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스페인이 20일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16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 스페인은 8경기 1실점의 촘촘한 압박 수비와 로드리가 이끄는 중원 장악으로 점유율 축구를 진화시켜 우승 공식을 재현했다.
- 유소년 대표팀부터 팀을 다져온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유로·네이션스리그·월드컵을 잇달아 제패하며 65세 최고령 월드컵 우승 사령탑이 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무적함대' 스페인이 16년 만에 다시 세계 정상에 섰다. 화려한 공격수 한 명이 대회를 지배한 것도, 매 경기 골 잔치를 벌인 것도 아니었다. 공을 빼앗기지 않는 중원과 상대에게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수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일궜던 공식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꺾었다. 후반까지 이어진 팽팽한 균형은 연장 전반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로 깨졌다.

스페인은 결승전에서 6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고, 아르헨티나를 정규시간 동안 유효슈팅 없이 묶었다. 확실한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상대가 공격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부터 지워버리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 스페인은 8경기에서 단 1골만을 허용했다. 토너먼트에서는 32강 오스트리아를 3-0, 16강 포르투갈을 1-0, 8강 벨기에를 2-1로 꺾은 뒤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2-0으로 제압했다. 결승에서도 아르헨티나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화려한 공격 축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우승의 가장 단단한 기반은 사실상 뚫리지 않았던 수비였다. 이는 16년 전 남아공에서 처음 세계 정상에 올랐던 스페인의 모습과 닮았다.
◆카프데빌라-푸욜-피케-라모스, 그리고 16년 뒤의 철벽
2010년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이끌었던 스페인은 호안 카프데빌라, 카를레스 푸욜, 제라르 피케, 세르히오 라모스로 이어지는 포백을 앞세워 7경기에서 단 2골만 내줬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 0-1로 패했고 칠레전에서도 한 골을 허용했지만, 포르투갈과 파라과이, 독일, 네덜란드를 만난 토너먼트 네 경기를 모두 1-0으로 끝냈다.
화려한 패스 축구에 가려졌을 뿐, 2010년 스페인의 진짜 힘은 상대에게 좀처럼 결정적인 기회를 주지 않는 안정감이었다. 푸욜과 피케가 중앙을 지켰고, 라모스와 카프데빌라는 측면 수비뿐 아니라 빌드업과 공격 전개에도 관여했다. 그 앞에서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사비 알론소가 수비진을 보호했다.

2026년 스페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르크 쿠쿠레야와 에므리크 라포르트, 파우 쿠바르시, 페드로 포로가 구성한 수비진은 넓은 공간을 지켜야 하는 공격적인 전술 속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최종 수비선 뒤에는 우나이 시몬이 버텼다.
다만 수비 방식은 2010년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스페인은 수비라인을 페널티박스 가까이 내린 뒤 상대 공격을 받아내지 않았다. 공을 잃은 순간 전방과 중원에서 즉각 압박해 상대의 역습 출발점부터 차단했다.
이번 스페인 수비의 핵심은 수비수 개인의 태클이나 몸을 던지는 육탄 방어가 아니었다. 공이 있는 지역 주변에 수적 우위를 만들고, 패스 경로를 차단하며, 상대가 전진하기 전에 다시 소유권을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스페인에게 점유율은 공격 수단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수비 전술이었다.
◆차비 시대에서 로드리 시대로
두 우승팀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중원이다.
2010년 스페인의 중심에는 차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사비 알론소가 있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부스케츠와 알론소를 함께 배치해 후방의 안정성을 높였고, 사비에게 경기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겼다.
상대가 압박하면 짧은 패스로 빠져나왔고, 수비 대형을 갖추면 좌우와 후방으로 공을 돌리며 빈 공간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스페인이 공을 쥐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는 체력과 집중력을 잃었다. 토너먼트 네 경기에서 기록한 네 골만으로도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다.

2026년에는 그 역할을 로드리와 파비안 루이스, 다니 올모가 나눠 맡았다. 로드리가 후방과 중원을 연결하며 경기의 중심을 잡았다면 파비안은 왕성한 활동량과 전진 패스로 공수 연결을 담당했다. 올모는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를 움직이며 패스를 받아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로드리는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에 선정됐다. 쿠바르시는 영플레이어상을 받으며 스페인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상징했다. 스페인이 골든부트를 제외한 주요 개인상을 휩쓴 것도 특정 공격수보다는 경기 전체를 통제한 선수들의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컸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은 스페인 중원의 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프랑스는 킬리안 음바페, 마이클 올리세, 우스망 뎀벨레 등 폭발적인 공격진을 보유했지만 스페인은 이들에게 공이 전달되는 길부터 막았다.
로드리와 파비안 루이스, 올모를 중심으로 프랑스의 중앙 전개를 통제했고, 측면으로 공이 이동하면 윙어와 풀백이 동시에 압박했다. 스페인은 프랑스보다 공을 압도적으로 오래 소유하지 않고도 경기의 속도와 위험 지역을 지배했다. 프랑스의 강력한 공격진은 고립됐고, 스페인은 2-0 완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티키타카에 속도와 폭을 더한 데 라 푸엔테
물론 2026년 스페인을 2010년 팀의 단순한 복사판으로 보기는 어렵다.
2010년 스페인이 중앙의 짧은 패스와 느린 템포 조절을 통해 상대를 질식시켰다면, 데 라 푸엔테의 스페인은 기존의 점유 철학에 측면의 폭과 빠른 전진을 더했다. 기본 포메이션은 4-3-3 또는 4-2-3-1이지만 경기 중 선수들의 위치는 유연하게 바뀌었다.

공격 시에는 쿠쿠레야와 포로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폭을 제공하고, 측면 공격수인 알렉스 바예나와 라민 야말은 안쪽으로 들어와 중앙의 수적 우위를 만들었다. 상대가 중앙을 좁히면 풀백과 윙어가 측면을 파고들었고, 측면을 넓게 막으면 올모와 파비안이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했다.
공격이 막혔을 때 무리하게 전진 패스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은 과거와 같았다. 하지만 기회가 열렸을 때 전진하는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결승전 결승골 역시 후방에서 오랜 시간 공을 돌린 장면이 아니라, 공을 탈환한 뒤 간결한 패스와 측면 전개로 완성됐다.
2010년 스페인이 패스로 상대를 움직인 팀이었다면, 2026년 스페인은 패스와 압박으로 상대의 선택지를 동시에 제거한 팀이었다.
◆유소년 대표팀에서 완성된 '데 라 푸엔테 세대'
이번 우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여정이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세계적인 명문 구단을 거쳐온 스타 지도자가 아니었다. 스페인축구협회 내부에서 유소년 대표팀을 오랫동안 이끌며 선수들을 성장시킨 육성형 지도자였다.
푸엔테 감독은 2015년 스페인 19세 이하(U-19)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U-19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고, 2019년에는 UEFA 21세 이하(U-21) 챔피언십을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는 스페인에 은메달을 안겼다. 스페인축구협회도 성인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 이러한 연령별 대표팀 성과와 선수 육성 경험을 핵심 경력으로 소개했다.

오랜 시간 연령별 대표팀을 맡은 덕분에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스페인 선수들의 성장 과정과 성격, 포지션별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대표팀에서 함께한 선수들을 성인 무대로 자연스럽게 끌어올렸고, 라민 야말과 쿠바르시, 가비 등 젊은 선수에게도 나이와 관계없이 역할을 부여했다.
출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탈락 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했지만, 2023년 3월 스코틀랜드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0-2로 패하며 곧바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점유율에만 집착했던 대표팀의 문제를 수정했다. 측면의 속도와 1대1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선수 선발에서도 이름값보다 역할 수행 능력을 우선했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스페인은 2023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오른 뒤 크로아티아를 승부차기로 제압하며 우승했다. 2024년에 열린 유로2024에서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개최국 독일과 프랑스, 잉글랜드를 차례로 꺾었고 대회 최다인 15골을 기록했다.
2025 네이션스리그에서는 결승에서 포르투갈에 승부차기로 패하며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데 라 푸엔테 체제의 경쟁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스페인은 그 패배를 분석해 2026 월드컵 16강에서 다시 만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었다.
그리고 2026년, 데 라 푸엔테 감독은 네이션스리그와 유로에 이어 월드컵까지 품었다. 스페인은 결승전 승리로 38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갔고, 데 라 푸엔테 감독은 65세의 나이로 월드컵 정상에 오른 최고령 사령탑이 됐다.
◆2008년과 2024년, 유럽 정복 후 세계 정상으로
우승 과정도 2010년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스페인은 2008년 유로 우승을 통해 오랜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을 풀었다. 그리고 2년 뒤 남아공 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당시 유로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 하나가 아니라 스페인 축구가 패배 의식을 지우고 자신의 경기 철학을 신뢰하게 된 계기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스페인은 2024 유로에서 우승하며 새로운 황금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2010년에는 차비와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푸욜, 피케, 라모스가 있었다면 2026년에는 로드리와 올모, 파비안 루이스, 쿠바르시, 쿠쿠레야, 포로가 있었다.
두 팀 모두 유럽 정상을 차지한 지 2년 뒤 월드컵 우승을 완성했다. 두 팀 모두 중원을 장악했고, 대회 전체에서 각각 2실점과 1실점만을 허용했다. 결승전도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연장전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2010년의 스페인이 티키타카의 완성을 보여줬다면, 2026년의 스페인은 그 철학의 진화를 증명했다. 점유율과 짧은 패스라는 뿌리는 유지하면서도 측면의 속도, 전방 압박, 빠른 공수 전환을 더했다.
16년 동안 선수도, 감독도, 축구의 흐름도 달라졌다. 그러나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 공식은 변하지 않았다. 공을 지배하는 중원, 상대의 전진을 허용하지 않는 압박, 무너지지 않는 수비 조직력. 그리고 개인보다 팀을 앞세우는 축구였다.
2010년에는 차비와 푸욜이 그 공식을 증명했다. 2026년에는 로드리와 쿠바르시, 그리고 유소년 대표팀부터 스페인 축구의 성장을 지켜본 푸엔테 감독이 같은 답을 내놓았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