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당 600~800달러의 추가 비용 발생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중국의 글로벌 조선산업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꺼내든 규제 조치들이 글로벌 해운사들의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국적 선박 및 중국산 선박에 최고 150만 달러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수출품 중 일정 비율은 미국 선적이나 미국에서 만든 선박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현지시간 11일 경제전문매체 CNBC는 미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대규모 선단을 운영하는 주요 해운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의 최고경영자이자 세계해운협의회(WSC) 회장인 소렌 토프트(Soren Toft)는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개최된 TPM 콘퍼런스(Trans-Pacific Maritime Conference 2025)' 에서 해운업계가 추가 부담할 비용이 200억 달러를 상회, 컨테이너당 600~8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해운 네트워크를 바꾸거나 운송 지역을 축소해야 한다. 아니면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 비용이 부과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드 리스트 자료에 따르면 MSC의 경우 선단의 24%는 중국산 선박으로 구성돼 있고 신규 선박 발주량의 92%가 모두 중국 조선소에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입향료가 부과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입항을 줄이거나 컨테이너를 다른 항구로 돌려야 한다.
토프트 CEO는 "컨테이너 수송을 위해 더 많은 선박을 추가할 수 있지만 항구 수용 능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항구들은 물류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트럭과 철도망 등 컨테이너 수송에 필요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물동량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일부 항구의 화물 적체로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항구들은 하루 24시간 주 7일 가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항구의 운영률은 주당 근무시간 기준 60%에 그친다.
세계 2위의 해운사인 머스크(Maersk)를 비롯해 CMA CGM, 하팍 로이드가 보유한 선단의 중국산 선박 비중은 각각 20%, 41%, 21%에 달한다. 신규 선박 발주에서 중국 조선소가 차지하는 (수주) 비중 또한 79%, 54%, 89%로 압도적이다.
최근 수년 급성장한 중국 조선산업은 모든 선박 건조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았다. 해사업계 데이터회사 베슨 노티컬(Veson Nautical)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컨테이너선 조선 점유율은 81%, 벌크선 조선 점유율은 75%에 달했다.
선박분석기업 베셀봇(VesselBot)에 따르면 작년 미국에 반입된 수입품의 21%가 중국산 선박에 실려 들어왔다.
미국 조선 산업 재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초기 혼란은 얼마든지 감내하겠다는 자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의회 연설에서 백악관내에 조선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미국 안에서 더 많은 선박이 건조 되도록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의회도 초당적으로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미국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 및 항만 인프라법안(SHIPS Act)'을 발의한 상태다.
법안 발의자인 마크 켈리 애리조나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중국은 5500척 규모의 글로벌 선단을 운영하고 있으나 미국 선단은 100척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켈리 의원은 조선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10년 동안 250척의 선적을 미국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선적으로 바꾸면 미국인 선장에 미국 보험사에 가입하고 미국의 해양안전기준을 지켜야 한다.
허드슨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소유 선박의 약 70%가 중국에 등록돼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10대 해운대국의 선단 중 27%만 국적기를 단 선박이다. 미국 선단의 43%는 미국 선적이다.
세네타(Xeneta)의 해운부문 수석 애널리스트인 피터 샌드는 "중국 조선의 독점은 최근 5년 동안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과 리스 기관의 매력적인 금융 지원, 품질 향상, 한국 조선소를 겨냥한 경쟁적인 가격 정책 등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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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조선소가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ys174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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