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27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의 성과평가 체계 미흡을 지적받았다
- 국회예산정책처는 스마트APC·온라인도매시장·농협 유통 등 전 단계에서 유통비용 절감 효과를 따지는 성과관리 강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 예정처는 시설 투자보다 생산자 조직화·계약재배·농협 유통 기능 재정립으로 산지부터 소매까지 통합 관리해 농가소득·물가안정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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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비용 49%대…온라인시장·APC·농협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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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매년 6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산지유통센터(APC) 확충과 온라인도매시장 개설 등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 사업이 유통비용 절감과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평가하는 체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으로는 시설 투자 확대에 머무르기보다 생산자 조직화와 계약재배를 강화하고, 농협의 유통 기능을 재정립하는 등 농산물 유통체계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 농산물 유통체계를 산지·도매·소매 단계로 나눠 분석하고 이 같은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예정처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통해 매년 약 6000억원이 유통구조 개선사업에 투입되는 만큼, 예산 집행 규모뿐 아니라 사업의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 유통비용률 10년째 상승세…"성과 입증할 평가체계 부족"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재원으로 산지·도매·소매 단계별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산지에서는 산지유통종합자금과 산지유통활성화사업을 통해 APC 구축과 생산자조직 육성을 지원하고, 도매 단계에서는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와 공영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 소비지에서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사업 등을 통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물류 효율을 높여 농가 수취가격은 높이고 소비자 부담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3년간 관련 예산은 매년 60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예산 구조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산지 부문은 전체 예산의 약 60%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나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도매시장과 도매유통 활성화 등 도매 부문 예산은 확대되는 추세다. 예정처는 이처럼 매년 상당한 재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유통비 절감과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예정처는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체계가 가격 형성과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유통단계가 복잡하고 거래비용이 높으며 유통주체 간 경쟁이 부족한 구조적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장보기와 새벽배송·산지직송 등 새로운 유통채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유통 효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은 2014년 44.8%에서 2024년 49.2%로 10년 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5년간에도 ▲2020년 47.5% ▲2021년 48.8% ▲2022년 49.7% ▲2023년 49.2% ▲2024년 49.2%로 5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유통비용률은 소비자가 지불한 농산물 가격 가운데 선별·포장·운송·보관·도매·소매 판매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생산자가 가져가는 몫은 줄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단계별로 보면 출하 단계 비용률은 같은 기간 10.0%에서 9.4%로 소폭 낮아진 반면 도매 단계는 11.6%에서 14.2%로, 소매 단계는 23.2%에서 25.6%로 각각 상승했다. 특히 도매와 소매 단계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농업인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부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유통비용률(49.7%)은 일본(51.5%)보다 1.8%포인트(p) 낮아 전체 수준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은 소매 단계 비용 비중이 26.6%로 일본(19.9%)보다 크게 높아 국내 농산물 유통비용이 최종 판매 단계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였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는 2030년까지 농산물 도매유통의 절반 이상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스마트 APC를 300개소까지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예정처는 이 같은 정책들이 실제 유통비 절감과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성과관리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예정처는 "유통단계의 복잡성과 거래방식의 경직성, 가격정보 비대칭 등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6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매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에 투입하고 있는 만큼 해당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사업 성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스마트 APC, 목표치 300개소 중 60개…"계획·실적 괴리 커"
보고서는 산지 단계에서 스마트 APC 확대 사업의 추진 속도와 운영 성과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APC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설비를 활용해 농산물의 선별·포장·저장 과정을 효율화하는 시설으로, 작업 시간을 줄이고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해 물류비를 절감하는 것이 도입 목적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300개소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기준 실제 스마트 APC는 60개로 목표치의 20%에 그쳤다. 전체 APC 558개소 중 498개(86.3%)도 여전히 스마트화 초기 단계(Level1 이하)에 머무르고 있어 계획과 실제 이행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평가다.
예정처는 스마트 APC 역시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운영 효율성과 활용 실적, 유통비 절감 효과를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계약재배 참여를 확대하고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통출하 비중을 높여 생산자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스마트 APC는 단순히 보급 수를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활용 역량과 데이터 연계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생산자의 계약재배 참여를 확대해 산지 단계의 수급조절 기능을 강화하고,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통 출하 비중을 높여 궁극적으로 산지의 교섭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도매 단계에서는 온라인도매시장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제시됐다. 온라인도매시장은 기존 공영도매시장 중심의 대면 거래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거래비용을 줄이고 유통단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예정처는 거래 규모 확대 자체보다 가격 안정과 유통비 절감 등 정책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영도매시장 평가는 매년 실시되고 있지만, 평가 결과가 다음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환류체계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저조한 평가 항목에 대한 원인 분석과 개선계획 수립, 이행 실적 점검이 연계돼야 평가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매 단계에서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의 등락 비대칭성을 개선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됐다. 예컨대 산지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산지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격은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이런 가격 전달 구조가 소비자의 체감 물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예정처는 "가격 등락의 비대칭성은 소비자 체감물가를 높이고, 산지가격 하락이 소비자 후생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소비자가 쉽게 비교·활용할 수 있는 가격정보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농협 유통, 산지 56%·도매 34%…"역할·기능 재정립해야"
보고서는 농산물 유통체계 전반에서 농협이 수행하는 경제사업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농협은 생산자 조직화와 계통출하, APC 운영, 공판장 운영, 하나로마트 판매까지 농산물 유통 전 과정에 참여하는 국내 최대 유통 주체다. 유통단계별 참여 비중은 ▲산지유통 56%(12조원) ▲도매 34%(7조2000억원) ▲소매 15%(3조3000억원) 순으로 소매 단계로 갈수록 낮아진다.
예정처는 농협이 농업인의 협동조합이라는 특수성은 인정하면서도, 이처럼 유통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단순히 거래 규모를 확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유통 효율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성과평가에서도 목표 미달 항목에 대한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유통 효율화와 운영체계 개선으로 연결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관해 예정처는 "농협은 산지유통과 도매, 소매로 갈수록 참여 비중이 감소하고 있어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유통과정을 포괄하는 통합적 체계 구축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본질적으로 농업인의 협동조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소매유통 기능은 농업인 지원과 공익적 기능을 중심으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예정처는 '얼마를 투자했느냐'보다 '얼마나 유통비를 줄였느냐'를 평가해야 한다는 정책 시사점을 남겼다. 산지유통센터와 온라인도매시장, 농협 경제사업 등 개별 사업을 각각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부터 소비까지 하나의 유통체계로 연결해 성과를 관리해야만 농가 소득 증대와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정처는 "농산물은 비효율적 유통구조로 인해 유통비용률이 40~50%로 높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구조 개선사업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사업 성과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유통비용 절감과 실제 물가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줄 요약
농산물 유통개혁의 핵심 과제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유통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관리해 유통비를 낮추고 농가 소득과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성과를 입증하는 데 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