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 속 교부금 급증을 계기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 개편과 재정 효율화 논의를 본격화했다.
- 교부금 자동 증가로 시도 교육청 이월·불용액과 기금이 크게 늘자 돌봄·복지·고등교육 등과 연계해 남는 재원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 교육청·지자체 재정 칸막이를 풀기 위한 러닝메이트제 도입론이 재부상했으나 교육의 정치화 우려 속에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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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도 쓸 곳이 없다…전국 시도 교육청 불용액 5조6334억
고교 무상교육·유보통합 재원 활용론…교육재정 칸막이 '손질론'
전쟁은 중동에서 시작됐지만, 대한민국의 교실 예산으로 불통이 튀었다. 전쟁 대응을 명분으로 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파장이 초·중·고교 재정의 핵심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로 옮겨 붙었다.
쟁점은 교육교부금 구조다.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구조가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도 유효하냐는 것. 현 정부가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내세운 상황과 맞물리면서,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교육교부금 제도가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학령인구 감소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 76조4000억원까지 불어나면서 교육재정 운영 체계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연동 구조에 따라 자동 증가하는 탓이다.
특히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별도 재정을 운용하는 현행 체계가 돌봄·복지·교육 분야의 비효율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방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교부금은 쌓이는데…시·도 교육청 불용액은 늘어나
31일 정부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는 예산을 다 집행하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교육재정의 확보보다는 교육재정 운용의 효율성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전국 시·도 교육청의 이월·불용액 규모는 최근 수년간 빠르게 증가했다. 이월·불용액은 편성된 예산 가운데 해당 연도에 사용하지 못해 다음 해로 넘기거나 아예 쓰지 못한 금액을 의미한다.

국회와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이월·불용액은 지난 2021년 3조8341억원에서 2023년에는 8조6334억원까지 늘었다. 2024년에도 5조6334억원에 이른다. 이는 교육 재정의 규모가 커진 반면 실제 집행 수요는 학생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시설 투자와 학교 신설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국세 증가에 따라 교부금은 자동 확대되면서 예산 편성과 집행 간 괴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내국세는 경제 규모 확대에 따라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처럼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에 필요한 재원이 얼마인지 정확히 산정한 뒤 그 규모에 맞춰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에서 쌓는 기금 규모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이 기금은 경기 침체나 세수 감소 등 재정 여건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조성하는 일종의 '비상금' 성격의 기금이다.
그러나 교부금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기금 적립 규모도 급증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2021년 말 3조121억원에서 2022년 말 11조5845억원으로 1년 만에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를 두고 재정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학생 수 감소 시대에 맞춰 지방교육재정 배분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는 재원을 돌봄과 복지, 고등교육, 지역소멸 대응 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지방에 재정을 내려보내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고 쌓아두는 돈이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과도한 적립은 경기 활성화 효과를 떨어뜨리고 재정 운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교육청 따로 지자체 따로…교육재정 '칸막이' 논란
현재 지방재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교육재정은 시·도 교육청이 각각 별도로 운영한다. 지자체장은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교육감 역시 주민 직선으로 뽑힌다. 양측 모두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예산 편성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호 조정이 쉽지 않은 구조다.
문제는 교육과 복지, 돌봄 정책의 경계가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늘봄학교와 방과후 돌봄, 유보통합, 청소년 지원 사업 등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모두 관여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그러나 예산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각각 다른 재원으로 편성하고 집행한다.

같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임에도 정책 설계와 재원 조달 체계가 분리돼 있어 중복 투자와 행정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정부도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지방교육재정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일부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다.
정부는 2023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해 대학 재정 지원 확대에 나섰다. 당시 교육세 일부를 고특회계로 전환하면서 지방교육재정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역시 지방교육재정과 다른 교육 분야 재정을 연계한 사례로 꼽힌다. 누리과정 재원 논란이 반복되자 정부는 별도 특별회계를 설치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지원 재원을 통합 관리하도록 했다. 초·중등 교육, 유아교육, 보육이 서로 분리돼 운영되던 구조를 재정적으로 연결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방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을 보다 유연하게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출생과 지방소멸 시대에는 학교 교육만이 아니라 돌봄과 복지, 청년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만큼 교육청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투자하고 책임지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으로는 고교 무상교육과 유보통합 등이 거론된다. 우 교수는 "늘어나는 재원을 기존 재정 수요에 투입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며 "고교 무상교육이나 유보통합 같은 사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재정 수요와 연계해 활용하는 것이 재정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 지자체장-교육감 연동 '러닝메이트제', 우려 목소리도 '솔솔'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려는 방안으로 '러닝메이트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러닝메이트제는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을 한 팀으로 선출하는 제도다. 현재처럼 별도 선거를 치르는 대신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를 함께 선출해 정책 연계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러닝메이트제 찬성론자들은 교육과 복지, 돌봄, 청년정책을 하나의 지역 발전 전략 아래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청과 지자체 간 예산 중복을 줄이고 정책 책임성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교육감 선출 방식 개편과 러닝메이트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 교수는 "러닝메이트제는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수용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당과 연계되는 구조가 되면 교육이 정치화된다는 반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감을 임명직으로 전환하는 방안 역시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개인적으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위원도 교육감과 광역단체장을 함께 선출하는 러닝메이트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러닝메이트제에 반대한다"며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영역인 만큼 특정 정치 일정이나 정당과 결부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교육을 잘 아는 전문가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교육정책이 정치 일정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