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휴전 주장은 거짓" 정면 반박…강경 기조 유지
오락가락 美 전쟁 목표·지도부 공백에 중동 외교 '첩첩산중'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몇 주 내로 끝내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조기 종전 기대감을 키우고 있으나, 이란이 당분간 외교적 해결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정보기관 평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계속 싸우기로 결정할 경우, 단기간 내에 전쟁을 마무리 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 미 정보기관 "이란, 전황 유리 판단…미국 요구 수용할 이유 없다"
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복수의 미국 정보기관이 최근 며칠 사이 이란 정부가 미·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의미 있는 협상(substantial negotiations)'에 현재로서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전황에서 자신들이 비교적 강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미국이 제시하는 외교적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대화 채널 자체는 열어두고 있지만 미국을 신뢰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진지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년간 핵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지시한 전력이 이란 내부 불신을 키운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란은 미국이 외교를 믿지 않고 자국 이익만을 강요한다고 비판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 요구를 주권 침해로 간주해 양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 트럼프 "휴전 요청 받았다"…이란 "거짓 주장" 즉각 반박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새 정권 대통령이 미국에 휴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으며, 2~3주 내로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이란 측 반응은 싸늘하다. 이란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테헤란은 휴전을 요청한 바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란 관리들은 적절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외교적 접근이 가능하지만, 단순한 '일시 휴전'이 아닌 '전쟁 종식'을 원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현재 자신들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미국의 외교적 요구에 굴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美 오락가락 메시지…"협상 권한 가진 이 누구인지조차 불분명"
꼬여버린 외교 해법의 이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외교적 해결을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란의 에너지 및 담수화 시설 타격을 경고하며 확전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이 이를 전쟁범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심지어 이란 정권을 무너뜨렸다는 트럼프의 호언장담과 달리, 이란 지도부는 여전히 강한 반미 노선을 유지하며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외교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수주간 이어진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정부 주요 기능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당국자들은 미국·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감시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통신 채널 사용을 꺼리고 있으며, 그 결과 이란 지도부 내에서 누가 협상 타결 권한을 갖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미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고지도자 승계 문제도 변수다.
미국·이스라엘의 초기 공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일부 고위 관리들이 사망했으며, 이란 성직자들은 새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임명한 것으로 전해지나 그는 첫 공습에서 부상을 입은 뒤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 정권 대통령"이 누구를 뜻하는지도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일부 이란 관계자들은 어떤 합의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을 품고 있다. 설령 합의에 이르더라도 이스라엘이 수개월 뒤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도부 내에 팽배해 있다고 미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 최대 뇌관 '호르무즈 봉쇄'…파키스탄·中 중재에도 장기화 우려
시장 전문가들은 휴전 협상의 진전 여부보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전쟁의 최대 변수로 주시하고 있다.
이란 군은 유조선 공격 등을 통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상태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며 유가 급등과 물가 재상승을 부추기고, 나아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까지 뒤흔들 수 있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황 타개를 위해 파키스탄이 중재에 나서고 이란의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을 설득해 적대행위 중단 등 5개 항의 공동 성명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중국이 여전히 본격적인 외교 개입에는 거리를 두고 있고,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커 단기간 내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