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창동 감독이 25일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을 소개했다
- 작품은 해고 노동자 부부와 또 다른 부부의 욕망을 그렸다
-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출연해 9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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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극장 개봉·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전도연과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까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함께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을 통해서다.

25일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해 작품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캐릭터, 촬영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등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겨진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감독은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을 제목 그대로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지 성격과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가장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에 가깝다"며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 사랑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창동 감독이 이러한 질문을 영화로 꺼내기까지는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가능한 사랑'의 출발점이 된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는 당초 10여 년 전 다른 형태의 영화로 준비됐지만 끝내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에도 전도연과 설경구가 주연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해고 노동자의 삶을 굳이 극영화로 만들어야 할 이유에 대해 스스로 확신하지 못했고 결국 프로젝트를 접었다.
그는 "영화를 하기 전에 항상 '내가 이 영화를 꼭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한다"며 "저 자신이나 관객에게도 이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끝까지 추진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후 여러 형태로 이야기를 발전시키려 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단편영화로 일부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오랫동안 묻어뒀던 이야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두 부부의 삶을 겹쳐보자는 제안이 더해지면서부터였다. 하나의 해고 노동자 가족만을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서로 다른 환경에 놓인 또 다른 부부의 이야기가 결합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 감독은 "두 부부의 이야기를 겹쳐서 하면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도 다른 결이 생기고 좀 더 풍부해질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그러면서 이 영화가 다시 되살아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10여 년 전부터 작품의 출발을 함께했던 만큼 전도연과 설경구의 캐스팅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이 감독은 두 사람에 대해 "캐스팅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너무 당연한 배우들이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배우와 감독으로 관계를 이어온 만큼 이번 현장에서는 과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20여 년 전 함께 작업했을 때는 배우와 감독으로서 긴장감이 있었다"며 "오랜 세월이 지나 인간적으로도 가까워지다 보니 이번 촬영에서는 우리 사이의 공기가 그때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전도연 역시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이창동 감독을 꼽았다. 그는 이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은 뒤 작품이 다시 무산될까 걱정해 시나리오를 빨리 달라고 독촉했다고 털어놨다.
전도연은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이창동 감독님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에는 여운이 너무 강렬했다. '역시 이창동 감독님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예정된 일정 때문에 출연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정을 조정해 작품에 합류했다.
그는 "저도 똑같다. 이유는 이창동 감독님"이라며 작품 자체보다 감독과 다시 작업한다는 사실에 먼저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특히 설경구에게 이번 현장은 오랜 경력 뒤 다시 '초심'을 떠올리게 한 시간이었다. '박하사탕', '오아시스'에 이어 이 감독의 장편 영화에 세 번째로 출연한 그는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과거 작업 때와 비슷한 긴장감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설경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력은 쌓였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부부로 만난다. 오랜 시간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만큼 전도연은 이미 쌓인 신뢰가 이번 작품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오랜 시간 함께했고 오래 봐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다"며 "조금 더 진짜 부부 같은 케미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웃었다.
전도연과 설경구가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한 부부를 완성했다면 또 다른 부부를 맡은 조인성과 조여정은 이번 작품으로 이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조인성은 연이은 작품 촬영으로 휴식을 고민하던 중 '가능한 사랑'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설경구라는 이름에 마음을 바꿨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제안을 주셔서 '이것까지 하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좋아하고 존경하는 두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었고 여정 씨까지 합류한다고 해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여정 역시 이 감독과의 작업을 기다려왔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은 뒤 진한 여운 때문에 바로 답을 전하지 못하고 며칠간 작품을 곱씹었다고 밝혔다.
조여정은 "당연히 너무 하고 싶었다"며 "감독님 작품에서 두 선배님, 인성 씨와 또 언제 함께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정말 복된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바라본 두 배우의 매력도 분명했다. 그는 조인성에 대해 힘과 매력을 지니고 모든 것에 능하지만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조여정에게는 배우로서의 자의식과 감수성, 공감 능력을 동시에 봤다. 촬영 현장에서는 두 사람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네 배우가 각기 다른 두 부부의 삶을 그리는 가운데 영화의 밑바탕에는 '노동'이라는 또 하나의 화두가 자리한다. 극 중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가 과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대규모 구조조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 감독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한정해 보는 데 선을 그었다.
그는 "어떤 특정 기업의 사건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국에서 대기업의 집단 해고는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가 바뀔 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해고라는 하나의 사건보다 그 이후 개인의 삶과 정체성에 찾아오는 변화다.
이 감독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정체성을 갖는데 그것까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 자체가 소멸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처음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당시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삶을 둘러싼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그가 다시 꺼내든 답 역시 영화의 제목인 '사랑'이었다.
이 감독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힘이 점점 강해질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했다"며 "그럴수록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있다"며 "우리의 삶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나가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8년 만의 장편 신작을 넷플릭스와 함께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렸다. 특히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의 신작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공개된다는 점에서 극장과 스트리밍 산업의 변화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와 작업하게 된 시기가 한국 영화산업이 크게 위축됐던 때였다고 설명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산업의 구조는 이미 바뀌어가고 있고 그 변화의 추세를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극장용 영화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영화가 관객과 얼마나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넷플릭스도 처음부터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극장 개봉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켜줬다"고 덧붙였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64회 뉴욕영화제에 초청됐다. 이 감독은 작품을 처음 선보일 해외 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영화는 오는 9월 23일 국내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