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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정체성, 영화 '비정한 도시'로 본 오늘의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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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1895년 시모노세키조약으로 50년간 일본 통치하에 있던 대만은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당시 중국(중화민국)의 국민당 장개석 정부에 귀속된다.

국민당 위주의 외성인(外省人)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본래 대만인 중심의 본성인(本省人)과 충돌이 빚어진다. 급기야 1947년 외성인에 저항하던 본성인들이 국민당 군대에 의해 사망하는 대참극 '2.28 사태'가 발생한다.

모진 세월 대만이 겪은 이런 비운의 과거사는 허우샤오셴(侯孝賢)감독이 만든 오래된 영화 비정성시(非情城市, 비정한 도시)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허우 감독은 영화를 통해 대만사회에 만연한 정체성 혼란의 연원이 무엇인지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은 2.28사태다. 2.28사태는 우리의 제주 4.3사태와도 유사한 사건이다. 이 사태로 인해 대만에는 계엄령이 선포됐고, 계엄상황은 1986년 야당이 결성된 뒤 1987년에야 해제됐다.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계엄 해제 이듬해인 1988년이다.

대만 본성인이란 본래의 원주민과 1945년 이전 오랜기간에 걸쳐 대륙 푸젠성 등지에서 건너와 정착한 사람들이다. 1895년 청일전쟁 패배에 따른 시모노세키조약으로 대만은 일본에 할양됐고, 이후 본성인들은 대륙과 단절된 채 대체로 일본에 순응하며 살았다.

 

이들과 달리 일본 항복 이후, 국공내전에서 전세가 기울면서 1949년 까지 대륙에서 쫓겨온 국민당 부류의 사람들을 외성인이라고 부른다. 본성인들은 민난어(闽南語 대만과 푸젠성 일대의 말)와 일본어를 쓰며, 외성인은 보통화(베이징 말)를 사용한다. 대만내 지역갈등과 정파및 진영 대립도 모두 이와 무관치 않다.

외성인들은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만에 피신해온 사람들이다. 장개석의 국민당 세력이 주축인 외성인들은 2.28 사태 이후 반세기 가까이 독재 체제를 유지했다. 이에비해 본성인들중에는 반 통일 대만 독립 경향의 민진당을 지지하는 주민이 많다.

영화 비정성시는 일본 왕의 항복 방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대만 기륭의 임아록(린아루)집안에서 장 손자가 태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임아록은 모두 4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첫째 아들 임문웅은 장사꾼이고, 둘째 문용은 의사였으나 전쟁중 군의관으로 필리핀에 징용된 뒤 실종됐다가 뒤늦게야 사망사실이 알려진다.

셋째 문량은 역시 전쟁중 통역관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뒤 우여곡절끝에 마약 밀매에 빠져든다. 마약조직의 고변으로 매국노로 체포돼 옥살이를 하다 출옥 후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넷째 문청(양차오웨이)은 어려서 벙어리가 된 사람으로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진보성향의 인사들과 반정부 활동을 벌인다.

영화속 임씨 아들 4명의 인생은 50년 일본 통치가 대만 사회에 남긴 궤적이며 1945년 해방(승전) 직후 혼란기를 살아간 대만인들의 아린 삶의 발자취다. 대만판 식민지 근대화론이듯 본성인 중심의 적지않은 대만인들은 일본 식민 지배가 대만 경제와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와달리 외성인(국민당 장개석 세력)에 대해서는 '낙후하고 무능한 집단이 자신들을 통치하려 한다'며 독립을 위해서는 차라리 연미친일(連美親日)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현대 대만인들은 일본문화를 추종하고 일본제품을 선호하며 일본에 호감을 가진다.

해방후 장개석의 국민당 정권에 의해 매국노로 체포된 임씨의 셋째 아들 문량은 "일본인과 국민당 대륙인(외성인)한테 짖밟힌 우리 대만인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다"고 억울함을 토로한다. 그의 이 말은 본성인 중심의 대만 사회가 겪는 정체성 혼란의 단면을 드러낸다.

비정성시 영화속 넷째 아들 문청은 외성인 국민당 정권과 투쟁을 벌이는 본성인 지식인이다. 그는 청나라가 민중(본성인)의 뜻을 거슬러 시모노세키조약으로 대만을 일본에 갖다 바치더니 이제는 무능한 국민당이 대만과 주민의 삶을 결단내려 든다고 규탄한다.

본성인들은 장개석의 국민당 정권이 부패를 일삼고 대만을 실업과 고물가의 지옥으로 몰아넣을 거라며 일본의 바통을 이어 대만 통치 세력이 된 외성인 국민당 세력에 항거한다.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던 끝에 결국 밀수 담배팔이 노인의 사망사건이 도화선이 돼 1947년 국민당군의 본성인 대량학살 2.28사태가 발생한다. 영화 비정성시는 희망을 잃고 점점 더 비참해져가는 본성인 대만인들의 삶에 앵글을 맞춘다.

1949년 10월 대륙에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고 국민당도 대만에 정부를 세웠다. 40년간의 게엄통치를 뒤로하고 지금은 국민당과 민진당이 주축이 돼 선거로 정권을 교체한다. 현재의 집권당은 외성인으로 부터 핍박받았던 본성인 기반의 민진당이다. 민진당은 '연미친일(連美親日)' 과 함께 독립을 꾀하면서 또다른 유형의 '외성인' 중국 공산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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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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