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제2공장에서 인공지능(AI)용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계획했던 6나노 공정을 접고, 일본 내 최초로 회로 선폭 3나노 첨단 제품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확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계획 변경은 시장 환경 변화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TSMC는 2025년 가을 구마모토현 기쿠요초에서 제2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나, 통신기기 수요 둔화로 6나노 제품의 사업성이 약화되자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생산 품목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신 성장성이 확실한 AI 반도체로 방향을 튼 것이다.
TSMC가 검토 중인 3나노 공정은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술이다.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차세대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칩의 주요 회로에 사용되며, 고성능·저전력 구현이 가능하다.
TSMC는 이미 3나노 제품을 대만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으며, 2027년부터는 미국에서도 양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일본이 새 생산 후보지로 부상한 셈이다.
TSMC의 웨이저자 CEO는 5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이러한 계획 변경 검토 사실을 직접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매우 든든하다"며, 구마모토 공장을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 클러스터 전략'의 핵심 사례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과 정책 지원이 TSMC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이처럼 TSMC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첨단 반도체를 해외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경제·안보 측면 모두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내 생산이 현실화되면 공급망 안정성은 물론,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기술 수준도 끌어올릴 수 있다.
구마모토 공장을 운영하는 TSMC의 일본 법인 JASM에는 소니그룹, 덴소, 토요타자동차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기업들이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이미지센서·전장 반도체 등 일본 산업 전반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구조다.
다만 3나노 공정 전환 시에는 고성능 노광장비 등 추가 설비 투자가 불가피해 총 투자액은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일본은 TSMC 외에도 첨단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치토세에서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고, 미국 마이크론은 히로시마에 AI용 메모리 생산라인을 신설한다. 대만 폭스콘 역시 일본 내 공장을 활용해 AI 서버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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