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조민제 변호사가 13일 진관사서 무궁화를 가꾸며 나눴다.
- 그는 무궁화를 법보다 생활 속 꽃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 국가상징 법제화엔 반대하며 다양하게 키워야 한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상징으로 떠받들 경우 국민과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 표명
무궁화 다양성 증대 통해 국민과의 가까운 관계 형성 필요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무궁화는 국가가 법으로 지정한다고 사랑받는 꽃이 아닙니다. 마당에 심고 매일 들여다봐야 사랑받는 꽃입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은평구 진관사 무궁화정원에서 만난 조민제(58) 변호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무궁화 사랑봉사단과 무궁화관리지도사 수강생들을 초대해 꽃을 함께 감상하고 묘목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절 마당 곳곳에 핀 무궁화 앞에서 그의 설명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무궁화 변호사'라는 별명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조 변호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사법연수원 29기를 수료했다. 본업은 금융과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다. 그런데 취미로 야생 식물을 탐사하고 옛 문헌 속 식물 이름을 연구하다 '조선식물향명집'의 주해서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까지 펴냈다. 법률과는 거리가 먼 이력이 그의 이름 앞에 나란히 붙는다.

이 연구가 그를 무궁화의 유래로도 이끌었다. 무궁화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인 1213년 이규보의 한시에 처음 등장한다. 조선시대 의서 '향약집성방'(1433년)과 한자학습서 '훈몽자회'(1527년), '동의보감'(1613년)에도 한글 '무궁화' 표기가 이어진다.
무궁화를 일본에서 건너온 꽃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조 변호사는 "우리 옛 문헌에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무궁화라는 이름과 기록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꽃이 아니라 건강이었다. 그는 "IMF 무렵 과로로 쓰러진 뒤 건강을 챙기려 산에 다니다 꽃에 빠졌다"고 돌아봤다. 여러 들꽃을 살피던 그의 눈에 유독 오래 머문 꽃이 무궁화였다. 그는 "작정하고 키워서 핀 꽃을 봤더니 너무 아름다웠다"며 "그 아름다움에 반해 아파트 여기저기 심기 시작한 게 전부"라고 했다.
2020년부터 그는 경기 분당구 상록우성아파트 단지에 사비를 들여 무궁화를 심고 가꿨다. 지금 그 단지에서 자라는 무궁화만 1700여 그루다.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진딧물이 꾄다는 주민 원성에 퇴근 후 보이는 족족 진딧물을 손으로 잡아야 했다. 그는 "우리 아파트 주민들 중에는 무궁화에 진딧물이 없는 줄 아는 분도 있다"며 "제가 밤마다 다 잡아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웃었다.
그렇게 가꾼 무궁화를 그는 화분에 옮겨 심어 이웃과 나눈다. 손수레를 밀고 묘목을 나르는 그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걸려 있다. 진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무궁화 사랑봉사단, 무궁화관리지도사 수강생들과 함께 묘목을 나누며 무궁화 한 그루가 누군가의 마당에 뿌리내릴 순간을 반겼다.

그는 자신의 무궁화 사랑을 애국심이 아니라 꽃 사랑으로 설명한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 합니다. 몰랐으니 시작했죠. 누가 저더러 애국자라고 하는데, 저는 꽃이 예뻐서 시작한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여름에 피어나 100일 동안 피어 있는 꽃이 흔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조 변호사가 정작 힘줘 말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국회에서 논의돼 온 국가상징 법제화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 논의에 반대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무궁화를 엠블럼처럼 각종 훈장이나 국가행사에 상징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꽃 자체를 법으로 지나치게 격상시키는 것은 오히려 국민과 무궁화 사이의 거리를 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궁화가 국가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쓰이는 것은 좋지만, 법과 제도로 떠받들기 시작하면 어렵고 근엄한 상징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무궁화가 국민의 마당과 화단에서 누구나 손으로 가꾸고 가까이할 수 있는 생활 속 꽃으로 남는 것이라는 취지다.
그가 그리는 무궁화의 자리는 소박하다. 아파트 단지, 학교 화단, 골목길에서 자주 마주치고 국민 각자가 직접 키우고 아끼는 꽃. 그는 "생활 속에서 느끼고 아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여기에 그는 한 가지 바람을 더한다. 종자를 다양하게 개량해 색과 모양이 저마다 다른 무궁화를 늘리는 일이다. 보고 즐기는 꽃이 많아질수록 무궁화는 국민 곁에 더 가까이 머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진관사 무궁화정원을 나서는 길, 조 변호사는 다시 한번 진딧물을 살폈다.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와 함께 자주 불리는 이 꽃을, 그는 여전히 손끝으로 돌본다. 그의 바람대로라면 무궁화는 기념일에만 호명되는 상징이 아니라, 여름 내내 마당에서 피고 지는 우리 곁의 꽃으로 남을 것이다.
wind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