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나흘째…원유·가스 수송 차질
이라크, 하루 150만 배럴 감산…추가 확대 가능성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투가 격화되면서 중동발 에너지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고 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3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5% 가까이 올라 종가 기준으로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달러 강세 여파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4.56달러로 3.33달러(4.7%) 상승 마감했다. 전날 6% 이상 급등한 데 이어 추가 상승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배럴당 81.40달러로 3.66달러(4.71%) 올랐으며, 이전 세션에서 6.7% 급등한 뒤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종가는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이날 이스라엘과 미국군은 이란 전역의 목표물을 공습했으며, 이에 이란은 걸프 지역에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분쟁은 레바논으로도 확산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산유국인 이라크는 하루 약 150만 배럴을 감산했다. 이번 위기로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질 경우 감산 규모는 며칠 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란은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역 에너지 인프라와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으로 대응했다.
보험사들이 선박 보험을 취소하고 글로벌 원유·가스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유조선과 컨테이너선들은 해협 통과를 피하고 있다. 이란 매체가 월요일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스탠다드차타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이란의 보복은 이전의 상징적 조치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여러 지역적 긴장을 초래해 실제 공급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스라엘의 공습이 4~5주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이 유조선 보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85.12달러까지 올라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작전으로 이란의 해군 및 공군 목표물 상당수가 제거됐다고 발언하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모든 것이 무력화됐다"며 테헤란이 결국 미사일 발사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선임 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트럼프가 이란이 이 싸움을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장은 이전에 우려했던 것보다 더 빠른 해결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대체 에너지 공급선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일부 정유소들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정기 보수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공격이 시작된 이후 카타르는 LNG 생산을 중단했고, 이스라엘은 일부 가스전 생산을 멈췄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최대 정유시설을 폐쇄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호르무즈 해협의 공격 위험으로 해상 운송이 거의 마비되자, 일부 원유 수출 물량을 홍해 경로로 우회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미국 디젤 선물은 약 10% 급등해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휘발유 선물은 갤런당 2.46달러로 거의 4% 상승해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정제 마진을 나타내는 크랙 스프레드는 2023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서도 네덜란드 TTF 기준물, 영국 가스 가격, 유럽 및 아시아 LNG 가격이 모두 급등했다.
금 가격은 달러 강세와 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 눌리며 하락했다.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3.5% 내린 5,123.7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기준 4일 오전 4시 7분 온스당 5,137.00달러로 3.6% 하락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한 때 3개월래 최고치까지 오른 뒤 전날보다 0.5% 오른 98.995를 기록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로빈 브룩스는 X(구 트위터)에 "달러가 수직으로 치솟고 있다"며 "이런 종류의 급등은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 작전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에 인플레이션 재점화 공포도 급습했다.
이날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7월 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할 확률을 약 55%로 반영했는데,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 확률이 7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확신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6월 인하 확률은 35%까지 추락하며 사실상 시장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RJO 퓨처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 밥 하버콘은 "금 가격 하락은 유동성 선호, 즉 현금으로의 도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국채 수익률도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콘은 "다만 이번 가격 조정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자금 유입이 금과 은 가격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