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오류에 실적 하루 앞서 공개
가이던스 실망, 中 사업 비중 축소에 주가 낙폭 1998년 이후 최대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주가가 기대 이하의 실적 가이던스에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ASML의 실적은 기술적 오류에 예정보다 하루 앞선 1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ASML은 이날 2025년 순매출액이 300억~350억 유로(약 44조6000억~52조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것이 지난 2022년 인베스터 데이에 밝힌 가이던스의 하단 부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9월 종료) 예약 매출은 26억 유로로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전문가 기대치 56억 달러에 한참 못 미쳤다.
크리스토프 포케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의 강력한 개발과 상승 잠재력이 크지만, 다른 시장의 부문은 회복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있다"며 "회복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점진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ASML은 미국과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로 중국 사업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 예측치는 기존 49%에서 20%로 크게 위축됐다.
네덜란드 남부 노르트브라반트주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 본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ASML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와 TSMC에서 사용된다.
이날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의 중국 사업이 전체 주문과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정상적인 비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일찍 ASML의 실적을 확인한 시장 참가자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ASML의 실적 공개는 기술적 오류로 이날 이뤄졌다. 실적 공개 후 미국 동부 시간 오후 1시 59분 전장보다 15.64% 급락한 123.9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낙폭은 지난 1998년 이후 최대다.
번스타인의 분석가들은 기대보다 약한 예약 주문과 실망스러운 2025년 전망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가릴 것으로 판단했다. 번스타인은 ASML의 가이던스 하향 조정이 2025년 기대와 관련해 주기 회복의 지연과 특정 고객 관련 어려움이 큰 부담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칸토의 분석가들은 ASML의 어두운 전망이 분명히 실망스러우며 반도체 업종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들은 ASML의 새로운 전망이 AI의 성장 스토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관련 주식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AMD와 인텔, Arm 홀딩스, 브로드컴, 마이크론의 주가는 2.3~6.2%의 낙폭을 기록했으며 엔비디아의 주가도 4.5%대 하락 중이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