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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D긴급진단](상)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산재예방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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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교수 "중처법 안전 원리와 법리에 어긋나"
이명노 인력정책본부장 "중대재해 예방 위한 안전수칙 관리 필요"

[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산재예방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4월 1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이어 법 개정 방향을 모색하고 실효적인 산재예방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10개 중소기업·건설·어업단체가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정윤모 상근부회장,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성창진 경영부회장, 한국전기공사협회 인성철 부회장,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배현두 부대표, 대한건설협회 황근순 경기도회장, 대한전문건설협회 김영현 건설정책본부장,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김순호 정책본부장을 비롯한 전국 중소기업·건설·어업인 1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핌은 유튜브 뉴스핌TV의 '스팟Live'를 통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이를 생중계했다.

[캡쳐 = 뉴스핌TV]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

- 다음은 토론 전문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 안녕하십니까?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입니다. 우리 사회를 진행하고 있는 정민호 실장이 말씀드렸듯이 금주가 제36회 중소기업 주간이고요.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오늘 행사에서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의 합리화 방안 토론회를 지금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에 보시면 공공부문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공동행위 허용 확대 방안 등에 대해 토론회를 쭉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시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분야에 해결해야 할 숙제와 현안이 참 많다는 것을 아실 수 있겠고요. 그 마지막 페이지를 보시면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용산에서 중소기업인 대회를 대통령님과 함께 개최하도록 계획하고 있음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오신 많은 분들은 아마 저희가 쭉 노력한 것을 보셨을 텐데, 저는 간단히 그동안 저희가 했던 일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인사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 10곳 단체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개선과 산재예방 방안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자리해 주신 건설단체와 수협중앙회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요. 토론회 좌장을 맡아주신 성균관대학교 최준섭 명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경제신문을 보시면 아마 최준섭 교수님의 말씀 내용들이 몇 군데 경제신문에서 눈에 띌 것입니다. 좋은 말씀해 주시는 분이시고요. 또 주제 발표해 주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님도 보시면 우리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굉장히 명쾌한 시각을 갖고 계시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하신 분인데요. 감사드립니다. 패널 여러분께도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리겠습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저희 중소기업중앙회가 66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즉 어제 첫 행사로 중소기업 입법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중소기업들이 국회에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법안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주52시간제 개선, 다시 말해 근로시간 유연화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금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었는데요. 그 이후 전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함께 모여 네 차례의 결의대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3,500명을 시작으로 수원, 광주를 거쳐 마지막 부산에서는 6,000명이 넘을 정도로 많이 모여서 전국의 중소기업인들이 얼마나 절박한 심정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아 4월 1일에 중소기업과 건설, 경제단체는 해석상 논란이 있는 부분과 과도한 처벌 문제를 개선하고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시행한 지 100여 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오늘 토론회에 제조업, 건설업, 어업 등 현장에 계신 분들과 안전 및 법률 전문가분들이 많이 모인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그리고 실질적인 산업재해 예방 방안에 대해 의미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 오늘 토론회 주제 발표는 두 분께서 준비해 주셨는데요. 먼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님께서 중대재해처벌법 합리화 및 산재 예방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정진우 교수님을 단상으로 모시겠습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제가 시간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어서 짧게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배포해 드린 문의드린 자료에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는 PPT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PPT를 만든 원자료입니다. 원자료에는 좀 더 자세하게 분석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서론 부분, 안전의 관점에서 바라본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 마지막으로 합리화 개선 방안입니다.

저는 학문적 배경이 법을 포함한 안전 분야입니다. 그래서 저는 노동법이나 헌법뿐만 아니라 안전 원리에 입각한 연구를 하고 있어서, 오늘 제가 발표한 내용도 안전과 법을 융합하여 과연 이것이 맞는지,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법학자들이 어떤 법을 볼 때 그 법이 좋은 법인지 나쁜 법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예측 가능성과 이행 가능성입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중대재해처벌법은 예측 가능성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중세 시대의 처벌법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을 나름대로 굉장히 많이 들여다보고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이것입니다. 그런데 저조차도 우리 상근 부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변을 할 수가 없습니다. 좀 적나라하게 말씀드리면 권력이 아닌 이상은 답변을 할 수 없습니다.

주무부처도 답변을 못 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말씀드리겠지만, 주무부처도 답변을 못 합니다. 이것이 법이라고, 좋은 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누가 보더라도 나쁜 법입니다. 왜냐하면 실효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측을 못 하고 이행을 할 수 없는데 이 법이 재해 예방에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이 법은 지금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해 예방의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모르면 모를수록 이 법에 대해 찬성하고 동의하더라고요.
모르면 모를수록 찬성하시는 분들과 제가 간단히 이야기해 보면 안전에 대해 잘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 법이 재해 예방에 좋은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상당히 많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이 법이 과연 의도가 좋았을까요? 물론 의도가 좋았던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특히 정치권이나 행정기관만큼은 의도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산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 개선과 인프라 구축을 회피하고, 그것을 해내지 못한 것을 숨기려는 알리바이로 이 법을 만든 것 같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죠.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처벌 강화입니다. 그래서 권위주의 정권이 되게 실력과 전문성이 없고 진정성이 없는 정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엄벌입니다.

특히 안전보건 쪽은 어렵지 않습니까? 다른 일반 형법 문제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전문성이 정말 있어야 하잖아요. 그다음에 당연히 진정성도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전문성과 진정성이 없으니까, 뭔가를 해야겠고 성난 여론을 뭔가 잠재우기는 해야겠고 그래서 그럴 경우에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 바로 엄벌입니다.

엄벌해야 할 것도 있죠. 물론 당연히 죄를 지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죄를 지은 만큼 죄에 상응하는 벌이 내려져야 하는데 이건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도 없고, 예견할 수도 없는데 단지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그것만 보더라도 이 법이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굉장히 내로남불적인 법이에요. 자기들도 지키지 않으면서, 지금 현재 과연 국회에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를 지키고 있을까요? 안 지키고 있습니다. 자기들도 안 지키고 있으면서 중소기업과 기업들한테 지키라고 하는 것은 너무 내로남불적입니다.

이 법은 제가 의도가 안 좋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엄벌이 곧 정의라는 도그마와 보여주기에 사로잡힌 포퓰리즘 법입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이에요. 제가 봤을 때 뭘 알고 만드는 법이 아닙니다. 저는 이 법의 제정 과정을 깊숙이 들여다봤습니다. 제가 제정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깊숙이 들여다봤는데, 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안전보건에 대해 기초도 모르는 분들이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안전보건에 대해 평상시에 공부하거나 연구하신 분들, 또는 이 분야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계와 내용 면에서 안전 원리와 법리에 크게 배치됩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 안전이 아닌 형식적 안전을 조장하고, 안전에 대한 냉소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이 법의 가장 큰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전이 형식화되고, 현장에서 직접 안전을 실천하고 이행하시는 분들이 점점 안전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입니다.

그게 가장 무서운 겁니다. 냉소적 반응이라고 하면 그것에 대해 헌신하거나 진심을 가지고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하는 척만 한다는 겁니다. 이게 가장 무서운 겁니다. 창의성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창의성이 나오려면 몰입해야 해요. 몰입해야 창의성이 나오는데, 이 법은 몰입을 방해한다고 봅니다. 그다음에 방금 말씀드린 대로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무서워요. 가장 안 좋은 법이 뭐냐면, 엄벌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법이에요. 그래서 죄형법정주의는 엄벌보다는 이 불명확성에 의해 무너지는 겁니다. 이 법이 전형적으로 불명확성 때문에 죄형법정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자의적인 법 집행을 가장 좋아하는 것이 수사기관입니다. 수사기관은 자기 멋대로 자기 말이 곧 법이라는 식의 자의적인 법 집행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명확하니까요. 불명확하니까 누구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자기 말이 법이 되는 거예요. 지금 그런 식으로 현장에서 실제로 해석되고 있고, 법원마저도 그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은 아시다시피 결과가 발생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의무 위반만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강제할 수 없습니다. 그것만 보면 전형적인 처벌법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법들은 나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지도하고 그에 대해 시정 조치하도록 하며, 여러 가지 행정명령도 내릴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법은 중한 결과, 즉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게 전형적인 처벌법이죠. 그다음에 문제는 2년 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2년 전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개정해서 위험의 외주화를 전면적으로 고치겠다,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얘기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개정했습니다. 소위 김용균법이죠. 그런데 그 이전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잖아요.

완전히 이건 자가당착 아닙니까? 자기들이 위험의 외주화 문제와 산업안전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엄청나게 광고했거든요. 그런데 2년도 채 지나기 전에 또 산업안전보건법은 구제불능이고,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으니까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결국 아니면 말고인 식의 입법이에요. 정말 정치권의 무책임, 그다음에 행정기관의 무책임을 역사적으로 좀 고발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근로자와 기업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어요. 산재 예방에 실효성이 없는데, 과연 그게 노동자들에게 좋을까요? 기업도 괴롭히고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거예요.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다음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기업으로 치면 그건 도산 기업입니다. 기업으로 치면 이건 진작에 도산했어야 합니다. 성과를 한번 볼까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인해 산재 예방 행정의 인원과 예산이 2.5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산업안전공단은 700명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건 혁명적 수준으로 늘어난 겁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거의 횡보하거나 약간 줄기도 하고, 근데 작년에 줄어든 것도 과연 줄어든 걸까요?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건설업 착공 면적이 거의 30% 정도 줄었고, 제조업 생산은 경기 침체로 위축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그다음에 또 행정 인원과 예산이 1조 3천억 원, 1조 4천억 원까지 늘었어요.

그렇게 늘었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없었더라면 당연히 대폭 감소했어야죠. 지난 정부에서는 절반 감소한다고 인원을 늘렸어요. 예산을 이렇게 늘렸어요. 절반 감소는 터무니없이 그건 목표치에 훨씬 못 미쳤죠.

그런데 이렇게 어떻게 보면 예산, 그다음에 인원, 그다음에 여러 가지 경기 악화로 인해 가동률 자체가 대폭 떨어지는 것을 보면, 중대재해가 당연히 감소했어야 하는데 중대재해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오히려 중대재해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통계상으로 나타난다는 거죠. 지금부터는 제가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이 제정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제정의 모티브는 되었지만,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과는 거의 겉모습만 조금 닮았을 뿐이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얼마든지 저에게 말씀해 보세요. 설명해 보세요. 닮은 데가 있다거나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씀하실 분이 있으면 저에게 얼마든지 말씀해도 좋습니다.

그다음에 가장 결정적인 것이 뭐냐면, 이미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가중해서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영국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서 또 거의 비슷한 구조의 법을 만드는 거예요. 중복이 안 될 수가 없죠.

중복뿐만 아니라 법이 다르니까 모순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법원도, 제가 이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을 보면서 물론 자백 사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법원이 약간의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 3건은 있어요.

물론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법원 판결을 보면 우리나라 법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 법률의 경우에는 우리 법관들의 전문성이 너무도 부족하구나, 우리나라 사법 체계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법원은 그렇고 검찰은 더더욱 그렇고, 검찰은 거의 수사기관인 고용노동부의 송치 서류를 그대로, 약간만 다듬어서 올릴 뿐이고, 그다음에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범죄사실로 바꿀 뿐이에요.

법원이 전문 법률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들은 사법고시나 로스쿨에서 배우지 않아요. 그러면 본인들이 이에 대해 사건이 들어왔을 때나 재판에 임할 때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를 안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심하게 말하면 복불복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논리가 없습니다. 논증이 생략돼 있어요.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논증은 없어요. 비약하고 있고, 생략하거나 비약하고 있고, 예견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놓고 언급도 없어요. 이런 판결이 어떻게 우리 법치주의 국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저는 의문이에요.

물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자백 사건들이 많다 보니 그런 경향인데, 이게 법 자체의 문제 때문에 판결도 굉장히 문제 있는 판결들, 거친 판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법은 시스템 제도 개선의 회피를 가리는 알리바이로 삼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다음에 법 조문 간에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안에서도 제4조와 제5조가 서로 상충되는데, 같은 법에서 얼마나 졸속으로 이 법을 만들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같은 법인 제4조와 제5조, 이 법은 사실상 핵심이 제4조와 제5조거든요. 제4조와 제5조를 빼면 이 법은 죽은 법이에요. 그런데 이 제4조와 제5조 간에도 충돌이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를 보면 의무 주체가 시설, 사업 또는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자로 되어 있고, 제5조는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자로 약간 다르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보호 대상은 거의 똑같아요. 종사자, 모든 사람이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면 다 해당됩니다. 제4조에서도 이미 종사자의 개념 정의를 모든 노무 제공자가 다 해당된다고 해놨거든요. 그다음에 제5조에서는 제3자의 종사자인데, 이미 제4조에서 종사자의 범위가 다 넓어졌기 때문에 제5조에서 제3자를 빼고는 다 동일한, 모든 노무 제공자가 제4조에 의해서도 보호 대상이고 제5조에 의해서도 보호 대상이에요. 그러다 보니 동일한 자를 대상으로 의무 주체가 제4조와 제5조에서 달리 규정돼 있어요. 당연히 의무 주체의 혼선이 초래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 제4조와 제5조의 모순·충돌에 의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수밖에 없다는 거고요.

그다음에 업무 주체를 한번 볼까요? 예를 들면 타워크레인 설치 공사, 이것은 원청업체가 의무 주체인지, 임대업체 또는 타워크레인 설치업체가 의무 주체인지가 제4조에 의하면 원청업체가, 제5조에 의하면 해석에 따라 임대업체 또는 설치업체가 의무 주체가 됩니다. 해석에 따라 이렇게 충돌이 생깁니다. 어떻게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출 수 있겠습니까? 이런 법의 기본이 맞지 않는 거예요. 법의 기본이.

그런데 이게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이 법을 알면 알수록 이게, 제 친구 중에 변호사가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에 굉장히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검사 생활도 거의 차장검사로 마쳤는데, 제 친구의 말이 "야, 이 법은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진다. 알면 알수록, 자기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다음에 도급인과 수급인, 원청과 하청, 도급인과 수급인 간에도 누가 의무 주체인지 알 수가 없어요. 제4조와 제5조의 문제가 중대재해처벌법 안에서도 문제지만,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간에도 충돌·모순이 발생해요. 어느 한 법에서는 도급인의 의무이고 다른 법에서는 수급인의 의무로 해석되고, 또 거꾸로 어느 법에서는 수급인의 의무로 해석되는데 또 다른 법에서는 도급인이 의무의 주체인 것으로 해석된다는 거죠.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다음에 의무 내용도, 준법 의지가 매우 강하고 사물의 변별 능력을 제대로 갖춘 수범자뿐만 아니라 전문가조차도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행위를 정형화하거나, 그다음에 합리적 해석 기준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게 한마디로 전문가조차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어요.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10명에게 물어보면 10명의 답변이 다 달라요.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실효성이, 이 법은 부담스러운 것 이전에 일단 실효성이 없어요. 재해 예방에 가장 안 좋은 게 뭡니까? 돈은 많이 들어가게 하면서 효과는 없는 것, 이게 가장 나쁜 겁니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자원을 쓸데없는 데에, 소모적인 데에 쓰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것들은 시간이 없어서 넘어가겠습니다.

그다음에 또 하나가, 위반 죄질이나 비난 가능성이 다른 법보다 약한데 더 강하게 처벌한다는 거예요.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사항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죄질이나 비난 가능성이 더 약한데 더 세게 처벌한다고, 이건 누가 보더라도 책임주의 원칙, 과실책임주의 원칙,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얘기를 써놨고요. 그런 얘기를 주장합니다. 그다음에 또 우리 경영책임자분들께 모든 조치를 다 하라는 거예요.

모든 조치, 하드웨어적인 것, 기계·설비, 소프트웨어, 작업 절차적인 것, 그다음에 휴먼 웨어 측면의 근로자들의 작업 행동에 해당되는 것, 그걸 모두 다 경영책임자가 또는 원청이, 도급인이니까 거의 다 하라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게 지킬 수가 없는 거죠. 지킬 수가 없으니까, 우리가 하청업체에 뭘 맡길 때 그 하청업체가 단지 위험을 외주화하기 위해서만 맡깁니까?

물론 그런 것도 조금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전문성 때문에 맡기는 경우, 특히 중소기업들은 하청업체나 협력업체가 더 큰 기업인 경우도 많습니다. 원청이나 도급인 쪽이 더 작고, 기계 정비·수리라든지 그다음에 여러 가지 설비를 보수하거나 신축하는 쪽의 업체가 더 큰 경우가 많아요.

그게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로 설명이 됩니까? 그런데 이 법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그런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전문성 때문에 외주화를 하는 여러 다양한 이유가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심하게 보면 분업 자체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위험 외주화라는 말은 아웃소싱인데, 아웃소싱은 분업의 일종이거든요. 근데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서 도급을 준 사람이 그런 위험 요인을 제공했으니까 다 책임지라는 식의 굉장히 거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사례를 여기에 6개 정도 설명해 놨는데, 읽어보시면 누가 답변할 수 없어요. 고용노동부에 제가 다른 사람을 통해 질문을 했는데 답변을 못 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도, 주무부처인데 답변을 못 해요. 이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저는 이 법을 한마디로 정의는커녕 오히려 역행이라고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안전을 되려 뒤틀리게 하고 있어요. 겉으로는 굉장히 화려하죠.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포장하는데, 실제로 본질은 망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 속은 멍들어가고 있어요.

이거 큰일 났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나라 안전 역량을 올리기는커녕, 그냥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대기업들은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당장 나를 처벌하겠다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또 우리 중견기업 이하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거나,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까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 상태예요. 그러면서 사실상 그 많은 돈을 뭔가 해야 하니까, 도움이 안 되는 컨설팅에 쏟아붓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문제는 법도 문제지만, 이 자의적인 법 집행과 법 해석이 굉장히 남발되고 있다는 거죠. 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과연 이 엄벌주의가 우리 정치사나 형사 정책, 또는 법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엄벌주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예요. 즉, 권위주의 정권이 되게 좋아하는 접근인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소위 진보를 자칭하시는 분들이 엄벌주의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저는 그래서 진짜 진보가 아니라고 봅니다. 진보의 철학이 없고 철학이 빈곤하다고 봅니다. 엄벌주의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거든요. 가장 손 안 대고 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머리가 필요 없어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리는 건 공짜로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무책임한 거죠. 정말 상대방의 시스템을 개선할 노력은 안 하고, 그건 어렵고 자기 생색은 내지 않으니까, 생색낼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쓰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아까 말한 대로 노동자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거 아니냐는 그런 가혹한 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그러다 보니까 서류상 형식적인 안전 대책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만들어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한 기업들의 특징이 뭐였냐면요. 중대재해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중대재해 대응팀을 만들어서 대응팀의 권한이 세면 셀수록 그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안전 원리에 입각해서 실질적인 안전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 안전을 하니까 오히려 기존에 그나마 있던 안전 원리나 안전 관리마저도 망가집니다. 이 법은 서류 위주의 안전을 하게 만들어요.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정작 실질적인 안전은 못 보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요. 지금 그런 얘기를 쭉 써놨습니다. 이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이 법 자체가 문제가 많다 보니까 고용노동부, 검찰, 그다음에 법원까지 자의적인 법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고요. 결과에 가까운 인과관계 추정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아까 제가 말했듯이 논리적인 논증 없이 거의 끼워 맞추기식의 무리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거고요.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폐해와 부작용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제가 중대재해처벌법의 폐해에 대해 하루에 8시간을 떠들 수 있습니다. 8시간 동안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얘기할 수 있어요.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이 법은 많은 헌법 원칙에 위반됩니다. 제가 봤을 때, 만약 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낸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 판결이 안 나오면 저는 우리나라 법치주의의 종말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이 법의 위헌성은 굉장히 많습니다. 근데 장담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법관들이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런 전문 분야를 잘 몰라요.

그러니까 깊이 검토하면 할수록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큰데, 혹시라도 정치적 판결을 한다든지 제대로 검토를 안 하고 판결하면 그런 위험은 좀 있기는 해요.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논리적으로 보면 이 법은 위헌 판결이 날 수밖에 없어요. 위헌 판결이 안 나면 오히려 이건 법치주의의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예요. 그 정도로 이 법은 위헌성이 많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한마디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복되고 모순되니까요. 벌칙 조항을 일원화하거나 대대적으로 정비해서 중복되는 부분은 일단 최소한 제거해야죠. 벌칙 조항을 일원화하거나 대대적으로 정비해서, 충돌되는 부분을 없애고 실제 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는 법으로 조속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죠.

-(사회자) 다음은 중소기업중앙회 이명노 인력정책본부장께서 중대재해 예방 방안을 주제로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본부장님을 단상으로 모시겠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명노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예. 방금 정 교수님께서는 주로 법적인 문제에 대해 많이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는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으니 구체적으로 산재, 특히 중대재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발제를 하겠습니다. 산재 예방 방안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필요합니다. 저는 중소기업 차원에서 산재 예방, 특히 중대재해 예방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중대재해 예방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저는 현장에서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안전수칙 준수 관리 관점에서 예방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중소기업에서의 중대재해 예방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난해 중대재해 발생 실태와 그 원인 및 예방 방안 개요를 살펴본 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주체별 역할, 특히 큰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경영책임자의 역할을 알아본 다음, 제가 제시하는 안전수칙 준수 관리를 통한 중대재해 예방 방안을 자세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예방의 당위성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중소기업 단체들이 네 차례에 걸쳐 결의대회를 개최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요구했는데, 그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예를 해주면 그 기간에 예방 조치를 잘해보겠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럼에도 유예는 무산되었고, 이후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헌재 결정과 법 개정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으므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형사처벌, 작업 중지, 경영 공백 등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에서는 노동력이 감소하는 시대에 청년 노동력을 유지하고, 청년층 등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울러 최근 중요성이 더해가는 ESG 경영의 S, 즉 사회적 책임 항목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중대재해 예방이 중요해졌습니다.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그 발생 실태를 알고 있어야 하겠죠. 지난해 발생 실태를 보면 업종별로는 건설업, 그다음에 기인물별로는 건축물, 유형별로는 떨어짐, 즉 추락이 가장 많습니다. 참고로 지난 5년간 제조업 사망사고의 주요 유형은 끼임 사고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2023년 말 고용부 승인 통계를 기준으로 중대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60대 이상이 52.1%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고령자 관리에도 특히 신경을 써야 되겠습니다.
이러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과 이에 대응하는 예방 조치를 큰 틀에서 살펴보면 저는 기술적 원인, 즉 이에 따른 기술적 조치와 관리적 원인, 이에 따른 관리적 조치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먼저 기술적 원인은 기계, 시설, 장비, 도구 등의 결함이나 불량에 기인한 것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실수를 기술로 방지할 수 있는 위험 감지 장치 및 경고 장치로서 스마트 센서나 지게차의 후방 카메라 등을 설치하거나 위험 발생 시 자동 멈춤 장치를 도입하거나, 그다음에 높은 곳에서의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벨트 체결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기술적 요인은 사망사고의 약 16%에 달한다는 고용노동부 통계가 있습니다.

둘째, 관리적 원인은 작업 수행, 근로자의 위험한 작업 행동과 관련된 것인데, 이를 예방하려면 근로자의 작업 행동 기준을 분명히 제시하고 준수하도록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관리적 요인은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사망사고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안전한 기계나 시설 등을 설치하더라도 근로자가 안전장치를 해체하거나 작동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관리적 요인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음은 이와 같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관련 주체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정부는 앞에서 정 교수님이 발표한 것처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의무를 명확히 하고 과도한 의무와 지나친 처벌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산업안전보건 규제를 합리화하는 한편, 중소기업 대상 예방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산재 예방을 사업장 자율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산재 통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산업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보다 산재 발생 확률이 낮은 데 비해 중소기업 소속 근로자 입장에서는 대기업 근로자보다 산재 발생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은 경영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개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예방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를 꺼리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산재보험료로 마련한 산재예방기금의 예방 투자를 늘려 가야 합니다. 현재는 산재예방기금이 사후 보상에 치중하고 있지만, 예방 투자를 늘려야 산재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사후 보상금 지출이 줄어 예방 투자를 다시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봅니다. 정부의 예방 투자 확대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고용노동부 조직을 현재의 사후 처벌·감독 중심에서 사전 예방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예방 예산이 늘어나도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면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대부분 원청업체이므로, 협력업체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 납기와 공기, 도급 금액을 보장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킬 경우에는 작업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이러한 역할은 원·하청 간 상생협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셋째로 중소기업이 경영책임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자체 예방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가 되겠죠. 마지막으로 근로자와 노조도 협력해야 합니다. 노조의 역할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노조가 요구하는 단체교섭 의제 순위에서 1위가 임금이고, 산업안전 이슈는 6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이 중요하다면 의제 순위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개별 근로자 차원에서도 자신의 생명과 건강은 자신이 지킨다는 인식으로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책임자의 역할이 막중한데,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도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판례를 축적해 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유념해서 예방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판례를 보면 사업주가 근로자의 위험 작업을 알고도 묵인·방치, 즉 부작위를 하면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 처벌하고 있고, 실질적이고 진지한 예방 노력을 해야 면책될 수 있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판결 41건 중 1심 이상 판결이 난 15건 모두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유무죄 판단의 주요 요소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중에서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예방 조치 마련, 담당자의 역할 부여, 예산 배정, 교육 실시, 근로자의 의견 수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경영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진지한 예방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유해·위험 요인 및 예방 방안을 숙지하는 것, 일명 위험성 평가라고 하는데요. 위험성 평가를 하는 것이 예방 노력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장 맞춤형 안전수칙을 작성하고, 관리 업무를 실무적인 관리감독자와 관리 담당자에게 명확히 분장하고 제대로 수행하는지 성과를 평가하며, 필요 시 외부 컨설팅을 받아 크로스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들에게는 납기·공기 준수와 안전수칙 준수 사이에 모순·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들은 안전수칙 준수보다 납기나 공기 준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구체적인 중대재해 예방 방안으로 안전수칙 준수 관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안전수칙 준수 관리를 대안으로 제시한 이유는 지금까지 실시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중심 컨설팅의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규정의 불명확성 및 과도한 의무를 전제로 한 컨설팅은 30여 종이 넘는 서류를 갖추도록 하는 형식적 대응으로 나타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중소기업의 인적·물적 한계를 감안하여 현장에서 실행하기 용이한 간소화된 방안으로 안전수칙 준수 관리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안전수칙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개념 정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안전 매뉴얼, 작업 수칙, 안전 규칙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는 취업규칙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안전수칙 준수 관리를 제시하면서 미국 사례를 참조했는데, 미국에서는 산재사고 발생 시 사업주 면책 법리로 적극적 방어(Affirmative Defense)와 성실 노력 방어(Good Faith Effort Defense) 법리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적극적 방어가 주로 사용되는데, 세부적으로는 불가피성(Inevitability), 불가능·부적절한 이행(Infeasibility or Inappropriateness of Compliance), 예방 불가능한 근로자 비행(Unpreventable Employee Misconduc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예방 불가능한 근로자 비행이 항변 요소로 많이 사용되는데,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위원회(OSHRC)에서는 이를 구성하는 세부 기준으로 4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산재 예방을 위해 감독·행정에 의한 처벌 이상으로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안전수칙 준수 관리 방안을 마련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안전수칙은 4단계의 절차를 거쳐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사업장의 고유한 위험 요인을 반영해서 안전수칙을 맞춤형으로 작성하고, 둘째,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반복 교육을 통해 주지시키고, 셋째,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는지 수시로 확인·점검하고, 넷째, 준수하지 않는 근로자는 시정 조치를 하고 잘 준수하는 근로자에게는 보상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작성 단계에서는 안전수칙 준수 의무자인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서 사업장 맞춤형으로 작성해야 되고, 기술 분야를 반영해서 업데이트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국가 언어로 작성해야 되겠죠.

참고로 안전수칙 샘플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중대재해예방정책국 고용노동청장 재직할 때 만들어서 중소기업들에게 작성해서 배포를 해봤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유의할 사항은 11번 항목처럼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인데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삼성물산이 언론을 통해서 보면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지난 3년간 작업중지권이 30만 건 행사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해율이 2021년 0.207%에서 2023년에 0.129%로 감소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주지 단계에서는 반복 교육이 중요하고, 관리감독자와 안전관리 담당자가 협업해서 교육을 하되, 현장의 작업 수행 근로자가 보기 쉬운 장소에 보기 쉬운 형태로 상시 게시해야 되며, 휴대폰에 저장하거나 수첩을 배포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해서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세 번째로 준수 여부 확인 단계에서는 작업 수행 근로자의 직속 상사인 관리감독자가 주관하되, 안전관리 담당자가 크로스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네 번째는 미준수자 인사 조치 단계입니다. 안전수칙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취업규칙에 징계 사유를 명시한 후에 징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수칙 위반은 비위행위의 일종이기 때문에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노동위원회 판정 예도 있습니다. 징계는 반복 위반 여부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안전수칙의 중요도를 고려해서 적정 수준의 징계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서 징계를 할 수 있겠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안전수칙 위반으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 이에 따른 경영책임자 처벌 등 불이익과 징계로 인한 인력 문제를 비교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징계가 어렵다면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는 근로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도 있겠죠. 이 수당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공동안전관리자 사업 공모를 마치고 곧 시행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동안전관리자의 주요 역할을 앞에서 설명드린 안전수칙 준수 관리에 둔다면 중대재해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 고용부 담당 과장님께서도 오셨는데 좀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안전수칙 준수 관리 관점의 중대재해 예방 방안을 설명드렸는데, 궁극적으로 중대재해 예방 및 감축은 노사정 모두의 공동 책임으로 세 주체의 노력이 합쳐져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업장 내에서는 노사의 공동 노력, 사회 전체적으로는 노사 및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중대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현장 추락사고와 제조공장 끼임사고는 안전벨트 착용, 보수·정비 작업 중 전원 차단 등 기본적인 것만 지켜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안전수칙 준수 관리만 철저히 이행해도 사망사고 발생 확률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uniy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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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통일교 의혹' 15시간 압수수색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15일 1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 경찰 압수수색이 15시간만에 끝났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와 휴대전화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은 전날 오전 9시부터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과 통일교 서울본부, 전재수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자택과 의원실, 광화문 김건희 특검 사무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등 총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은 15시간 40분이 이날 0시 40분경 마무리됐다. 경찰은 전 의원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명품시계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15일 1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 경찰 압수수색이 15시간만에 끝났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와 휴대 전화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15일 밤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본부(통일교 서울본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 차량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5.12.15 leehs@newspim.com 앞서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특검 조사 과정에서 지난 2018~2020년 사이 현금 3000만~4000만원과 명품시계 2개를 전 의원에게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이에 전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사의한 바 있다. 전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어떤 금품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자택, 대한석탄공사 사장 집무실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다. 이들 전현직 정치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금품 수수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으로 지난 2018년 금품 수수가 이뤄졌다면 올해 말 공소시효가 만료될 수 있다. 다만 뇌물수수가 적용되면 공소시효가 최대 15년으로 늘어나는데 경찰은 뇌물수수 혐의까지 함께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다. 경기도 가평 경기도 통일교 천정궁과 통일교 서울본부,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UPF) 사무실, 한 총재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한 총재에 대한 수사 접견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한 총재의 경우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로 전환됐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는 한 총재를 금품 공여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2018년 무렵의 통일교 회계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서 전현직 정치인에 금품을 전달한 시기인 2018년의 자료를 확보한 것이다. 앞서 통일교 관련 의혹을 수사한 바 있는 민중기 특검팀(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에 특검에서 넘겨받은 통일교 의혹 관련 자료가 부실해 경찰이 직접 자료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특검은 넘겨줄 자료는 다 넘겨줬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컴퓨터 내 파일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소환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5일 1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 경찰 압수수색이 15시간만에 끝났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와 휴대 전화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전재수 의원(전 해수부 장관)의 사무실로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 2025.12.15 pangbin@newspim.com origin@newspim.com 2025-12-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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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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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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