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후지노 토모야키 감독이 29일 서울에서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와 가족 이야기를 밝혔다
- 발달장애·조현병 가족사를 기록하며 부모 비난이 아닌 선택의 과정과 책임을 이해하려 했다고 했다
- 조현병은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할 문제라며 편견을 깨고 돌봄 부담 분담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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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조현병이라는 질환뿐 아니라 그로 인해 달라진 한 가족의 삶까지 담아낸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후지노 토모야키 감독을 만났다.
29일 서울 동작구 앳나인필름에서 만난 후지노 감독은 영화 개봉이 결정된 뒤 매일 밤 놀라 잠에서 깨고 긴장감에 혀를 깨물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영화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후지노 감독은 몇 년 전 일본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을 접하며 "우리 가족과 비슷한 일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영화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적인 가족사를 공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후지노 감독은 "누나가 살아 있을 때는 영상을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누나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동안 영상을 묵혀뒀다"고 말했다. 이후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미완성본을 공개하며 처음으로 타인의 의견을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 참석자로부터 "부모를 비난하기 위해 만든 영화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후지노 감독은 "부모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후 아버지와의 인터뷰 역시 책임을 추궁하기보다 당시의 선택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각은 편집 과정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후지노 감독 부모가 왜 누나의 정신과 진료를 거부했는지, 누나를 집 안에 머물게 한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버지가 약을 사용했던 문제를 중심으로 영화를 구성했다. 다만 세 번째 내용은 이를 뒷받침할 영상 자료가 없어 제외했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축에 집중했다. 조현병 증상이 드러나는 장면 역시 꼭 필요한 부분만 담으며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조현병 환자'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원하지 않았다. 후지노 감독은 발병 이전의 누나를 "상상력이 풍부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누나는 그림을 잘 그렸고, 그림책의 뒷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줄 만큼 상상력이 풍부했다"며 "윤리의식이 강했고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의대 진학 역시 부모의 강요 때문은 아니었다"며 "부모를 동경한 영향은 있었지만 강압적으로 의사가 되라고 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신과 전문의는 아니지만 발병 이후에도 누나의 유머 감각과 본래 성격은 남아 있었다"며 "질병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치료 이후 누나의 상태는 분명 호전됐지만 발병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후지노 감독은 "발병 이전 상태를 0,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10이라고 한다면 치료 후에는 -8 정도까지 회복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자 대화가 가능할 만큼 변화가 나타났다"며 "누나의 호전된 모습을 본 것이 영화를 만들게 된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후지노 감독은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는 자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형제자매에게 모든 책임을 넘길 수도 없다"며 "일본 역시 가족의 책임을 크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방문 진료 등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려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현병은 아직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질환인 만큼 발병 자체를 부모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발병 이후 어떻게 대응하고 돌볼 것인지는 가족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후지노 감독은 "일본에서는 여전히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며 "한국의 상황은 정확히 모르지만 일본과 비슷한 현실이 있다면 이 영화가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통해 부모와 가족이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며 "다른 가족들이 나와 같은 미안함과 후회를 겪지 않도록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