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과 이란이 14일 전쟁종식을 위한 MOU에 합의하고 19일 공식 서명하기로 했다
- MOU 소식에 급락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지연과 공급 차질로 전쟁 이전 수준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IB·국제기구들은 단기 90~105달러, 지연 시 120~150달러까지도 가능하다며 해협 개방 속도와 생산·재고 상황을 핵심 변수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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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통제권 신경전 지속…불확실성은 여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전쟁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의 향방에 글로벌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은 현지시간 14일 종전 MOU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하기로 했다.
전쟁 발발 이후 최고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MOU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지난주 큰 폭으로 하락했고, 15일 아시아 거래 시간에서도 장중 4% 넘게 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MOU 타결에도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재개방 속도를 확인해야 하고, 통제권을 둘러싼 미·이란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 전문가들 "유가, 전쟁 이전으로 복귀하는 데 시간 걸린다"
올해 2월 전쟁 발발 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던 브렌트유는 분쟁이 격화되면서 최고 12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MOU 체결 소식에 가격은 8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시장이 완전한 정상화를 가격에 반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지난 두 달 동안에도 여러 차례 돌파구가 임박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협상은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며 시장의 섣부른 낙관론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그는 "4월 7일 첫 휴전 이후 WTI는 배럴당 80달러 후반에서 100달러 초반 사이 박스권을 이어왔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실제로 회복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확인돼야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정 서명에도 불구하고 해협 운항의 완전한 정상화 시점은 "7월 말, 어쩌면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밥 파커 선임 자문위원도 유가가 "최소 몇 달간" 배럴당 90~100달러 사이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그 개방은 부분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걸프 지역 인프라 피해와 탱커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 IB들도 '신중'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원유시장 내 단기 안도감이 형성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유가의 추가 하락 속도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2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99달러에서 90달러로 낮추고 3분기 82달러, 4분기 80달러를 제시했다. 연말까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씨티는 4분기 80달러를 기본 시나리오로 내놓으면서도, 호르무즈 정상화가 더뎌지는 유가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브렌트가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피치 레이팅스는 해협이 7월 말 재개방된다는 가정 아래 2026년 연평균 브렌트유를 배럴당 87달러로 제시했고, 세계은행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단기적으로 6~7월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IA는 지난 9일자 보고서에서 "이번 전망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은 오는 3분기에 재개되지만, 분쟁 이전의 통항량으로 회복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가정했다"며 "완전 정상화는 내년 초가 되어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골드만삭스가 2027년 브렌트유 평균 전망을 기존 85달러에서 8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브라질·가이아나·UAE의 생산 확대와 전기차 전환 가속에 따른 수요 둔화, 특히 중국 수요 약화가 그 배경이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7월 말까지 원유 흐름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시장이 변곡점에 이를 것"이라며 "이 시점이 되면 재고 감소와 계절적 수요 강세가 맞물려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더 신중한 전망을 제시했다.
◆ 호르무즈 개방 속도감이 관건…"매뉴얼도 없는 전례없는 상황"
유가 향방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느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 해협이 지금 당장 열린다 해도 시장 재균형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방이 몇 주만 더 늦어진다면 정상화는 2027년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봉쇄 기간 동안 시장이 잃은 원유는 이미 10억 배럴을 넘어섰고, 현재도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2~5척에 불과해 전쟁 전 70척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600척 이상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고 240여 척이 해협 밖에서 대기 중인 상황에서, 해협이 열리는 순간 병목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의 에너지 칼럼니스트 하비에르 블라스는 "갇혀 있던 유조선들이 빠져나가는 동시에 에너지를 싣고 들어오는 선박들이 진입하는 두 작업이 한꺼번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시도는 전례가 없고 매뉴얼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생산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쿠웨이트석유공사(KPC)는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원유 생산량의 70%를 회복하는 데만 6~8주가 소요되고, 나머지 30%를 정상 복구하기까지 추가로 한 달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5월까지 전 세계 원유 재고는 약 2억 5,000만 배럴 감소한 상태로, 각국 정부와 정유업체들의 비축유 재충전 수요가 유가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MOU 서명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 대형 해운사 CMA CGM의 로돌프 사데 CEO는 "평화적 해결이 이뤄지더라도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경고했고, UBS 역시 "걸프 내 원유 선적이 극히 저조한 상태"라며 단기적으로 에너지 흐름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증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