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명 대변 분석해 자폐스펙트럼 임상 양상 차이 확인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팀이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자 249명을 포함해 총 456명을 분석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균종이 자폐스펙트럼의 중증도를 가르고 임상 양상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어렵고, 반복 행동 및 소화기계 증상까지 다양한 양상을 동반하는 복합적인 질환이다. 흔히 임신 중기 뇌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부 아동의 경우 환경적 요소가 중증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김효원 교수 |
체내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인 마이크로바이옴은 95% 이상이 장에 존재해 식이 등 환경적 요소와 관련이 있으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신경계 발달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교수팀은 마이크로바이옴과 자폐스펙트럼 장애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가설은 기존의 연구들로 제시된 바 있지만 아직 연구 간 이견이 있으며, 인종과 거주지에 따라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양상이 다를 수 있어 국내 환자 대상 연구가 필요했다.
교수팀은 국내 자폐스펙트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중 가장 큰 규모인 456명을 모집해 연구 참여자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장내 미생물 균종을 분류하고, 머신러닝으로 학습시켜 미생물 종류에 따른 자폐스펙트럼의 중증도 차이를 비교했다.
이중 249명은 평균 나이가 76.9개월인 자폐스펙트럼 장애 진단 환아였고, 106명은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아의 형제자매였으며, 101명은 일반 대조군이었다.
연구 결과, 자폐스펙트럼 장애군과 비교군 사이에 유의미한 장내 미생물 균종 차이가 발견됐으며, 자폐스펙트럼 장애군 내에서도 장내 미생물 균종에 따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지고 이에 따라 자폐스펙트럼 양상에도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군에서 메가모나스(Megamonas), 인테스티니박터 바틀레티(Intestinibacter bartlettii) 등이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비피도박테리움 롱검(Bifidobacterium longum)이 풍부할수록 자폐스펙트럼 중증도가 낮았다. 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은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해 자폐스펙트럼 증상을 완화한다고 동물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는 미생물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 균종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어진 자폐스펙트럼 장애군의 중증도를 비교해보니 장내 미생물의 성숙이 느린 그룹은 사회성과 자조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사회성과 자조능력이 낮은 그룹에서 연쇄상구균의 한 종류인 스트렙토코커스 살리바리우스(Streptococcus Salivarus)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을 분석해 장내 미생물 균종에 따라 환자의 자폐스펙트럼 임상 양상이나 경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자폐스펙트럼은 개인별로 임상 양상이 다양해 특정 환자의 경과 발달을 예측하기가 어려운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장내미생물 군집을 조절해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경과를 예측하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추가 연구 진행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CJ바이오사이언스 천종식 대표와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연구 저널(Psychiatry Research, 인용지수 11.3)에 최근 게재됐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