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세·기름값·비료 수급 차질까지 삼중고"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유재선 인턴기자 = "업체에 질소 비료 주문을 했는데 못 준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항상 바로 주셨는데…"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 인근에서 종묘사를 운영하는 전영주(70대) 씨는 당장은 중동 전쟁 여파를 크게 체감하지는 못한다면서도 "수급이 안되는 것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6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서 질소, 요소 등 비료 핵심 원료 공급망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농축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먹거리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 종묘사 "비싸게 들어오면 비싸게 팔 수밖에"
이날 오전 찾은 종로 5가역 근처 종묘사들은 대체로 한산했다. 간간히 방문하는 손님들은 소량의 씨앗과 모종을 2~3개 사갔다. 종묘사 사장들은 아직까지 수급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의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씨는 "전쟁 이후 경제적 여파로 손님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며 "사태가 심각해져서 물건 가격이 인상되면 우리도 가격을 안 올릴 수 없다"고 전했다.
종묘사 사장 A(50대)씨는 "지금은 괜찮지만 지금 있는 물량이 떨어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공급 가격도 이제 올린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A씨 역시 "비싸게 들어오면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종묘사 사장 B(50대)씨는 "(제품을) 많이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농약 포장용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오는 7월까지 비료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현장 불안감을 달래지 못했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정규민(20대) 씨는 농약·비료값 상승에 대해 "내가 구매하는 업체에서는 거의 50% 오른 것 같다"며 "오르는 것 보다 수급이 안 되는 게 큰 문제인데 (업체에서) 언제 줄지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정씨는 이어 "비료 공급 업체도 중동에서 받아오는데, 현지에서 먼저 써야하니 수급이 제 때 안 된다"며 "7월부터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분들은 대량 구매를 해야 하는데 다 퇴짜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정씨에 따르면 농협에서도 비료를 일주일치씩만 제한해 판매하고 있다. 정씨는 "도매시장 경매사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도매가를 올릴 수는 없다"면서 "다만 주변에 비료 수급,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세와 기름값, 인건비 상승에 비료 수급까지 제 때 안돼서 삼중고"라고 걱정했다.
축산물 가격 인상 우려도 우려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배합 사료 가격 평균은 지난해 12월 1kg 당 610원, 올해 2월 615원이다.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주 원료인 옥수수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상 요인이 더해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6년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4% 상승한 128.5포인트를 기록했다. 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 비료·사료값 '불안'…밥상 물가로 번질까
비료와 사료 가격이 들썩이면서 밥상 물가에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 비료값이 오르면 채소·곡물·과일 등 농산물 생산비가 상승해 도매·소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료비 역시 축산농가 생산비의 약 40~60%를 차지해 사료 가격이 오를 경우 한우·돼지고기·닭·계란 등 축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인상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비료·사료 가격 상승이 원재료 농산물뿐 아니라 즉석식품, 과자·라면 등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까지 '연쇄 파급'을 일으키는 구조라고 진단한다. 다만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체는 미리 확보한 재고로 한동안 가격 인상을 늦출 수 있는 반면, 동네 마트·식당은 원가 상승을 비교적 빨리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체감 시차는 업태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쟁으로 인해) 원료 생산 자체가 제약이 생기니 재고도 점점 없어져서 다시 회복하려면 수 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정부 쪽에서 비상 시국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곡물·운임까지 동시에 부담이 커진 만큼, 하반기 이후 채소·축산물을 중심으로 밥상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업계에서 나온다.
gdy1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