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1년 6개월 선고받아
결심공판 비교해서 형량 줄어
"해성운수 대표, 사과 한마디 없어…항소할 것"
"택시 완전월급제 정착에도 힘쓰겠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택시기사 고 방영환 씨를 폭행 및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택시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 구형에 비해서는 형량이 줄어 방영환열사대책위원회는 제2, 제3의 방영환 씨를 만들지 않겠다며 항소 의향을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최선상 판사는 28일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해성운수 대표 정모 씨의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반복된 피고인의 분쟁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범죄 사실을 대부분 부인하면서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방영환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故 방영환 씨는 지난해 9월 26일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시위를 하다 분신해 숨졌다. 2024.02.27 choipix16@newspim.com |
다만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범죄사실 불법 자체가 무겁지 않고, 생전 제기한 구제신청 민사소송 등이 인용되지 않은 사유를 고려할 때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에게 지우기는 적당하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방영환열사대책위원회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정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데 비해 형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방영환 씨의 딸 희원 씨는 "우리 아버지가 몇년 동안 고생한 걸 생각하면 1년 6개월은 너무 가벼운 형"이라며 "아직도 해성운수 대표는 우리 아버지 앞에 사과 한마디 안하고 있다. 좀더 중대한 형이 내려져서 반성하는 날이 올 때까지 싸우겠다"며 울먹였다.
황규수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사건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범죄"라며 "헌법에는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피고인은 노동조합을 한다는 이유로 폭행, 협박, 모욕, 명예훼손, 해고, 임금체불 등 온갖 범죄들을 다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방영환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영결식에서 방영환 씨 딸 방희원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故 방영환 씨는 지난해 9월 26일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시위를 하다 분신해 숨졌다. 2024.02.27 choipix16@newspim.com |
방영환열사대책위원회는 방 씨를 죽음으로 내몬 택시 완전월급제 정착을 요구하고 나섰다. 택시 완전월급제는 주 40시간 최저임금을 넘는 수준의 월급을 지급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하루 수입 중 일정 부분만 회사에 떼어주고 나머지 수입을 가져가는 '사납금제'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하기 때문이었다.
완전월급제는 지난 2021년부터 서울시에서 시행됐지만, 현재로서는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방 씨는 지난 2022년 회사에 복직한 후 사납금제와 유사한 임금체계를 담은 근로계약서를 받은 바 있다.
완전월급제는 오는 8월부터 서울을 넘어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택시지부에서는 지자체에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현재 판결이 택시 회사 사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한편 정씨는 해성운수의 부당해고와 임금체불에 항의해 1인 시위를 벌인 방 씨를 폭행하고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3월 24일 시위 중인 방씨의 턱을 손으로 밀치고, 4월 10일에는 방씨와 함께 집회 중이던 노동당 당원 등에 폭언과 욕설을 했다. 또한 그해 8월 24일 시위 중인 방씨에게 화분을 던지려고 위협하는 등 집회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방씨는 지난해 9월 26일 회사 앞 도로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고,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분신 열흘 만인 지난해 10월 6일 숨졌다. 그의 장례는 숨진 지 142일 만인 올해 2월 27일에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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