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구룡에서 41명이 숨진 화재 이후 최악의 비극
철거 예정이던 대나무 비계가 불길 확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홍콩 북부 타이포(Tai Po) 지역에서 26일(현지시간) 여러 고층 주거용 건물이 화재로 전소되면서 현재까지 최소 44명이 사망하고 279명이 실종됐다. 이번 화재는 지난 30년간 홍콩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화재는 26일 오후 2시 51분 타이포의 공공주택단지 '왕푸코트(Wang Fuk Court)'에서 처음 신고됐고, 소방당국은 약 40분 뒤인 3시 34분, 화재 경보를 최고 단계 바로 아래인 '4급 화재(No.4 Alarm)'로 격상했다. 왕푸코트는 8개 동, 약 2000가구 규모의 대형 HOS(분양형 공공주택) 단지다.
로이터통신은 소방관들이 밤새 진화 작업을 이어갔지만 고열과 짙은 연기로 뒤덮인 32층 건물들로 접근이 어려워 왕푸코트 단지 상층부까지 도달하는 데 고전을 겪었다면서, 많은 주민들이 내부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건물 중 하나의 창문이 시공사가 시정비 작업을 위해 설치한 난연 기준에 미달하는 보호용 비닐 시트와 플라스틱, 그리고 폼 재질로 밀봉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청 수퍼린텐던트 에일린 청은 "우리는 해당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을 범해 사고가 발생했고, 화재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며 큰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공사 소속 남성 3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사망자 44명 중에는 소방관 1명이 포함됐으며, 45명은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홍콩 경찰은 새벽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주거용 건물 4개 동의 화재는 진압·통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BBC 등에 따르면 27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들에게 "우선순위는 화재를 진압하고 갇힌 주민들을 구조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부상자를 지원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지원과 복구, 이후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 900명이 8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 진압과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력 대응'을 지시했다.
홍콩 교통부는 타이포 로드(Tai Po Road) 구간 전체가 폐쇄되었고, 버스도 우회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국은 화재 및 교통 혼잡으로 인해 최소 6개 학교가 목요일 휴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화재는 1996년 11월 구룡 지역의 상업 건물 화재로 41명이 숨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다. 당시 화재는 내부 보수공사 중 발생한 용접 작업이 원인이었다. 해당 사고 이후 고층 건물의 안전 기준과 화재 방지 규정은 대폭 강화됐다.
홍콩 정부는 2019~2024년 사이 대나무 비계 관련 사망 사고 22건을 문제로 지적하며, 올해 3월부터 단계적 폐지를 시작한 상태다. 또 공공 건설 작업의 50%는 금속 비계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왕푸코트는 홍콩의 대표적인 고층 주거 단지 중 하나이며,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타이포는 중국 본토와 가까운 교외 지역으로 약 3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거 시장으로 오래전부터 사회적 불만의 원인이 되어 왔는데, 이번 참사가 12월 초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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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6일 타이포 왕푸코트 주거 단지 여러 건물에 불길이 번진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