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등 속 새해 경영 기조 주목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일 사장단 회의 겸 만찬을 앞두고 어떤 경영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지난 3월 '사즉생(死卽生)'과 '독한 삼성인'을 앞세워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강도 높은 위기의식을 주문한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 회복과 실적 반등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메시지의 결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각각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와 인공지능전환(AX) 기반 혁신을 강조한 가운데, 이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위기 경고를 넘어 '초격차 복원'을 위한 과감한 실행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사즉생' 이후 9개월…위기론에서 복원론으로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사장단 회의 겸 만찬을 열고 올해 경영 환경과 주요 사업 현안을 공유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노태문 DX부문장 사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이 총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초 임원 대상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사즉생(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뜻)'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와 TV,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 전반에서 경쟁력 저하가 지적되던 시점에 나온 고강도 질책성 메시지였다.
당시 삼성은 메모리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었다. 완제품 사업 역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허용하며 '글로벌 1등' 사업들이 동시에 흔들린다는 위기론이 확산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전반도체 사업 수장을 교체하고 기술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회장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영업에 나섰고, 대형 고객사 확보와 기술 로드맵 재정비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DS 반등의 신호…HBM·파운드리 성과 가시화
실제 삼성전자 DS 부문은 최근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사업부는 글로벌 고객사에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공급하고 있으며,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저전력 AI 서버용 모듈인 소캠(SOCAMM)2, GDDR7 D램 등 신제품도 잇따라 내놓으며 기술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수주 성과를 쌓고 있다. 2나노 GAA 공정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테슬라와 역대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대형 고객사들과의 협력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DS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AI 시대 대응과 기술 중심 전략을 분명히 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반도체 회사"라며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전례 없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며 고객들과 함께 AI 시대를 선도하자"고 말했다.
또 "최신 AI 기술과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반도체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반도체 설계부터 연구개발(R&D), 제조, 품질 전반에 적용해 반도체 기술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부문에 대해서는 "6세대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반드시 되찾자"고 했다.
◆ DX도 AX 전환 가속…AI로 제품·업무 혁신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 역시 AI를 중심으로 한 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DX부문의 모든 디바이스와 서비스 생태계에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AI 전환기를 이끄는 선도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이어 "AX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우리의 생각과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라며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과 사고까지 혁신해 업무 스피드와 생산성을 높여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술력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 역량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압도적인 제품력과 위기 대응력으로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자"고 했다.
DX 부문은 스마트폰, TV, 가전 등 주력 제품군에 AI 기능을 확대 적용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노 사장은 빠른 시장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과 유연한 경영 판단의 중요성도 함께 주문했다.
◆ 사장단 회의 관전 포인트…긴장 유지 속 실행 강조
재계에서는 이날 사장단 회의가 '사즉생' 이후 달라진 삼성의 위치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즉생'과 같은 직설적 표현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위기의식을 놓지 말고 실행력을 높이라는 주문은 형태를 바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고객의 눈높이가 곧 우리의 기준이어야 하는 시대"라고 밝혔고, 노 사장 역시 AX를 통한 업무 방식 혁신을 강조한 만큼, 이 회장도 기술과 고객, 실행을 중심으로 한 메시지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흥과 화성시에 위치한 DS부문 사업장을 점검하며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삼성전자의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