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LG 임찬규가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역전승을 이끌며 리그 첫 10승을 올렸다.
- 1회 3실점 후 직구 비율을 줄이고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늘려 타이밍을 흔들며 3~5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 임찬규는 강속구 대신 다양한 구종과 경기 운영으로 4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꾸준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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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뉴스핌] 남정훈 기자 = 시속 160㎞를 넘나드는 강속구 투수들이 주목받는 시대다. 그런데 2026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투수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1㎞에 불과하다. LG의 임찬규는 빠른 공이 없어도 타자의 타이밍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임찬규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키움과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LG가 5-3으로 역전승하면서 시즌 10승째를 거둔 임찬규는 리그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여기에 2023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도 달성했다. 올 시즌 성적은 10승 4패, 평균자책점 4.53이다.

기록만 보면 무난한 피칭이었지만 과정은 극적이었다. 최근 임찬규의 흐름을 고려하면 1회부터 무너질 가능성도 충분히 보였다.
임찬규는 7월 들어 평균자책점 9.50으로 부진했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18일 KT전에서 4이닝 9피안타 5실점, 24일 한화에서는 4이닝 6피안타 7실점으로 연달아 패전투수가 됐다. 전반기 17경기에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하며 국내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모습과는 달랐다.
키움전 출발도 불안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제구가 들쭉날쭉했고,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던진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1회 안치홍에게 허용한 적시 2루타는 시속 142㎞ 직구였고, 김건희에게 맞은 2타점 2루타 역시 시속 140㎞ 직구였다. 임찬규는 1회에만 안타 3개와 볼넷 하나를 허용하며 3점을 내줬다.
평균 시속 140.9㎞인 임찬규의 직구는 제구와 변화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자를 압도하기 어렵다. 실제로 1회 키움 타자들은 직구가 들어오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강하게 받아쳤다. 2회에도 선두 타자 권혁빈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면서 다시 흔들렸다. 최근 두 경기의 부진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그러나 베테랑은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답을 찾았다. 임찬규는 직구로 밀어붙이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뒤 투구 패턴을 완전히 바꿨다. 직구 대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여 키움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기 시작했다.
평소 약 30.5%에 달하던 직구 비율은 이날 18.5%까지 낮아졌다. 반대로 시즌 평균 10.2% 수준이던 슬라이더 비율은 20.7%까지 높였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비율을 거의 비슷하게 맞추고 여기에 낙차 큰 커브와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섞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임찬규는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1회에는 직구 타이밍에 배트를 내던 키움 타자들이 변화구 위주의 배합이 시작되자 좀처럼 중심에 공을 맞히지 못했다. 빠른 공 없이도 구종과 속도, 궤적의 차이를 이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린 것이다.
6회에는 다시 시험대가 찾아왔다. 2사 1, 3루 위기에서 권혁빈을 상대했지만 임찬규는 피하지 않았다. 2볼로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연달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었다. 결국 권혁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6이닝을 책임졌다. 임찬규는 경기 후 "2회까지는 안 맞기 위해 공을 던졌지만 3회부터는 모든 공을 타자들이 칠 수 있도록 던졌다"라며 승부 방식의 변화를 설명했다.

임찬규가 평균 시속 140㎞ 안팎의 직구로 꾸준히 살아남는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빠른 공을 던지는 대신 서로 다른 속도와 움직임을 가진 구종을 같은 투구 동작에서 구사한다. 직구와 120㎞대 체인지업, 100㎞ 안팎까지 떨어지는 커브의 속도 차가 크기 때문에 타자는 배트를 내는 시점을 쉽게 정하기 어렵다.
그의 야구 인생 역시 강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린 뒤 달라졌다. 임찬규는 과거 시속 150㎞에 가까운 공을 던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속이 떨어졌고, 힘으로 타자를 누르려다 자주 흔들렸다. 이후 직구 구속을 끌어올리는 대신 변화구 완성도와 제구,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2023시즌에는 체인지업 비율을 전년 24.4%에서 32.6%까지 늘렸고, 커브 비율도 18.6%에서 23.3%로 높였다. 강속구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임찬규는 그해 30경기에서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하며 국내 투수 최다승을 거뒀다. LG의 통합 우승에도 힘을 보탰고, 시즌 뒤 구단과 4년 총액 50억원의 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반짝 활약도 아니었다. 2024년에는 25경기에서 134이닝을 던지며 10승 6패 평균자책점 3.83, 2025년에는 10승과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연속 10승이다. 단순히 강한 팀에서 많은 승리 지원을 받은 결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꾸준함이다.

임찬규는 매년 변화도 멈추지 않았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처음 도입된 2024년에는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걸치는 높은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후 ABS 존이 조정되자 커브의 높이와 궤적을 다시 손봤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헛스윙률이 떨어진 체인지업의 그립과 움직임까지 수정했다. 빠른 공이 없는 만큼 타자와 환경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30일 키움전은 임찬규가 왜 오랫동안 선발로 살아남았는지를 압축해 보여준 경기였다. 자신의 직구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곧바로 슬라이더 비율을 높여 새로운 해법을 만들었다. 계획한 볼 배합을 고집하지 않고 당일 구위와 타자의 반응에 따라 경기를 다시 설계했다.
임찬규는 10승의 기쁨보다 최근 부진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꺼냈다. 수훈 선수 인터뷰를 위해 단상에 올라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내가 좀 더 버텼더라면 팀이 이렇게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 죄책감이 컸다"라며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피하는 투구를 하다 오히려 무너졌다"라고 털어놨다.

임찬규에게 4년 연속 10승은 화려한 개인 기록이면서도 꾸준함의 증명이다. 그는 "4년 동안 5이닝 이상을 꾸준히 던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다"면서도 "10승보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투구가 더 중요했다"라고 강조했다.
시속 141㎞의 직구는 리그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임찬규에게 직구는 타자를 잡기 위한 유일한 무기가 아니라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체인지업과 커브로 타자의 시선을 흔들고, 슬라이더로 예상하지 못한 궤적을 만든 뒤 직구를 섞는다. 때로는 직구가 맞기 시작하면 과감히 비율을 줄이는 결단도 내린다.
빠른 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공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다. 1회 3실점 이후 투구 패턴을 바꿔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승을 완성한 임찬규는 그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