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청구기간·변호사 강제주의' 등 절차 장벽
"재판소원 대비는 1심 재판부터 시작"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취소할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실제 사건의 성패는 헌법재판소의 사전심사 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유한) 바른은 전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빌딩 컨퍼런스홀에서 '재판소원 제도의 내용 및 절차에 관한 실무 안내'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제도의 절차와 대응 전략을 분석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헌법재판소 파견 경험이 있는 박성호·전기철·이원호·고일광·송길대 변호사가 연사로 참여해 재판소원의 도입 취지와 실무상 쟁점을 설명했다.

재판소원 제도는 지난 12일부터 시행됐다. 법원 확정판결이라도 헌법과 기본권 침해 여부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취소를 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실제 인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독일에서는 92~95%, 스페인 97~99%, 대만 93~99%의 헌법소원이 사전심사 단계에서 종결되며 최고법원 판결을 대상으로 한 인용률은 0.3~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호 변호사는 '재판소원의 절차적 적법 요건' 발표에서 사전심사를 "재판소원의 실질적 관문"이라고 규정했다. 헌법재판소법 제72조에 따라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는 청구가 접수되면 먼저 사전심사를 진행한다.
특히 '재판소원 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되지 않고 즉시 각하될 수 있다. 문제는 이 '명백성' 개념이 법률상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아 사실상 사전심사 단계에서 실체적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변호사는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췄더라도 재판관 3명이 만장일치로 재판소원 사유가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본안 심리로 가지 못한다"며 "결국 재판소원의 성패는 사전심사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소원에는 엄격한 절차 요건도 적용된다. 우선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이는 기존 헌법소원의 청구기간(기본권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침해 발생 후 1년)보다 훨씬 짧다.
또 헌법재판소법 제25조에 따라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돼 당사자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일반 국민이 스스로 재판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울러 재판소원은 상소 등 일반적인 소송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야 청구할 수 있는 '보충성 원칙'도 적용된다. 1심 판결만 받은 상태에서 재판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발표자들은 재판소원 대응을 위해서는 재판 초기 단계부터 헌법적 쟁점을 제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송 변호사는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 이후에 준비해서는 늦다"며 "1심 첫 변론기일부터 기본권 침해 주장과 헌법 논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항소이유서와 상고이유서에 '법리 오해'나 '사실 오인'뿐 아니라 '헌법 위반 또는 기본권 침해' 주장을 별도 사유로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사 사건에서도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이나 기본권 충돌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소원이 인용되면 기존 판결의 기판력은 소멸하고 사건은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재심리가 이뤄진다. 다만 헌재의 본안 결정 전까지는 확정판결의 집행이 계속되기 때문에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처분 인용 가능성은 매우 낮다. 헌법재판소 출범 이후 헌법소원 사건에서 가처분이 인용된 사례는 전체의 0.1%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이 최고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적 통제 장치라는 의미를 갖지만 실제로는 높은 사전심사 장벽과 엄격한 절차 요건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