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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언문에 드러난 한·중·일 관계 현주소…미중 전략대결 여파로 협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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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회의 정례화 성과...안보 사안엔 선명한 이견
"평화·안정, 비핵화, 납치문제 각각의 입장 강조"
공급망, 첨단기술 등 민감 분야 협력도 애매하게
한중일 끝나자마자 한미일 결속...협력 유지 난망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중·일 정상들이 4년 5개월만에 서울에서 9번째 3국 정상회의를 갖고 3국 협력을 복원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국제정세 변화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2019년 8차 3국 정상회의 이후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고 '신냉전 구도'가 출현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 대결이 선명해진 탓에 3국 간 협력의 폭과 수준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실감한 회의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7일 이번 3국 정상회의의 결과물인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38개항으로 이뤄진 공동선언문에서 3국 정상은 인적교류, 기후변화 대응 등을 통한 지속가능발전, 경제·통상, 보건·고령화, 과학기술·디지털 전환, 재난 구호·안전 등 6개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또 3국 정상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문제 등 '제도화'를 위해 노력하기 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2024.05.27 photo@newspim.com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의 최대 현안인 북·러 무기거래는 논의되지 못했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모호하고 짧은 언급을 하는데 그쳤다.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정치, 안보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보다 3국이 부담없이 호응할 수 있는 분야부터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협의체다. 따라서 지역 정세와 안보 문제는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아니었고 논의 수준도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에 머물곤 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이전과 같은 원칙적 수준의 입장 확인 조차도 쉽지 않았다.

3국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3국이 각자 다른 입장을 전개했다는 의미다. 중국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내세웠고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9년 공동발표문에서 "한반도의 평화 및 안보, 번영 달성을 위해 노력", "유엔안전보장이사회결의에 따른 대화 및 외교를 포함한 국제 협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달성" 등이 명시된 것과 비교하면 4년 5개월 동안 중국의 입장이 크게 변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역정세에 관한 3국의 입장 차이가 분명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래도 그는 "미·중 전략대결과 지정학적 환경 등을 감안할 때 3국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긴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제정세가 급변했고, 중국이 최근들어 비핵화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표현에 합의한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3국 정상의 기자회견에서는 입장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고 이날 북한이 예고한 위성 발사에 대한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반면 리 총리는 회견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고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주장했다.

리 총리는 또 "당사자들이 자제해 사태가 악화되고 복잡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리 총리는 또 "3국은 예민한 문제와 갈등·이견을 적절히 처리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배려해야 한다"면서 대만 문제를 비롯한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행보에 한국과 일본이 동조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서면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리 총리에게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 유지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하고, 이와 함께 탈북민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공동선언문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별도로 알린 셈이다.

안보 분야 뿐 아니라 경제·통상에서도 입장 차이가 보였다. 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산업망과 공급망 문제를 언급하면서 첨단 분야에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회의 모두 발언에서 "무역 보호주의와 디커플링에 반대해야 한다"면서 미국을 겨냥한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공동선언문에는 이같은 주장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첨단 기술 협력과 공급망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핵심을 피해갔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2024.05.27 photo@newspim.com

민간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이번 공동선언문에 대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린 회의라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3국이 민감한 부분과 인식이 같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충돌을 피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앞세우려는 의도를 드러내 보인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현재의 대외전략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국과 한·일이 갈등을 빚게될 것은 필연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미·일은 이날 오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岡野正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하는 3국 외교차관 협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또한 오는 7월 미국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이 별도로 회담을 갖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토대로 진전된 행동 계획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3국 외교차관협의는 이에 대한 사전 조율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이뤄진 한·중·일 정상회의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한·미·일이 다시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는 셈이어서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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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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