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황정민이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로 무대로 돌아온다. 끝없는 욕망으로 파멸에 이른 남자의 삶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10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연극 '맥베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인 황정민과 양정웅 연출, 배우 김소진, 송일국이 참석해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맥베스'의 배우 송일국, 김소진, 황정민과 양정웅 연출. [사진=샘컴퍼니] 2024.05.10 jyyang@newspim.com |
이날 양정웅 연출은 인류 문학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자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선보이며 "2004년에 LG 아트센터에서 올린 후 20년 만에 다시 올리게 됐다. 이번에 황정민, 김소진, 송인국 배우를 모시고 정통에 가깝게,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대사와 압축된 완성도가 높은 이 마지막 비극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정민은 "맥베스는 한 마을의 영주이었는데 어떤 예언에 의해서 당신이 왕이 된다라는말도 안 되는 현혹에 휩싸여서 탐욕의 끝을, 욕망의 끝을 향해 가는 인물"이라고 맡은 '배역을 소개했다.
이어 "쉽게 말씀드리자면 그냥 구청장이었는데 대통령이 된 거라고 보시면 더 이해가 잘 되실 것"이라며 "그 탐욕의 끝으로 다가가서 결국엔 자기 무덤을 파게 되고 마지막엔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가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하고 삶을 다시 뒤돌아보게 되는 인물이다. 하면 할수록 재밌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맥베스'의 배우 황정민. [사진=샘컴퍼니] 2024.05.10 jyyang@newspim.com |
또 "셰익스피어가 요즘에 나와도 될 법한 이야기를 몇 백 년 전에 써서 관객들과 소통했다.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계속 화두가 되고 우리같은 예술하는 사람들이 그 작품을 계속 공부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소진은 레이디 맥베스 역으로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다. 맥베스의 아내 역으로 무대에 서는 그는 "남편인 맥베스가 왕이 되기를 굉장히 간절히 욕망하는 그런 인물"이라며 "맥베스의 욕망 또한 옆에서 같이 일깨우고 부추기기 너무 그런 사람"이라고 배역을 소개했다.
송일국은 뱅코우 역을 맡아 맥베스의 대척점에 서게 된다. 그는 "맥베스 대사 중에 설명하는 대사가 있다"면서 "뱅코우를 향한 두려움이 뿌리처럼 깊어간다. 고귀한 깊음은 타고났고 대담한 데가 절대 꺾이지 않을 기개를 지녔다. 용기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지혜도 갖췄지 내가 두려워하는 대상은 오직 그자뿐이다. 이 대사로 다 설명돼있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송일국의 배역 소개를 듣고 "그렇게 멋있게 하기 있냐"면서 울상을 짓기도 했다. 그리곤 "수많은 분들이 맥베스를 오마주했고 재창작해서 공연도 했다. 뛰어난 작품들과 레퍼런스들이 워낙 많다. 그만큼 함축된 작품이기도 하다. 다른 작품에 비해 2시간으로 짧다. 다시 얘기하면 글빨이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에 후대의 우리가 해석하고 공부할 거리가 많아 해보고 싶었다"고 '맥베스'를 올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맥베스'의 배우 송일국, 김소진, 황정민. [사진=샘컴퍼니] 2024.05.10 jyyang@newspim.com |
김소진은 레이디 맥베스로 남편의 욕망을 자극하고 결국 비극적인 파멸로 이끄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인간다움을 좀 저버리고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강한 의지, 그것으로 인한 불안, 두려움, 죄책감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 변화들을 관객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찾아 그려보고 싶다"고 바랐다.
황정민은 지난해 '서울의 봄' 1000만 관객 돌파 등 여전히 영화계에서 최고의 흥행작들을 배출하는 국내 대표 배우다. 그럼에도 매번 연극 무대로 돌아오며 무대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연극 작업을 할 때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힐링하는 시간이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앞서 '리처드 3세'에 이어 두 번째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하게 되고, '오이디푸스' 같은 고전 연극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황정민은 "어릴 때부터 선배님들이 하던 고전극들을 보고 자랐고 공부를 해왔다. 거기서 오는 기본을 먼저 알고, 좋다는 걸 잘 안다. 요즘은 고전극이 많지는 않다. 앞으로 현대극도 하겠지만 지금은 계속 고전극을 해나가고 싶다"고 고전극에 더 끌리는 마음도 드러냈다.
연극 '맥베스' 포스터. [사진=샘컴퍼니] |
양정웅 연출은 "맥베스는 욕망의 끝으로 달려가고 그 뒤에 얻는 큰 상실감, 죄책감, 양심의 문제 이런 것들을 원형으로 너무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지금도 인간들이 유사한 욕망과 문제 속에서 얼마나 허덕이는지 많이 공감하고 제 삶을 반추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압축미를 갖춘 작품이고 마지막 비극이기 때문에 가장 또 미학적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문학적 수사,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인간 본성의 표현들을 잘 담아내고 싶다"고 바랐다.
또 무대 디자인과 연출에 대해 양 연출은 "현대적인 비주얼로 꾸미고 있고 상징적이면서도 은유를 할 수 있는 욕망의 폐허, 창고 같은 것들을 구상 중"이라며 "맥베스의 욕망을 가득 모아놓은 창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 오컬트가 유행이지 않나. 맥베스에도 마녀들과 유령들이 많이 나온다. 오컬트적으로 느껴지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인데 현대인들의 어떤 욕망의 하수구 같은 미장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민이 주연을 맡고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가 출연하는 연극 '맥베스'는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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