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야당 압승...정부·여당 정책 수정 불가피
메가시티, 임대차법, 전세사기대책 등 혼선 예고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윤석열 정부 3년차에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야권이 190석 가까이 차지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의 주요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포와 하남 등을 서울에 편입시켜 메가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해 전세사기대책,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의무 폐지 등 주요 현안에서 정책적 방향 선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기조가 바뀔 상황인 만큼 시장 혼란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4·10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부동산 활황 대책이 힘을 잃을 것으로 관측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새벽 인천 계양구 선거캠프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우선 국민의힘이 야심차게 내놓은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계획안은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가 지난해 10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교통 대책 간담회에서 공개하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뉴시티 특위를 발족하고 당론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김포와 하남, 구리 등 서울 인접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서울시 편입 대상으로 거론됐던 경기 김포시와 고양시, 하남시 등에서 단 한 석의 지역구도 얻어내지 못하는 참패를 겪은 만큼 '메가시티 서울'이 강하게 추진되긴 어려울 공산이 크다. 더욱이 민주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메가시티 서울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한 바 있다.
전세사기 대응에서는 국민의힘이 제안하던 기존 특별법의 원활한 추진보다는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먼저 구제하고 이후 악성임대인으로부터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하는 '선구제 후구상'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선구제 후구상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을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통령 거부권 발동이 예상됐지만 이번 총선 참패로 인해 거부권 행사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폐지도 어렵게 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기본 임대차 계약 기간 2년을 살고 한 차례 연장해 최소 4년의 거주를 보장하는 제도다. 재계약시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돼 임대인이 보증금을 연 5% 이내로 올릴 수 있다. 매맷값과 전셋값이 치솟자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임대인들이 임대차법 시행에 매물을 거둬들여 전셋값이 오르고, 갱신청구권을 쓴 매물과 신규 매물 간 '이중 가격'이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이에 여당은 임대차법 손질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법률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폐지안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기존 임대차법을 유지하면서 임차인등록제를 도입해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의무 폐지도 난항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3 대책 당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도 법 개정을 통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갭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반대에 장기간 국회에 계류됐다. 이후 완전 폐지 대신 일단 3년 유예로 여야가 합의한 상태다. 총선 이후 실거주의무 폐지를 재추진하려던 계획이 총선 완패로 무산될 여지가 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소야대'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부동산 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 결과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던 정책이 수정될 것으로 보여 시장 혼선도 일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