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총리 때 불벼락 맞고도 '영전'
"김주애 몸에 손댔다" 논란은 '판독 오류'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김정은이 특유의 '버럭 통치' 스타일을 드러냈다.
지난달 19일 북한의 간판급 군수공장인 용성기계연합기업소(함남 함흥 소재)를 찾아 리모델링 공사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며 기계공업 담당 부총리 양승호를 현장에서 해임한 것이다.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책임 회피의 너절한 행위", "교묘한 몸사리기" 등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비판을 받고도 전혀 개준(改悛, '개전'의 북한식 표현)하지 않았다"며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부총리 동무를 해임시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김정은의 격노 대상은 한 사람 더 있었다.
"당시 내각 총리와 현재 기계공업 담당 부총리는 일을 되는 대로 해먹었다"고 말해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기된 리모델링 공사를 관할한 김덕훈 당시 총리를 지목한 것이다.
격앙된 김정은의 발언으로 볼 때 김덕훈도 당연히 해임과 숙청의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대북 부처와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김덕훈은 이후에도 당 경제담당 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김정은의 행사를 수행하고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김덕훈은 총리 시절이던 지난 2023년 8월에도 숙청 위기에 몰렸다.
당시 남포시 온천군의 안석간석지 제방이 터져 일대 농경지가 수몰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김정은은 현장을 찾아 허리춤까지 물이 찬 수해현장을 돌아보며 내각에 불만을 쏟아냈다.
김정은은 '건달뱅이' 같은 표현까지 써가면서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며 총리를 거명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일꾼(간부를 의미)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 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며 "피해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가 있는데 나라의 경제 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다"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특히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규율조사부, 국가검열위원회와 중앙검찰소가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하여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북한 매체들이 보도해 김덕훈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것이란 데 우리 대북부처와 전문가들이 이견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덕훈은 이후에도 총리 자리를 보전했고, 이듬해 12월 말 열린 노동당 제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당 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임명됐다.

'당(黨) 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경제 담당 비서 겸 부장 자리는 내각 총리에 못지않은 핵심 직위라는 점에서 김정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영전'한 셈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대북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절대군주인 김정은으로부터 두 번의 불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김덕훈은 말 그대로 '불사조'라 부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1961년생인 김덕훈은 남포시 대안전기공장 지배인 출신의 '흙수저' 경제 전문관료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김정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배경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외신과 대북 관측통이 김정은의 딸 주애(13)의 몸에 손을 대는 '불경죄'를 저질렀다면서 숙청 가능성을 제기한 노광철 국방상도 이후 공개 활동에 모습을 드러내 신상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노광철은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딸 주애 등이 지난달 5일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됐다 전사한 북한군을 기리기 위한 '전투위훈기념관'을 찾아 기념식수를 한 자리에 동행했다.
당시 김주애의 뒤에 서 있다 뭔가 재촉하는 듯 팔로 주애를 미는 듯한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노광철의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영상을 분석한 대북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삽질을 하는 바로 뒤에 위태롭게 서있던 주애를 보호하는 한편, 부녀가 함께 기념식수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려는 의도를 간파한 노광철이 적절한 시점에 맞춰 삽을 들고 있던 주애가 동참토록 하려는 모습이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부 장면에 시선이 쏠려 빚어진 해프닝이란 얘기다.
한 관계자는 "김주애의 모습에 지나치게 관심이 쏠리다보니 일부 언론과 대북 관측통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양상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북한은 금명간 노동당 제9차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당과 내각, 군부의 고위 인사에 대한 물갈이 인사의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의 고강도 질책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불사조' 김덕훈이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