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출신 김병욱·김현정 통로 역할, 이재명 지지
"금융이 따뜻한 산업 되도록 근본적 구조 개혁해야"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금융인들이 지지선언이 이어졌다.
보수적인 성향의 금융권 인사들은 쉽게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지만, 주로 전직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선마다 지지선언을 해왔다. 올해 대선에서도 금융권 출신인 김병욱 자본시장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통로로 157명의 전현직 금융인사들이 지난 12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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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인사 157명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
지지 선언을 한 금융 인사는 김옥찬 전 KB국민지주 사장, 정한기 전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초대회장, 김상택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 노융기 전 산업은행 부행장, 최재호 더희망금융포럼 대표, 마호웅 자본시장 금융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이었다.
이날 지지선언에 참여한 정의동 전 코스닥위원회 초대 상임위원장은 "나는 평생을 보수주의자로 살아왔다"며 "하지만 계엄령 사태와 윤석열 정부의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며 자칭 보수세력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정 상임위원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처럼, 지금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통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이재명 후보의 중도보수적 가치에 기반한 국민통합 메시지, 그리고 '대권은 권력을 쥐기 위함이 아니라 일할 권한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은 오늘날 정치에 필요한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은 "금융산업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국민 신뢰는 여전히 낮다"며 "AI 시대를 이끌 신기술산업의 마중물 역할,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질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금융인 157명은 이날 지지 선언문에서 "청년층의 금융접근성과 재도전 금융을 위한 시스템 구축, 중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 금융지원이 강화돼야 하며, 금융이 따뜻하고 감동 있는 산업이 되도록 근본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공정한 시장질서와 법·제도 정비, 규제 합리화,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기업지배구조 투명화 등 금융시장의 대개혁이 이 후보의 리더십 아래 실현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들 157명은 "K-이니셔티브는 자본시장과 금융개혁을 통해 국민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국가 프로젝트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함께 금융의 미래를 설계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금융노조도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협의를 통해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견제와 금융 공공성 강화, 노동시간 단축 등 다각도의 금융개혁 과제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경선과 후보 교체의 부침 때문인지 아직 금융권의 공개 지지는 없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외국 국적의 금융계 인사들과 정책 등에 대한 교류는 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권 인사의 공개 선언은 없었다.
금융인들의 대선후보 공개 지지는 이번 대선 뿐이 아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과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김주하 전 NH농협은행장 등 금융인 110명이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고, 권오형 전 삼덕회계법인 대표, 정정희 전 하나은행 부행장 등 전현직 금융·경제인 1150명이 공개 지지를 표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도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시석중 전 IBK자산운용 대표 등 700명이 지지 선언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전직 인사들의 대선후보 지지선언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금융계 인사는 "이런 분들이 금융계를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대선에서 창출되는 자리가 있기 때문에 주로 전직 인사들이 의사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금융계 인사는 "대선마다 금융계 인사들이 지지 후보 선언을 하는데 주로 유력주자"라며 "얼마나 금융계의 관치금융이 강한지 드러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인사 역시 "지지 선언을 한 분들의 면면을 보면 금융계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유력 후보 캠프에서 금융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