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주요국들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노(No)'라고 말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을 돕지 않는다"고 분노하고 있지만 유럽은 국제 규범이나 국내법에 맞지 않으면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이탈리아는 최근 이란 공습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미군 비행기 여러 대가 시칠리아 시고넬라 공군기지에 착륙해 급유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은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이 '미국 측이 사전 승인을 제때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이탈리아 현지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탈리아 고위 관계자는 "이들 미군 항공기들이 양국 간 협정에 따라 자동으로 허용되는 일반적인 물류 항공편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승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미국과의 갈등 수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국제협약은 완전히 준수될 것이며 미국과의 관계는 견고하다"고 밝히면서도 "이탈리아 내 군사기지를 비정기적인 군사 활동에 사용하려는 모든 요청은 항상 그래왔듯이 사안별로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스페인은 지난달 말 이란 전쟁에 참여하는 미군 항공기에 대해 스페인 영공을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불과 이틀 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카디스의 로타 해군기지와 세비야의 모론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발표한 데 이어 잇따라 미국의 이란 공습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31일 "우리는 불법적인 전쟁에 해당 기지를 사용하는 것에 분명히 반대하며 비행 허가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 초기부터 미국에 까다로운 기지 사용 조건을 내걸었던 프랑스는 최근 이란 공격용 무기와 군수 물자를 실고 이스라엘로 가는 미군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거부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밖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프랑스는 이를 승인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을 넘어 분노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프랑스가 이스라엘로 향하는 군수 물자를 실은 비행기가 프랑스 영토를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프랑스는 '이란의 도살자'를 제거하는 데 매우 비협조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최대 동맹으로 평가되는 영국도 전쟁 초기 대서양의 전략적 거점인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 등에 대한 미군 이용에 난색을 표명하다 며칠이 지난 다음에야 마지못해 승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유럽은 벨기에의 북극지역 자치령 그린란드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격돌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그린란드를 쟁취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지만, 유럽은 이에 절대 굴복할 수 없다며 물러나지 않았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조율이 실패하자 당시 유럽 8개국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하는 등 강수를 뒀고, 트럼프는 이들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곧 관세 부과 결정을 철회하며 물러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