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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일본의 '현금 50%' 붕괴, 투자로 전환...한국은 부동산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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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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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은행이 3월 발표한 통계에서 가계 금융자산 2351조엔 중 현금·예금 비중이 48.5%로 떨어졌다.
  • 주식·보험 등 투자자산이 52%로 역전하며 저축대국 이미지가 깨졌다.
  • 인플레·금리 정상화·NISA 확충으로 변화가 가속화되고 한국과 대조를 이룬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저축대국 일본의 가계 금융 비중, 현금·예금 48% < 주식 등 투자 52%
日언론 "저축에서 투자로, 자산구조 이동"...한국은 부동산 손실 위험 신호줘야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저축대국 일본의 상징은 오랫동안 하나였다. 가계 금융자산의 절반을 엔화 현금과 예금이 차지했다. 안정과 안전을 중시하는 국민성, 장기 디플레이션과 초저금리 환경이 맞물려 "일본 가계는 위험자산을 기피한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이 낡은 이미지를 지우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일본은행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말 일본 가계 금융자산은 2351조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이 중 현금·예금 비중은 1140조엔으로 50% 아래인 48.5%로 내려갔다. 주식, 보험 등 현금·예금 외 금융자산이 1211조엔(52%)으로 더 많았다. "가계 자산의 절반은 현금과 예금"이라는 상징이 처음으로 균열을 맞은 것이다.

일본은행이 3월18일 공개한 자금순환통계. 가계의 금융자산이 2025년4월말 기준 현금·예금이 1140조엔, 주식·보험 등 현금 예금 이외의 자산이 1211조엔으로 나타났다. 저축대국 일본의 가계들이 빠르게 투자자산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6.04.08 hkj77@hanmail.net

눈여겨볼 대목은 비중을 잠식한 자산이 무엇인지다. 주식과 투자신탁, 보험·연금 등 이른바 투자성 위험자산이 빠르게 불어났다. 일본 언론은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가계 머니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물론 여전히 안전자산이 다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절반은 현금"이라는 일본 특유의 자산구조가 변곡점을 지났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늦었지만 방향을 틀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이다. 길었던 디플레이션이 끝나고 물가가 오르자, "은행에 넣어두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실질가치가 줄어드는 예금은 오히려 위험하다는 자각이 확산됐다. 둘째는 통화정책의 전환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고 금리 정상화 방향으로 선회하자, 자금시장 전반에 잠자던 가격신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셋째는 제도와 정책이다. 정부는 '저축에서 투자로'를 성장전략에 명시하고, 비과세 투자제도인 NISA(한국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유사)를 대폭 확충했다. 세금·규제·교육이라는 여러 채널을 통해 "장기 분산투자"를 독려한 결과가 통계에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흐름이 한국의 자산구조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가계 자산 가운데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은 60% 중반으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금융자산 내부를 들여다봐도 현금과 예금 비중은 팬데믹 이전보다 되레 높아졌고, 대부분 부동산 투자 대기 자금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가 상승 영향으로 주식·펀드·연금 등 투자성 자산 비중이 소폭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 과도한 현금 의존을 조금씩 줄이며 금융투자를 늘리는 사이, 한국은 부동산과 예금에 더 깊이 발을 담그고 있는 셈이다. 한쪽은 늦게나마 방향을 바꾸는 중이고, 다른 한쪽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물론 일본의 전환이 교과서 같은 성공담이라는 뜻은 아니다. 물가 상승과 엔저, 실질임금 정체 속에서 가계가 위험자산을 떠안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저축대국'이라는 수식어가 영원하지 않다는 단순한 진실이다. 자산구조는 정책과 시장환경, 세대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긴 부동산 호황과 예금 선호, 변동성이 큰 자본시장 경험이 겹치면서 "주식은 위험, 부동산은 안전"이라는 이분법이 뿌리내렸다. 정부가 금융투자를 장려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세제·제도 설계에서는 여전히 부동산과 예금을 우대하는 신호가 지배적이다. 부동산 수익성을 낮추는 보유세 등의 신호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부동산 의존도를 완화하고 금융자산을 다변화해야 한다. 집값과 금리가 동시에 요동칠 수 있는 시대에,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국지적인 부동산에 묶어두는 것은 더 이상 '안전' 전략이 아니다. 장기 분산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서 주식·해외자산 편입 비중을 높이는 개편이 필요하다. 둘째, 신뢰받는 자본시장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 주주권한 강화,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정책적 진전이 있지만, 자본시장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더욱 담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투자는 언제든 '투기'의 또 다른 이름으로 취급될 수 있다. 일본이 지루할 만큼 긴 시간에 걸쳐 거래소 개혁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한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셋째, 가계의 위험 인식을 재설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식은 위험, 예금은 안전'이었다면, 앞으로는 '아파트와 예금에만 올인하는 편중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더 큰 위험'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해야 한다. 인구구조와 성장률, 물가와 금리를 감안하면, 노후를 예금과 부동산 가격 상승만으로 버티겠다는 전략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반대로 연금과 장기 투자,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소득과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구조는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해 보여도, 전체 생애주기 관점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줄이는 선택일 수 있다.

저축대국 일본의 변화는 한국에 거울을 들이민다. 일본은 오랜 디플레이션의 기억과 보수적인 국민성에도 불구하고, 통계가 보여주는 자산구조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부동산과 예금에 안착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일본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돌아보는 일일지 모른다. "언제까지 예금 통장과 아파트 한 채에만 기대해 노후를 설계할 것인가." 저축대국의 균열은 부동산 공화국 한국에 이렇게 묻고 있다. 

hkj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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