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예정 회담 이재명 '코로나 감염으로 밀려…"추석 전 성사 위해 협의"
민주당 내 '부자 감세' 반대 있지만 85% 득표한 이 대표 설득·관철 가능해
"또 다시 각자 할 말만 하고 결실 없으면 돌이킬 수 없는 정치 불신 받게 돼"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꽉 막힌 정국을 풀 것으로 기대됐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회담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주말 예정됐던 회담이 의제를 두고 양측 간의 의제 '샅바싸움'에다 회담 형식인 공개 여부를 두고 '생중계'와 '비공개'로 맞서다가 이 대표의 급작스러운 코로나 감염으로 잠정 회담 중단으로 휴업 상태로 들어간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이해식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과 회담 실무 협의 후 "국민의힘은 생중계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민주당이 요구하는 일부 공개 방식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어려운 민생을 감안, 추석 전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비공개 회담에 정책위의장이 배석하는 안을 제안했고, 국민의힘은 지도부와 협의해 구체적 형식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의 전부를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표 회담에서 민생 법안의 경우 별도 패스트트랙으로 가자는 제안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총선국면이던 지난해 12월 27일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스핌 DB] |
한 대표는 그동안 주장한 회담 전 과정의 '생중계'에서 한 발 물러서 꺼져가던 회담 동력을 되살렸다는 평가는 받았지만 회담에 임하는 양측 간의 입장 차가 커 성사를 낙관하기는 힘든 상태다.
그만큼 이른바 '민생 의제'를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생각이 크게 다르다. 이날 실무회담에서 이 민주당 비서실장은 "우리가 제시한 세가지 의제는 채해병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 지구당 부활 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반면 박 국민의힘 비서실장은 "각 당이 제시한 의제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민생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구당 부활 등을 받겠지만 채해병특검법(민주당 제안)과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받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 모두 대표회담에 임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득 계산을 한 '동상이몽' 속에서 회담에 임하고 있어 앞으로 의제조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대표 회담이 미뤄지면서 여야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등 비쟁점법안 처리를 예고한 상태고 29일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간호법'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합의를 통한 본회의 상정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추석 전 여야 대표 회담이 열리더라도 다른 비쟁점 법안을 찾기 힘들 정도로 여야간 곳곳에서 대립하고 있어'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맥락에서 종합부동산세 개정이나 금융투자소득세 등 세제개편에 대한 논의를 여야 협치(協治)의 출발선으로 삼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이 대표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 세제에 대해 국민의힘과는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개선이나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이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내내 캐치프레이즈로 '먹사니즘'을 내세우며 민생·실용 노선을 부각시켰다. 민주당의 오랜 금기였던 종부세에 대해서 1주택자에 한해 완화나 면제 등을 언급했으며 금투세에 대해서는 2차 유예(2022년 말 1차 2년 유예) 또는 보완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대표는 여기다 8·1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 "집 한 채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가족이 사망했는데 세금 때문에 그 집에서 쫓겨나야 된다 이런 상황은 막아야 되지 않나" 라고 말하는 등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도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민주당의 정책통 의원들이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 하는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종부세와 금투세, 상속세에 관해 '부자감세 반대'라는 민주당내의 반발 기류도 있지만 85% 넘는 득표율로 임기 2기를 시작한 이 대표가 이를 설득하고 관철해 내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대표 회담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전당대회 선출된 후 제안하고 한동훈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추진됐다. 두 사람 간의 제안과 수용이 있었지만 이 배경에는 지난 5월30일 출범한 22대 국회가 극한 정쟁으로 치닫으면서 합의 처리된 법안이 전무한 데 따른 강한 비판 여론이 있었다.
이런 정치적 배경에서 시작된 여야 대표 회담이 다시 각자 할 소리만 하고 아무런 결실도 내놓지 못한다면 그들이 매번 얘기하는 '민생'은 그저 말뿐이라는 국민의 실망감을 더할 뿐이다. 지지층은 물론 국민 대다수로부터 정치 전반에 되돌이킬 수 없는 '정치 불신'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양측은 명심하기 바란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