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수입량, 작년 하반기 감소세로 전환
K위스키 개발 중단하고 수입사 구조조정도
와인·위스키도 시들...'데킬라' 등 주종 확대 움직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고공행진하던 위스키 열풍이 최근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엔데믹 전환 직후 침체기에 접어든 와인에 이어 위스키까지 전성기 대비 인기가 한풀 꺾인 것이다. 업체들도 위스키 사업 부문의 몸집을 줄이고 데킬라 등 새로운 주종을 내세우는 등 한층 빨라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최근 위스키 신사업 전담조직인 'W비즈니스'를 해체하고 기존 추진하던 'K위스키 개발'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신사업인 위스키 대신 기존 주력인 와인을 강화해 수익성 확보에 나서기 위한 것이다.
앞서 신세계L&B는 지난 2021년 위스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자 한국형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K위스키 개발'에 착수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제주도에 증류소 설립 및 위스키 개발을 추진하고 제주 위스키, 탐라 위스키 등 위스키 상표 14종의 상표를 출원하는 등 K위스키 개발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2년 만에 해당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한 것이다.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인 와인 시장의 침체로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규모가 적지 않은 위스키 신사업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된 까닭이다. 관련해 신세계L&B는 지난해 3분기 말까지 1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조니워커 위스키. [사진=디아지오코리아] |
위스키 조니워커 등을 수입하는 디아지오코리아도 최근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재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조기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위스키 인기에 힘입어 기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윈저'를 떼어내고도 지난해 15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 성장을 이룬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스키 시장이 흔들리자 빠르게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까지 고공행진 하던 위스키 소비는 최근 들어 사실상 꺾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위스키류 수입량은 7884t(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1만1426t 대비 31%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하반기부터 이같은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속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몰이했던 와인의 경우도 2021년 연간 최대 수입량인 7만6575t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년 연속 수입량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류업체들은 와인·위스키 시장 감소 추세에 맞춰 데킬라, 코냑 등 새로운 주종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데킬라의 경우 최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주종이다. 글로벌 시장의 와인·위스키 인기가 국내로 옮겨온 것처럼 데킬라도 국내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달 14일 데킬라 브랜드 '코모스' 2종을 국내에 론칭했다. 코모스는 미국 주류전문잡지 '더 테이스팅 패널 매거진'에서 데킬라 최초로 100점을 받은 고급 데킬라 브랜드다. 코모스는 미국 주류전문잡지 '더 테이스팅 패널 매거진'에서 데킬라 최초로 100점을 받은 고급 데킬라 브랜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프랑스 코냑 제조사 '하디'와 손잡고 코냑 제품 5종을 국내에 들여왔다.
막걸리 제조사 국순당도 지난 16일 모델 캔달 제너가 2021년에 내놓은 데킬라 브랜드 '818 데킬라'를 국내에 공식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더현대 서울에 818데킬라 팝업스토어를 열고 대대적 마케팅에도 나선 상태다.
디아지오 또한 지난해 9월 럭셔리 데킬라 브랜드 '돈 훌리오 1942'를 국내에 선보였다. 돈 훌리오 1942'는 창시자 돈 훌리오 곤잘레스(Don Julio Gonzalez)가 데킬라 제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출시한 데킬라 브랜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킬라는 미국에서 뜨고 있는 주종인데 최근 한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속도로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주류 트렌드가 빠르게 교체되는 양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수입 비용이 높아진 위스키 대신 유사한 다른 주종으로 라인업을 넓혀 관련 수요를 이어가려는 계산도 녹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