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증권·금융 은행

속보

더보기

[퇴직연금 갈아타기] ③ '연금자산 10억 만들기'...미국 ETF로 간다

기사입력 : 2024년10월27일 09:01

최종수정 : 2024년11월04일 08:55

미국인 14억 연금자산 흔해, 美 증시 덕분
워런버핏 유언도 S&P500에 투자 권유
한국인 연금 10억 만들기 '퇴직연금+연금저축'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요즘 한국 직장인 사이에는 '연금 자산 10억 만들기'가 유행이다. 그 중심에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이 있다. 만 25세에 취업한 직장인 기준으로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30년 이상 불입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 미국인 14억 연금자산 흔해…한국과 다른 이유는?

한국에서 현재 연금 자산 10억원을 달성한 사람은 거의 희박하다. 반면 401K 은퇴계좌에 14억원(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미국인은 무려 49만7000명(2024년 2분기 기준)에 달한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31%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미국인들이 은퇴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관련 주식에 집중 투자한 덕이다. 반면 한국인들의 퇴직연금은 여전히 87%가 원리금 보장상품에 머물러 있다. 이런 구조로 은퇴시점에 연금 10억원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인 중 상당수는 해외주식 활황으로 쏠쏠한 수익을 봤다. 이에 현재 30대, 40대, 50대 직장인 중에는 퇴직연금 계좌 안에도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ETF에 집중 편입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 워런버핏 유언도 S&P500에 투자해라

이런 변화의 핵심은 결국 수익률이다. 한국인들의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ETF 사랑은 엄청나다. 한국에 상장된 미국 주식 ETF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ETF의 순자산총액은 4조9100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는 3조8300억원이다.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KB자산운용까지 상위 4개사만 다 합쳐도 15조원이 훌쩍 넘는 엄청난 규모다. 이는 한국 투자자들이 절세 혜택을 감안해 본인의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에 S&P500과 나스닥100 ETF를 대거 편입한 덕이다.

투자의 달인 워런버핏도 유언장에 "내가 죽거든 재산의 90%는 미국 S&P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는 유언을 남긴 바 있다. 이는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배우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다. 그 만큼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S&P500 지수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 연금자산 장기투자…변동성 못 버텨?

그런데 평범한 직장인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주식시장에서 25~30년 이상 장기투자 하는 게 가능할까? 최근 몇 년간은 워낙 증시가 호황이라 많은 직장인들이 미국 주식 장기투자에 확신을 보인다. 하지만 시계바늘을 25년 전으로 돌려보면 주식 장기투자가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주식 투자 수익률은 기준점이 어느 연도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IT 버블의 정점인 2000년도를 투자 시작점으로 가정해서 25년 간의 수익률을 계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000년도의 IT 버블 붕괴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이전의 나스닥 지수 폭등부터 살펴봐야 한다. 나스닥 지수는 1998년 10월의 1344포인트를 바닥으로 2000년 3월의 5133포인트까지 불과 17개월 만에 4배 가까이 폭등했다.

문제는 이 당시의 주가 상승은 정말 비이성적이었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신경제'라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서 회사 이름에 '닷컴'만 포함됐으면 사업성 상관없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미친 듯이 폭등했던 대버블의 시대였다.

그 이후 갑작스럽게 발생한 IT버블 붕괴로 시작된 주가 하락은 2000년 3월부터 시작돼 무려 31개월간 진행됐다. 심지어 이 하락 기간에 9.11 테러까지 터졌다. 증시의 숨통이 끊어질 듯한 복합 위기 상황이었다.

나스닥 지수는 이 때부터 3년 연속 하락해 2000년 -39%, 2001년 -21%, 2002년 -32% 폭락했다. 미국 S&P500 지수 역시 2000년 -10%, 2001년 -13%, 2002년 -23%로 3년 연속 약세를 보였다.

최고점 대비 지수 하락률은 더 극적이다. 이 당시 S&P500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50%였다. 나스닥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무려 -78%다. 한국증시도 심각했다. 2000년 한 해에만 한국 코스피 지수는 -51%, 코스닥 지수는 -79% 대폭락했다.

이후 주가는 잠시 회복됐지만 2000년대 후반기에 다시 시련의 시기가 찾아왔다.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S&P500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단 1년 만에 -58%, 나스닥 지수는 -55%를 기록했다.

만약 2000년초에 나스닥 지수 4069포인트로 투자를 시작했다면 9년이 지난 2008년말까지도 1577포인트에 머무르는 끔찍한 성적표를 받아 들여야 했다. 평범한 직장인 중에 9년 누적수익률 -60%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퇴직연금을 통한 주식 장기투자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다.

◆ 미국 주식 불패 신화는 2009년부터 시작

미국 주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체질이 확 바뀌었다. 2009년 한 해 동안 S&P500 지수는 23%, 나스닥지수는 44% 대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2017년말까지 9년 간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소폭이라도 마이너스를 보인 해는 각각 한 해에 불과했다. 그 한 해마저도 S&P500 지수는 -1%, 나스닥 지수는 -2%의 미미한 하락을 보였을 뿐이다. 미국 주식 불패 신화의 시작이다.

이 9년 간 S&P500 지수의 누적수익률은 196%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 누적수익률은 338%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 지수의 누적수익률은 199%, 코스닥 지수 누적수익률은 140%에 달한다. 본격적인 주식투자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 미국 주식 25년 장기 수익률은 최소 300%?

2018년부터 2024년 9월말까지 지난 6년 9개월 미국 증시에는 2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 변화는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으로 2020년 1분기의 일시적인 주가 대폭락이다. 하지만 이후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에 힘입어 주가는 오히려 급등세를 이어 갔다.

두 번째 변화는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2022년에 발생한 증시 조정이다. 2022년에 S&P500 지수는 -19%, 나스닥 지수는 -34% 폭락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50% 이상 대폭락과 비교하면 양호한 조정이다. 또 이후 2023년과 2024년의 연속 상승으로 다시 전 고점을 돌파하며 새로운 신고가를 갱신 중이다.

정리해 보면 2000년 IT 버블 당시의 고점 수준에서 주식 투자를 시작했더라도 지난 25년 간 미국 S&P500 지수의 누적수익률은 무려 292%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한 때 -70% 이상 폭락했음에도 지난 25년 간 누적 수익률은 347%다. S&P500 지수 수익률을 능가한다. 가장 고점이었던 2000년도가 아니라 더 낮은 지수대에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결이 좀 다르다. 한국 코스피 지수의 25년 간 누적 수익률은 152%로 그나마 양호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수익률은 -70%로 심각하게 부진하다. 이는 2000년의 IT 버블 당시 코스닥 지수가 워낙 비이성적으로 폭등했던 영향이 크다. 어쨌든 한국 주식에 장기투자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설명되는 데이터다.

◆ 고평가 논란 미국증시…계속 투자해도 될까?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지난 25년 간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1000원에서 140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현재 환율 1390원 레벨에서는 상당한 환차익이 발생 중이다.

지금도 수 많은 직장인이 본인의 퇴직연금 계좌에 한국 주식 대신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ETF를 집중 편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증시 고점 논란이 한 창이다. 

과거 사례에서 봐 왔듯이 미국 시장이 유망해도 진입시기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점 논란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존 보유자보다 신규 진입을 고려 중인 직장인들의 고민이 더 크다.

일단 1390원의 고환율부터 문제다. 또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인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ETF를 선뜻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하기에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권하는 건 적립식 투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가 인기 있는 건 고배당,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미국에 몰려 있는 강력한 인공지능 기업들, 미국의 국제적 위상, 장기적인 달러 강세 전망 등 복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반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며 "만약 현재의 미국 주가지수가 부담스럽다면 적립식 투자를 통해 투자시기를 분산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며 미국 주식 ETF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10~20년 뒤에는 퇴직연금으로 '연금 자산 10억 만들기'에 성공한 직장인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을까? 한국 은퇴 예정자들의 미래가 미국 증시에 달려 있는 이유다.

 

longinu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사진
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