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대법원은 2일 명문대 마약동아리 회원·의사 공소기각을 확정했다
- 검찰이 경찰 송치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자수서로 별도 수사해 위법했다
- 법원은 동종 범죄라도 관련성 좁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송치사건과 무관"…법원, 수사 자체 위법 판단
"관련성도 새 형소법도 모호"…검사의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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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같은 동아리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접 관련성을 인정하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른바 '명문대 마약동아리' 깐부 회원과 의사의 마약 사건을 공소기각한 법원의 판단이다. 두 사람의 마약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 아니다. 경찰이 넘기지 않은 범죄를 검사가 별개의 자수서를 단서로 직접 수사한 뒤 기소한 과정 자체가 위법했다는 이유였다.
2일 뉴스핌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동아리 회원 20대 배모 씨와 30대 의사 이모 씨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검찰청법에서 정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 자수서엔 "홍천서 필로폰·광명서 LSD"…거기서 시작된 수사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동아리 회원 배씨에게 향한 계기는 또 다른 동아리원의 '자수'였다.
당초 경찰은 2023년 12월과 이듬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동아리 회장 등 D·E·G·F·H씨의 향정신성의약품인 엘에스디(LSD)와 엠디엠에이(MDMA·일명 '엑스터시') 판매·구매·투약 관련 범행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송치서에는 배씨와 이씨의 범행이나 두 사람과 공범 관계에 있는 범죄가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특정되지 않았다.
수사의 흐름이 바뀐 것은 2024년 5월 24일이었다. 또 다른 공범 C씨가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면서다.
C씨는 자수서에 2023년 2월 강원 홍천군의 한 장소에서 배씨 등과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가루'를 투약했고, 같은 해 12월 경기 광명시의 한 장소에서 배씨와 'LSD 1장씩'을 투약했다고 적었다. 이어 검찰 조사에서는 배씨가 "의사인 30대 남성과 같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것을 배씨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 자수서를 토대로 배씨의 범행을 새로 인지했다. 2024년 6월 배씨를 불러 조사하면서는 의사 이씨의 직장 내 개인소개 페이지를 직접 제시하며 두 사람의 마약 투약 여부를 물었다. 배씨는 당시 함께 마약을 투약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은 두 달 뒤 이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배씨와의 마약 투약 혐의를 범죄사실로 삼아 이씨의 주거지와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발부받아 집행했다.
판결문에는 이씨 주거지 냉장고에 MDMA가 보관돼 있었던 사정도 나온다. 이씨 측은 "배씨가 냉장고에 MDMA를 넣어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소지 고의를 부인했지만, 1심은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배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 "자수라는 별개 단서"…같은 마약 사건이어도 안 된다는 법원

하지만 항소심은 범죄의 실체가 아닌 '검사가 애초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 권한이 있었느냐'부터 따졌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제한하면서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새 범죄를 발견한 경우에도 기존 송치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
재판부는 배씨와 이씨의 범행이 경찰이 송치한 D씨 등의 범행과 "수사의 대상이 동일하지도 않고" 공범 관계에도 있지 않다고 봤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이름은 C씨가 자수하기 전 경찰·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배씨·이씨에 대한 수사는 '자수서'라는 별개의 수사단서에 기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범죄가 '제1송치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개시된 것이 아니라, C의 자수라는 별개의 수사단서에 기초해 개시된 것'이라며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범죄와 송치된 사건들의 각 범죄 사이에는 그 수사의 과정과 경위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구체적, 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D씨의 마약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일련의 범행이고, 기존 사건에서 압수한 D씨의 휴대전화 등 일부 증거물도 공통된다는 취지로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을 그었다. "수집한 증거들 중 일부가 공통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동종·유사 범죄라는 사정만으로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 수사는 당초 사건에서 시작해 동아리 회원 4명과 관련자 3명 등 총 9명으로 확대됐다. 재판부는 송치된 D씨의 범죄가 아니라 검사가 추가로 인지한 D씨의 다른 범죄를 징검다리 삼아 그 공범들까지 계속 직접 수사하는 것은 '중간행위나 다른 원인'이 매개된 것으로, 경찰 송치 사건과의 직접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소심은 검사의 수사 개시 자체가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을 위반했고, 해당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그대로 기소한 것 역시 같은 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1심을 파기하고 공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 "법원, 관련성 좁게 해석"…담당 검사, 형소법 개정까지 우려

이번 판결은 두 사람의 마약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위법한 수사와 그에 이은 공소제기 때문에 실체 판단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판결문은 공소기각이 확정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적법한 수사기관이 다시 수사한 뒤 적법한 공소제기권자가 재기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이영훈 당시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판결 결과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전 검사는 "유죄도 아니고 무죄도 아닌 그 사이의 진공상태"라며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됐다는 형식적 논리로 유무죄 판단 없이 재판이 끝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검사는 '직접 관련성' 요건 자체가 법에 명확한 근거 없이 해석에 맡겨져 있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내가 검사였을 때만 해도 특정 범죄를 제외하면 경찰이 수사하던 사건과 관련성 있는 사건은 검사도 수사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며 "그런데 문제는 이 관련성에 대해 아무런 근거 규정이 법에 없었다. 해석하기 나름인 것이고, 법원은 이 관련성 요건을 좁게 해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 전 검사는 오는 10월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을 두고도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은 형소법 327조에 규정된 기존 공소기각 사유에 ▲(2호)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된 때 ▲(3호)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때를 추가했다. 대검찰청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불명확해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공소기각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조항은 그대로 개정안에 반영됐다.
이 전 검사는 이와 관련해 "올해 10월부터 시행되는 형소법에도 '관련성' 못지않은 '현저한', '중대한'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이 나오는데, 뭐가 현저하고 뭐가 중대한지 판단할 근거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제는 법원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고, 유무죄 판단에 이르지 못하는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 법만큼은 똑바로 만들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사건 주범인 동아리 회장 D씨는 별도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동아리 회원 중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 재학생,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도 포함됐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