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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금리인하 압박...2018년의 추억과 '월러'의 밑그림

기사입력 : 2025년01월24일 11:27

최종수정 : 2025년01월24일 13:02

트럼프와 연준 사이에 허니문은 없다
유가인하 거듭 피력...최선책은 트럼프의 유연성 발휘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를 내리라"는 압박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내러티브를 크게 바꿔 놓을 파급력을 지닌다.

수장이 몸소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전'의 최전선에 나선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확실한 보급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향해 금리를 내리자고 요구했다. 주요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한 상황에서 리플레이션 혹은 경기부양 공조를 주문하는 듯한 발언이다.

우격다짐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유가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다짐, 글로벌 금리인하의 대전제(인플레이션 압력 저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당장 이달 말(1월 28일~29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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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해 대선(11월5일) 이후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를 더 급하게 밀어 올린 것은 마가노믹스(Maganomics: 트럼프의 일방적이고 보호주의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공포, 그 자체다. 연준이나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공조보다 트럼프 스스로 자신의 정책에서 두어 걸음 더 물러나는 게(정책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글로벌 금리와 달러의 하락에는 더 보탬이 될 것이다. 이미 그 조짐은 일부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1. 2018년의 추억 ...허니문은 없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25bp(0.25%포인트)내렸지만 내용은 몹시 매파적이었다. FOMC 위원들이 제시한 금리 인하 전망(점도표)은 석달전보다 크게 후퇴해 `매파적 금리인하(Hawkish Cut)'로 평가됐다.

당시 일부 위원들의 매파적 (정책금리 경로) 전망에는 '그가 온다'는 인식이 크게 자리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반(反)이민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길 위험이 큰 만큼 향후 통화정책도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트럼프의 정책 재료가 반영되기도 전에 이미 미국의 몇몇 인플레이션 지표는 불길한 신호음을 보내고 있다. 연준내 이러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면 트럼프와 연준은 한바탕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018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 자산시장에선 글로벌 리세션 우려가 고개를 내밀었다. 중국 등 주변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관세 공격이 보복에 보복을 낳고 글로벌 물동량과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때를 같이 해 트럼프는 '연준이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연준에 대한 공세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무역전쟁을 후방에서 적극 보필하라는 요구였는데, 연준은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그해 연준은 금리를 4차례(100bp) 더 올렸다.

갈등의 정점은 2018년 10월 3일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가 주최한 애틀랜틱 페스티벌에서 파월 의장이 내놓았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며, 현재 중립금리까지 한참 멀다"고 했다. 경기(인플레이션)의 과열도 수축도 없는 균형 수준의 금리(중립금리)까지는 아직 거리가 먼 만큼 트럼프의 압박에도 우리는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마이 웨이(My Way)" 선언이었다.

뉴욕증시를 비롯해 위험 자산 전반이 본격적으로 부러졌던 출발점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 [사진=블룸버그]

2. 월러 이사의 밑그림대로

연준은 부랴부랴 이듬해(2019년) 금리를 3번 내리며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그 때의 학습효과가 선명한 만큼 이번에도 파월 의장과 연준이 트럼프의 요구에 강경하게 맞설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지난 2020년 트럼프가 연준 이사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와 같은 인물은 이미 트럼프의 복심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강경 매파로 활약했던 월러 이사의 최근 발언은 그 정치적 배경과 더불어 눈여겨볼 만하다. 향후 연준 내부의 여론과 금융시장 분위기를 파월 의장이 아니라, 월러 이사가 주도할 가능성도 도사린다.

FOMC 정책결정에 항상 한 표를 행사하는 월러 이사는 지난 16일 CNBC에 출연해 자신이 예상하는 대로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진다면 연준이 올해 여러 차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목표(2%)에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다"며 "연내 3~4회 인하가 여전히 가능하고, 오는 3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매파에서 극강의 비둘기로 개종을 알린 월러 이사의 이러한 발언은 향후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와 공명하며 연준 안팎에서 한층 묵직한 파급력을 지닐수 있다.

☞연준 매와 비둘기의 둥지 바꿈이 시작됐다...그 분이 오기에!

이달말 예정된 FOMC에서는 연준의 금리 동결이 유력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에도 어떤 변화가 생길지 시장은 주목할 것이다. 여전히 불안한 인플레이션 환경 때문에 당장 금리인하는 여의치 않더라도 장기물 국채금리를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양적긴축(QT) 종료 스케쥴을 앞당기는 듯한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연준 내에서는 QT를 종료하더라도 연준이 보유한 국채의 잔존만기를 줄여야 한다는, 즉 장기물 보유를 줄이고 단기물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연준 보유 국채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둘러싼 논의는 QT 종료 후에도 장기물 국채 수급의 불확실 요소로 남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 [사진=블룸버그]

3. 유가 외에도 트럼프의 유연성이 더 필요하다

간밤 트럼프의 "금리인하" 발언에 미국 국채시장이 보인 반응은 흥미로웠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위가 막히는 듯했지만 장기물(10년물)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외신이 전한 채권 시황에서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의식됐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사실 채권시장의 반응은 교과서적이었다. '지금의 조건 하에서 연준의 섣부른 금리인하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겨 장기물 금리를 더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의 고용통계가 보여주듯 미국의 노동시장 수급은 여전히 빡빡하다. 여기에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이 본격화하면 이들이 주로 몸담았던 서비스 섹터에서는 임금 상승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된다.

미국의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다소 주춤했지만 미국 가계는 여전히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고 있다. 가계의 기대 인플레이션 또한 높아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인하를 서두르면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만 불필요하게 자극할 위험이 커진다.

물론 트럼프도 연준만 마냥 괴롭힐 생각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데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안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대거 늘리고, 중동 산유국의 증산을 압박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국제 원유시장 내 브렌트와 WTI 가격 추이 [사진=koyfin]

이 경로는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트럼프의 의도대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해 물가 압력이 누그러지면 연준이 금리인하를 앞당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미국의 장기물 국채 금리도 달라진 (에너지 가격 하락에 근거한) 인플레이션 전망에 바탕해 고도를 낮출 수 있다. 주변국을 압박하던 달러의 굴레도 느슨해져 주변국 중앙은행들 역시 금리인하에 동참하기 수월해진다.

여기까지가 트럼프가 간밤(1월23일) 제시한, 유가에 연동한 금리와 달러의 미래다.

다만 그 방향으로 매크로 가격들이 결국 이동한다 해도 모든 정책에는 시차와 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미국내 에너지 증산이 얼마나 신속하게 전개될지 알 수 없고, 중동 산유국들이 트럼프의 뜻대로 움직여줄지도 지켜봐야 한다.

본질적으로는 트럼프의 정책 유연성 발휘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지난해 가을 이후 한층 가팔랐던 달러 강세와 시장금리(특히 미국 장기물 국채금리) 상승은 트럼프가 전개할 주요 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 함수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변수(X)값, 즉 트럼프의 인플레이션적이고 마찰적인 정책(관세, 反이민, 감세 등)들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많이 유순해지면 그 결과물(달러와 시장금리) 또한 굳이 연준을 닥달하지 않아도 방향을 바꾸게 된다.

취임식 당일 트럼프가 관세 정책과 관련해 보여준 유연성은 그 첫 신호일 수 있다. 시장은 현실의 벽 앞에 트럼프의 정책들이 얼마나 더 유연해질 것인지 주시할 텐데, 일단 취임식 이후 뉴욕증시 분위기는 트럼프발 '충격과 공포'보다는 '현실과 타협'쪽으로 좀 더 기울어 있다. 물론 트럼프의 성정상, 그의 정책을 둘러싼 많은 것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 MAGA의 현실감각과 유예된 관세공포..기한은?


osy7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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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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