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과수술 수가 다른 국가들 대비 최저 수준
'값싼' 전공의로 저수가 벌충해온 병원들 적자 위기
저출산 따른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인프라 붕괴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의료계는 필수·지역의료 붕괴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저수가' 문제를 거론해왔다. 의사 수를 아무리 늘려도 의료계가 주장하는 '적정 수가'가 책정되지 않는다면 늘어난 의사가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돼 왔다.
수가(酬價)란 어떠한 의료 행위에 대한 보수로 주는 대가를 가리킨다. 문제는 필수의료에 대한 의사 행위료가 다른 나라 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낮은 의사들의 행위료 책정은 병의원의 경영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로 연계된다는 것이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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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임금으로 필수의료 저수가 부족분을 메우던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은 결국에는 병원의 경영 구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예견도 나왔다. 이제껏 '싸게' 사용해왔던 필수의료 인프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외과수술 수가 다른 나라와 비교 시 최저수준
영국의 건강보험회사 'iFHP'가 2022년에 발표한 국제의료비용비교보고서(International Health Cost Comparison Report)에 따르면 2019년도 기준(당해년도 평균환율 적용) 각국의 외과 의료행위 거의 대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수가는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우회술의 경우 한국을 제외한 11개 국가 중, 미국이 가장 높은 7만 6385달러였다. 그 뒤를 이어 뉴질랜드(3만 6516달러), 그리스(3만 3584달러), 스위스(3만 3199달러) 순으로 높았다. 한국에서 관상동맥우회술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되는 환자 1인당 비용은 7323달러로 카자흐스탄(8361달러)보다 낮은 최저 금액이었다.
담낭절제술의 경우 미국이 1만 6287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스위스(7948달러), 그리스(7713달러), 뉴질랜드(6978달러) 순으로 조사됐다. 가장 비용이 낮은 국가는 카자흐스탄으로 평균 비용이 679달러로 조사됐다. 한국은 이보다는 높은 1147달러로 나타났다.
충수절제술(맹장 수술)의 경우 미국은 1만 3260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스위스(6992달러), 그리스(6860달러), 뉴질랜드(6552달러)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413달러로 최하위였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맹장 수술의 경우 의사의 행위료 책정은 7만 5000원 정도이다. 실제 40~50만원이 공단으로부터 지급되지만 행위료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건물 임대료나 직원 인건비로 지출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맹장수술이 연간 8만 건 정도 일어나는데, 외과 전문의가 9000여명이다. 가장 많이 진행되는 게 맹장수술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수술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으니 외과 전문의 절반은 통증치료, 물리치료, 미용성형 등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 "대학병원의 경우 저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전공의 너무 많이 생산해서 저임금으로 수익 부족분을 벌충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은 대학병원이 전공의가 하나도 없어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저임금 의료인력에 대한 적정 보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 현재) 대형 병원들의 경우에는 수입 자체가 반 토막 이상이 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 자료를 공개할 병원은 없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전공의를 모두 동원해서 입원실을 90% 이상 운영해야 간신히 수익이 나온다. 그런데 입원 병실이 차 있는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싸고 좋은 것은 세상에 없어" 인프라 유지하려면 비용 늘려야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경우 기존 저수가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저출산에 따른 환자 수 감소의 영향을 받아 경영이 더욱 힘들어졌다. 낮은 수가로 박리다매로 유지되던 의료 인프라가 저출산에 의한 사회구조 변화에 의해 더 이상은 유지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손용규 원장(지에프소아청소년과의원)은 "소아과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는 것과, 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 그리고 환자 보호자들의 의사에 대한 낮은 인식과 걸핏하면 걸리는 법적 분쟁문제"라며 "대한민국의 의료보험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그러나 싸고 좋은 것은 세상에 없다. 이는 의료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라고 소아과 의사들이 소아과를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손 원장은 "소아과는 진찰비가 대부분으로 다른 행위료가 거의 없다"면서 "과거 출산율이 높았을 때는 수가가 낮았어도 환자를 100~150명씩 많이 봤다. 그런데 출산율이 떨어지니 현재는 의사 당 평균 50~60명을 진료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 원장은 "소아과 진료 수가가 1만 5000원 정도이다. 60명을 하루에 진료한다고 치면, 한 달에 대략 2300여만원의 진찰료를 환자 보호자와 건보공단으로부터 지급받는다. 간호사 2명을 고용하면 인건비가 600만원 이상이 지출되고, 제가 있는 지역은 임대료가 1000만원인 경우도 흔하다. 그 외에 잡비용과 세금을 빼고 나면 실제로 의사가 가져가는 수입은 400~500만원 수준"이라고 상설했다.
산부인과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자연분만 비용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19년 기준 자연분만 수가는 미국이 7500달러, 스위스가 5634달러, 그리스가 4729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1342달러로 조사됐다. 미국의 6분의 1, 스위스와 그리스의 약 4분의 1 수준인 것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지방 도시 신생아 출산은 편차가 있지만 월 50명씩 줄고 있다. 즉 병원들도 50건씩 분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며 "파이가 줄어드는 만큼 연동해서 필수의료 수가를 보상해주지 않으면 분만 인프라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선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한 번 사라진 분만 인프라는 재건되지 않는다"면서 "이번에 대량으로 사직한 전공의들도 산부인과의 경우 복귀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향후에도 산부인과에는 들어올 사람이 없어 과 자체가 폐과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