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및 보따리상 부재로 인한 매출 급감
현대·신세계·롯데 등 주요 면세점, 시내점 철수
유커 비자 면제도 실효성 낮아… 업계, 현실적 판단 반영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면세업계가 시내면세점 철수를 본격화하고 있다. 면세사업 전반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관광객에 초점을 맞췄던 시내면세점부터 정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부의 비자 면제 추진에도 불구하고 면세사업의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시내면세점에 대한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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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전경 [사진=현대면세점] |
◆ 시내면세점, 매출 위기 속 구조조정 가속화
1일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을 축소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내면세점 철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규모 시내면세점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전체 면적 중 35%에 해당하는 타워동을 철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올해 1월 부산점을 폐점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면세사업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주요 면세점 4개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4사 영업손실 합계는 3000억원에 육박한다.
가장 큰 원인은 핵심 고객층이었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와 따이궁(보따리상)의 부재다. 면세업계는 해외여행 수요 회복에 따른 반등을 기대했으나, 중국 내 따이궁 규제 강화와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실적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단체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꼽는 시내면세점은 공항 면세점보다 타격이 더 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시내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4억321만 달러로, 지난해 12월(6억3363만 달러) 대비 36.4%, 전년 동기 대비 57.3% 급감했다.
현대면세점은 이날 시내면세점 효율화와 더불어 전환 배치, 희망퇴직 등을 포함한 조직 개편에도 착수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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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내부 모습. [사진=조민교 기자] |
◆ 젊어진 관광객, 바뀐 쇼핑패턴… 면세점 외면
면세사업 부진의 배경으로는 방문객 연령대 변화와 소비 성향의 변화가 꼽힌다.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젊은 층이 많아졌고, 이들은 면세점보다는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같은 시내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처럼 따이궁이 돌아오더라도 예전만큼의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 장기화로 중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3분기 중 유커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 정책을 펴고 있지만, 면세업계가 이를 기다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은 단체 관광객 유입이 핵심인데, 현재는 개별 관광객이나 젊은 소비자가 중심이라 수익 구조에 맞지 않는다"며 "이미 매출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구조조정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