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시장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기술 섹션을 비롯한 글로벌 마켓에 큰 충격을 줬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전장보다 4.19포인트(0.80%) 내린 520.57로 장을 마쳤다. 주요 섹터 중 기술주 낙폭이 가장 컸는데 이날 하루 6.5% 급락하면서 지난 2020년 10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내림세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22.10포인트(0.11%) 하락한 1만9486.19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80.09포인트(1.05%) 떨어진 7521.97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도 43.38포인트(0.52%) 내린 8249.28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102.10(0.29%) 하락한 3만4578.45에,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35 지수는 79.30(0.67%) 오른 1만1930.20으로 마감했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유럽 증시는 'ASML 충격'이란 말로 요약됐다. ASML 주가는 15.64% 떨어졌는데 이는 하루 기준으로 1998년 6월 이후 26년 4개월 만에 기록한 최대 폭락이었다.
당초 ASML은 16일에 3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실수로 실적 보고서가 하루 앞서 회사 홈페이지에 잠시 게시됐고, 이는 급속히 시장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이 자료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ASML의 3분기 수주량은 26억 유로(약 3조8700억원)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추정치 53억9000만 유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내년도 순매출 전망을 300억~350억 유로로 제시해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인 358억 유로를 밑돌았다.
ASML의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유럽 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양상이었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은 장 초반 상승세를 출발했지만 곧 하락세로 전환했다.
영국 온라인 투자플랫폼인 AJ벨의 재무 분석 책임자 대니 휴슨은 "그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이 AI(인공지능)에 대해 (과도한) 흥분에 휩싸였었는데 이제 ASML 같은 기업들이 균형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약세가 기술 섹터의 다른 부분에서도 재현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주식도 3.3% 가까이 떨어졌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 유가가 5%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오는 17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25bp(1bp=0.01%포인트) 인하가 흔들림없이 점쳐지고 있다.
특징주로는 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이 3분기 핵심 수익과 매출이 예상치를 상회했다고 발표한 후 10.8% 폭등했다.
영국의 주택 건설업체 벨웨이는 2025 회계연도에 최소 11% 더 많은 주택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면서 8.3% 급등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유럽과 다른 지역의 정제 마진 하락으로 3분기 다운스트림 실적이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후 4.8%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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