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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쉬는 청년' 속사정 들어보니…"쉬는 게 아니라 버티는 중"

기사입력 : 2025년05월06일 06:01

최종수정 : 2025년05월06일 06:01

'쉬었음' 청년들, '눈이 높다'는 편견에 가려진 불안과 사투
"청년 개인 탓 아닌 구조적 문제…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서울=뉴스핌] 최수아 인턴기자 = 청년 고용률은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가운데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 인구가 올해 2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는 "쉬었다"고 말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쉰 적이 없다"고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3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5%로 전년 동월 대비 1.4%포인트(p) 하락했다. 실업률은 7.5%로 1.0%p 상승했고,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45만5000명으로 3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쉬었음' 청년이란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 활동 등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청년들을 말한다. 6일 뉴스핌 취재 결과, 이들 대부분은 비자발적 '쉬었음'을 견디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스핌] 최수아 인턴기자 = 카페에서 구직 사이트 '잡코리아'에 기업을 검색하고 있는 20대 청년의 모습. 2025.05.02 geulmal@newspim.com

◆ '눈이 높은 청년' 프레임의 허상

20대 후반 김지예 씨는 2년째 취업 준비 중이다. 졸업 후 한 기업에 입사했지만, 이른바 'MZ사원' 낙인 찍기와 불합리한 업무 구조 속에서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그는 '쉬었다'는 말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쉬었다는 단어는 긍정적이지 않느냐. 몸도 마음도 편안한 상태. 그런데 저는 반대였다. 도서관에서 시험 공부에 매진하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나빠졌다"고 토로했다.

졸업 후 취업 시험을 준비 중인 김지수(25) 씨는 "청년들이 눈이 높아서 취업을 안 한다"는 사회적 시선에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교육 수준이 높아져 대학 졸업자는 늘어났는데, 충분한 대우를 받기 어려운 일자리만 있다"면서 "청년들이 눈이 높은 게 아니라 사회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김시연(24) 씨는 해외 취업을 준비하며 졸업 후 10개월째 쉬고 있는 상태다. 졸업 후 공백기 없이 취업하고 싶었지만, 지원서를 셀 수 없이 넣으며 비자발적으로 쉬고 있다. 그는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하려고 애쓰는 과정이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원하는 일을 위해 취업을 늦추는 경향을 눈이 높다고 치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증가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자발적 사유와 비자발적 사유의 기여율이 각각 28%, 72%로 나타났다.

전문대 졸업 후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한 송재희(25) 씨는 "구직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재희씨의 동기들도 초대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류에서 걸러지기도 해 결국 다시 학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4년제에 진학했다.

그는 "저는 기성세대가 말하는 '제대로 된' 취업을 하기 위해서 학력이라는 단계가 충족되지 못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초대졸자는 학력을 이유로 서류 탈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5.03.19 choipix16@newspim.com

◆ 일 대신 삶을 선택한 청년들

자발적으로 쉼을 택한 사람들도 있다. 박진규(38) 씨는 몇 년 전 일과 삶의 균형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회사를 그만둔 후 간간히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박씨는 '쉬었음'이라는 표현에 대해 "구직 단념을 돌려 말하면서도 충전을 갖는 시간으로 부정적 뉘앙스를 없앤 표현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야 잔뜩 사둔 책을 읽을 수 있었고, 평일에 미술관에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유진(28) 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두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며 당분간 구직을 미뤘다. 경쟁적인 시험을 준비하며 몸과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모님과 생활하고 있다. 제 생활비는 단기 아르바이트 급여로 충당한다. 전시나 공연 보는 게 취미다. 지금은 시간이 있어 자주 보러 다닐 수 있어 좋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도 "또래들을 보면 불안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 구조적 실업 문제 속 반복되는 실패로 인한 좌절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쉬었음 청년 현상을 '소진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부를 하며 스펙을 쌓았으니 기대 수준이 높다"면서 "그런 곳(양질의 일자리)의 구인은 제한돼 있다. 그로 인한 괴리감과 반복된 실패 경험이 청년들을 그냥 쉬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청년 실업난은 청년 개인 탓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면서 "로봇·AI 발달로 일자리 창출 없는 현재의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사회 구조적 여건 때문이라 사회 전체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 김지현 사무처장은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를 기피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쉬었음 청년 증가 원인은 부모 세대보다 높은 학력임에도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쉬고 있는 청년층이 증가하는 현상은 향후 노동공급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수많은 서류탈락을 겪고 있다는 김시연 씨는 인터뷰 끝에 한마디를 남겼다. "모든 청년들이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마음껏 고집부리며 살기를, 개개인의 다채로운 삶들이 정량적으로 평가되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geulma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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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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