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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안' 찬성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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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문제에 미국 추종하던 한국 외교의 반란
이-팔 문제에 이례적 독자 결정...외교적 진일보
막연한 '두 국가 해법' 에서 한걸음 더 나가기를
4년전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 지지 오점 씻어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달 18일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 총회에 권고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 표결에서 한국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비록 이 결의안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지만, 그동안 중동 문제에서 철저하게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던 한국이 미국의 뜻을 거스르고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정부는 이번 표결을 앞두고 매우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국과 다른 입장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의 추동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현지시간 18일 오후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을 논의 중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4.19 kwonjiun@newspim.com

물론 정부가 순전히 '대의'를 위해 찬성한 것은 아니다. 이번 표결에 찬성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커진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 및 개도국)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과의 관계도 고려했을 것이다. 여기에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대세가 됐다는 점도 정부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요소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산이 작용했다고 해도 정부가 찬성표를 던진 것은 '성숙한 한국 외교'를 위해 진일보한 결정임은 분명하다.

이번 결의안이 통과됐더라도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될 수는 없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한다는 합의가 있어야 비로소 팔레스타인은 주권적인 독립국가가 될 수 있다. 이를 국제사회는 '두 국가 해법'이라고 한다. 두 국가 해법의 기원은 유엔이 1947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총회 결의 181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두 국가 해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 242호를 통해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점령한 영토를 돌려주고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권고했다. 1967년 전쟁 이전의 경계선을 국경으로 정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상호 독립국가임을 인정해 평화롭게 공존하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242호는 1993년 미국의 평화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한 오슬로 협정의 기초가 됐다. 1995년 2차 오슬로 협정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이스라엘이 강제 점령한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반환하고 팔레스타인이 국가를 설립케 하는 대신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받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land for peace)'이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은 1996년 2월 자치정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협정을 주도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극우파에 의해 암살되면서 중동평화의 꿈은 깨졌다.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강경파 하마스가 득세해 다시 무력충돌이 이어졌다.

두 국가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조건이 문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상대를 독립국가로 인정하려면 정착촌 문제,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동예루살렘 문제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 문제들의 합의는 불가능에 가깝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 '세기의 딜'이라고 이름붙인 '새로운 두 국가 해법'을 내놨다. 그런데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은 기존의 합의를 완전히 뒤집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든 해법이었다. 유엔에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한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고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 차지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이를 '현실적인(realistic) 두 국가 해법'이라고 했다.

[시돈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레바논 시돈 인근의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에서 29일(현지시간) 미국이 발표한 중동평화안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나치스트와 시오니스트로 조롱하는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0.01.29 kckim100@newspim.com

여기에 붙은 '현실적인' 이라는 수식어는 정착촌은 이미 이스라엘 영토나 다름없고 예루살렘도 이스라엘이 통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의미다. 팔레스타인은 어차피 이를 되찾을 힘이 없으니 이제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면 500억 달러를 지원해주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이다. 기존의 합의와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말하는 두 국가 해법은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오슬로 협정에서 합의한 두 국가 해법도 아닌 듯하다. 트럼프와 같은 일방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도 팔레스타인이 현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미국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들이 '두 국가 해법'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말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나라도 없다.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그저 당사자들끼리 어떻게든 타협하라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평화를 내세우며 정의로운 척 하지만 실상은 모두가 비겁하다.

이번 팔레스타인 유엔 회원국 가입 권고 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한 것은 분명 중대한 진전이다. 하지만 한국도 아직 입으로만 평화를 외치는 비겁한 국제사회의 대열에 있을 뿐이다. 한국이 중동 평화구상을 내놓을 처지는 물론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보다 선명한 태도를 취하기를 바란다.

[텔아비브 로이터=뉴스핌]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3.10.18 koinwon@newspim.com

특히 국제법을 위반한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에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무력 점령지에 불법으로 정착촌을 건설하고 영토로 삼으려는 것은 한국 정부가 국제분쟁에서 줄곧 비난해왔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의 명백한 실제 사례다.

한 가지 더 있다. 한국은 2020년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실적인 두 국가 해법'을 내놨을때 "미국의 노력을 평가하며 이-팔 문제가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바란다"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던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을 환영하는 정부 논평이 나온 것은 트럼프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낯이 뜨거운 일이다. 이번 팔레스타인 결의안에 찬성하는 결기를 보인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세계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린 당시의 행태에 대해서는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겠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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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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