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터넷은행 신규 취급액 30% 이상 중·저신용자로"
가계대출 관리하면서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골치 아픈 인뱅
지난해말 중·저신용자 공급액 대폭 늘린 카뱅, 건전성도 악화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지난해 2분기부터 가계대출 관리와 중·저신용자 포용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었던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딜레마가 올해 가중될 전망이다. 도입 취지상 중·저신용자에게 분기별로 소정의 대출을 공급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은 시중은행보다 3배 높은 수준인데, 올해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를 강화하면서 건전성 관리도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민생 경제 점검 회의'에서 발표된 '서민 금융 지원 강화' 방안에 따르면,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는 평잔 기준 30% 이상이었지만, 신규 취급액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로 채워야 한다는 기준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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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은 관리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늘린 결과 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스핌] |
인터넷은행권에서는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기본적으로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신설된 규정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인터넷은행 연체율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 0.48% ▲케이뱅크 0.88% ▲토스뱅크 0.99%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최대 3배 수준이다.
가계대출은 줄이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은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는 불만도 나온다. 인터넷은행 3사의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은 ▲1분기 61조2862억원 ▲2분기 66조473억원 ▲3분기 68조9275억원으로 금융당국이 대출 관리에 칼을 빼 든 2분기부터 증가폭이 절반 이상 축소됐다. 같은 기간 중·저신용자 대출 신규 공급액 역시 ▲1분기 1조4812억원 ▲2분기 1조2211억원 ▲3분기 1조83억원으로 2분기부터 감소했다.
인터넷은행 중 가장 몸집이 큰 카카오뱅크만 떼놓고 보면,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은 ▲1분기 40조1910억원 ▲2분기 41조1440억원 ▲3분기 41조2240억원 ▲41조3080억원으로 역시 2분기를 기점으로 증감률이 0%대로 떨어졌다. 반면 중·저신용자 대출 신규 공급액은 지난해 3분기 5400억원에서 4분기 7300억원으로 35.2% 뛰었다.
가계대출은 관리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늘린 결과 건전성은 악화했다. 지난해 실적 발표를 마친 카카오뱅크의 4분기 연체율은 0.52%로 직전 분기 대비 0.4% 상승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29%에 그쳤다. 연체기간 3개월 이상의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가며 0.3% 증가한 0.47%로 집계됐다. 무수익여신 규모도 2023년 말 1666억원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이미 3분기말 1874억원으로 직전 연도 규모를 추월했다. 무수익여신은 이자수입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말 그대로 '깡통대출'이다.
아직 지난해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취급하는 케이뱅크,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이 높은 토스뱅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연체율을 관리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담보대출과 고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것"이라며 "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영업할 수도 없고,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맞춰야 하는 인터넷은행으로서는 골치 아플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포용이 도입 취지인 인터넷은행은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뚜렷한 대책도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취약 차주 보호 의무를 소규모 신생 은행들에게 지우기 보다 사회적,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