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핵화 등 정치 문제 별개로 서비스, 교류 등 경협은 확대하자 제안
한중 FTA 2단계 서비스협상 재개…'한한령' 해제 조짐과 中 당국 '전향적'
"지정학적, 비핵화 등 미완의 '국제 정치 합의' 언제든 발목 잡을 수도"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상(FTA)과 관련한 문화, 관광, 법률 등 서비스 분야 등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관련 분야에서 교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 FTA가 8년 만에 '업그레이드' 됨에 따라 최근 미중(G2) 갈등 등 지정학적 영향과 코로나19 등으로 주춤했던 양국간 경제 교류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 FTA 2단계는 2015년 양국간 상품분야에 대한 1단계 협정 합의를 하면서 2년 내 타결키로 했으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논란 등으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8년 이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간의 지난 26일 정상회담 후 이같은 합의내용을 발표하고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이제 재개하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 과정의 여러 돌출 변수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다음날인 27일 있었던 한일중 3국간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비핵화' 등 정치 문제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이와 달리 한일중 FTA 추진 등 경제 분야에서는 3국이 협력 확대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경제분야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측은 특히 정치문제와 분리해 한중, 한일중 정상회담에서 제조업, 에너지, AI(인공지능), 바이오, 메디컬 분야 등에서 양국간이나 3국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적극적인 입장이다.
당장 우리 입장에서는 우선 K콘텐츠로 대표되는 문화분야와 관광분야에서 수혜가 기대된다. 이 분야에서 중국 당국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는 조짐이다.
이달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이 8년 만에 재개된 게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던 조수미는 2017년 2월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서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공연 취소를 통보받은 뒤 중국 무대에서 서지 못했다. 조수미의 공연은 팬들로 객석이 가득 찼다. 조수미는 공연후 "다시 중국 무대에 서게 돼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조수미의 무대 뿐 아니라 부산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 '세이수미(Say Sue Me)'의 7월 베이징 공연이 최근 승인됐다. 이는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한령) 등으로 중단됐던 한국가수의 공연으로 9년 만이다. 한한령이 해제되면 TV 드라마, 영화, 가요, 게임 등 'K콘텐츠' 문화 분야 전반의 중국시장에서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다 한중간의 관광교류도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 중국인 관광객들이 절대 다수를 이루면서 외래관광객이 한해 800만명까지 치달았던 2016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한한령 해제조짐 등 중국 당국의 전향적 입장과 맞물린다면 수혜가 기대된다. 중국관광객은 코로나 시기였던 2021~2022년 당시 한중 수교이전 최저수준을 맴돌다가 지난해 160만~170만명대까지 회복돼 전체 외래 관광객이 200만명 수준으로 회복됐다.
특히 한일중 정상회담에서 이 중국 총리와 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 총리 등 3국 정상은 "2025년~2026년 한일중 문화의 해로 지정해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자"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과 한일중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간의 미묘한 입장차이와 명확한 합의 지점이 확인 안된 '한반도 비핵화'와 '하나의 중국' 문제 등 국제정치의 상황변화에 따라 이같은 경제·교류 분야의 합의와 우호적인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