책은 집값 정책이기 이전에 전월세 정책"이라며 "집값을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주거비를 낮추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유세의 임대료 전가 효과와 전세보증 규제에 따른 공급 감소, 민간 주택공급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