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사 4명 연임안 재가 '아직'
"연임 불발 시, 신규 임용 절차 또 밟아야"
野 "심각성 알려야…대통령실 항의 검토"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4명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연임 재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비롯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 줄줄이 공수처에 몰리고 있지만, 공수처의 인력난이 현실화되며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스핌DB] |
23일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 평검사 2명의 연임안을 아직 재가하지 않았다. 이들의 임기는 오는 27일 만료된다.
공수처는 지난 8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한 뒤 연임을 추천했지만, 임명 권한을 가진 윤 대통령의 결정은 두 달째 나오지 않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언론브리핑에서 연임 재가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저희도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공백을 예상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일단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인력난을 겪는 공수처 수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공수처 검사 현원은 처장, 차장, 부장검사 4명, 평검사 12명 등 18명에 불과해 정원인 25명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만일 이 중에서 검사 4명의 연임이 불발되고, 사의를 표명한 박석일 수사3부 부장검사의 사표 수리·평검사 1명의 임기만료가 이어지면 공수처 검사는 12명으로 줄게 된다.
이같은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공수처는 이날 부장검사 3명 및 평검사 4명에 대한 신규검사 채용 공고를 냈다. 다만 이는 현재 결원인 7명에 대한 채용 공고이며, 이 부장검사 등 연임을 추천한 검사 4명과는 무관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늘 낸 채용 공고는 현재 결원에 대한 것"이라며 "(연임이 불발되는) 상황이 오면 또 새로운 신규 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수처 검사들에 대한 연임 사례는 이전에 한 번밖에 없지만, 그땐 임기 만료 11일 전에 결과가 나왔다. 지금 상황보다는 빠르게 나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14 leehs@newspim.com |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검사들의 연임을 재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독립 기관인 공수처 수사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연임 불발 가능성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그게 현실화한다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지만 저희는 연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합 국정감사 때도 다시 한 번 연임 문제와 관련해 질의할 것"이라며 "원내에도 이 심각성을 알려서 대통령실에 항의하러 가는 방식을 검토하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연임 대상자 중 이 부장검사와 차 기획관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열심히 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연임이 불발된다면 연임 거부를 빙자한 수사방해"라고 꼬집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할 가능성이 큰 기관인데도,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공수처 입장에선 대통령 측근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 간 협조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공수처는 지난 7일 김 여사 명품가방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 불기소 결정문과 수사기록 목록 등을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공수처는 채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해병대 관계자들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으로부터도 아직 수사 자료를 받지 못했다. 공수처는 검찰 등에 고위공직자 범죄 관련 수사 기록 제출을 요청할 수 있지만, 기관이 불응하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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