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초고위험 투자로 4849억 원 손실
이사회 회의자료 제출 거부 및 후속 조치 미비
감사원, 방문진에 철저한 관리·감독 요구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주식회사 문화방송(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2022년 11월 방문진이 MBC의 경영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국민감사청구에 따라 실시한 감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방문진은 MBC가 방문진 지침인 '문화방송 관리지침'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거나 단순한 경영사항 전달에 그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문진은 MBC로부터 보고된 대규모 투자 손실 및 내부 규정 위반 사실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조치를 수용하거나 제기된 지적 사항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더해 이사회 회의에서 논의된 경영 조치 사항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총 9개 사안 중 6개 사안에 대한 감사실시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방문진이 MBC의 경영 사항을 제대로 관리·감독했는지 여부를 점검했다.
감사 과정에서 방문진과 MBC는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에, 제출된 일부 제한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국회는 MBC의 특수한 성격을 감안해 MBC의 공영성과 경영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1999년 '방송문화진흥회법'을 개정, 방문진의 관리·감독 권한을 명문화한 바 있다. 이에 방문진은 MBC의 최대주주로서 '상법'상 권한 역시 보유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사진=뉴스핌DB] |
구체적으로 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사옥 매각대금 4849억 원을 초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 의결 없이 본부장 전결로 미국 리조트 펀드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리조트 펀드는 전액 손실로 돌아왔으며, 다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 역시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방문진 제11기는 2021년 2월까지 해당 투자 현황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고, 이후 MBC 측에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보고받았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MBC의 한 관계사도 여수와 인천에서 추진한 실내스포츠 테마파크 사업이 실패하며 최대 88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방문진은 해당 사업 추진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경영진 문책에 대해 형식적인 경고에 그쳤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방문진은 MBC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손실을 방치한 데 대해 형식적인 경고만 할뿐, 실질적인 문책이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사내근로복지기금에도 200억 원을 출연해 논란이 발생했으나, 방문진은 이를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또한 MBC는 음악 공연 투자와 방송권 투자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다. 방문진은 이와 관련된 실적과 미상환금액 발생 사실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주식회사 문화방송(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11일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3차 청문회 모습. 2024.08.21 leehs@newspim.com |
아울러 감사원은 "방문진에 MBC 내부규정 등 경영자료 53건과 이사회 회의자료 38건을 요청했으나, 방문진은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은 'MBC 자료를 감사원에 전달할 권한이 없다'며 제출을 거부했고, MBC도 기한 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방문진은 2021년 1월 14일 이후 MBC가 보안 이유로 이사회 회의자료를 회수해가도록 허용하거나 폐기한 뒤 사후 관리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방문진 이사장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고, 이사회 회의자료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의 요구했다.
또한 감사원은 방문진법 및 상법에 따른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