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모녀 측 지지…우호 지분 '박빙'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OCI 그룹 통합'을 두고 모녀와 장·차남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운명이 소액주주 표심에 결정될 전망이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모녀와 형제 측의 우호지분 차이는 약 2%포인트 수준의 박빙인 상황이다.
임주현 한미 부회장은 OCI와의 통합을 통해 상속세 문제와 오버행 이슈를 해결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시총 200조'와 '1조원 투자 유치'를 자신했다.
양측 모두 그룹의 미래를 위한 주주들의 선택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어느 곳을 향할지 주목된다.
◆ 모녀 42.67% vs 형제 40.57%…소액주주 표심 '관건'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오전 9시 경기도 화성시 SINTEX관에서 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회 선임안을 상정한다.
모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제안안 한미사이언스 측 이사회 후보 6명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제안한 후보 5명이 이사회 진입을 위한 표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양측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모녀 측 ▲송영숙 회장 11.66% ▲임주현 부회장 10.2% ▲친족 및 재단 13.15% ▲국민연금 7.66%다. 형제 측은 ▲임종윤 9.91% ▲임종훈 10.56% ▲배우자·자녀 및 디엑스앤브이엑스 7.95%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12.15%다. 2% 포인트 차이로 모녀 측이 앞서고 있지만 박빙인 상황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소액주주 지분율은 17%로 추산된다. 주주총회 현장에 직접 가기 어려운 주주들은 의결권 위임과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양측은 의결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대리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지난 26일 한미사이언스 공익 법인인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의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모녀 측 편에 서자 선언적 의미의 법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을 신청했더라도 재단 측의 의결권 행사는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모녀 측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의 의결권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된다는 주장은 각 재단 이사회 구성원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두 재단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해당 안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개인주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활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글로벌 빅파마 vs 1조원 투자 유치
양측은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각기 다른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송영숙 회장으로부터 후계자로 지목된 데 이어 승진한 임주현 부회장은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OCI와의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임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딜은 저희가 빅파마와 수준을 같이하면서 임상을 끝까지 이끌어 나가고 주요 메이저 시장에서 인허가까지 득하는 계기를 만들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성기 선대회장이 돌아가신 후 한미사이언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리스크는 '오버행 이슈'였음을 지적하며 "현실적인 상속세 문제를 타개하고 한미그룹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식으로 OCI와의 통합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 부회장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비만·당뇨치료제 및 항암 R&D에 주력하며 '신약 개발'이라는 한미의 DNA를 지키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1조원 투자를 유치해 한미를 바이오의약품 100개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 FKI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50개 화학약품 만든 한미약품이라면 100개 바이오시밀러를 만들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미를 시가총액 200조원을 달성할 수 있는 한국의 론자로 키우겠다"고 자신했다.
임 사장은 의약품 수탁 제조개발(CDO)과 임상수탁(CRO) 사업을 미래 성장 원동력으로 제시하며 다품종 소량 바이오의약품 수탁 개발을 표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