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오스카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수상에 도전한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서양에는 생소한 '인연'을 이야기한다.
셀린 송 감독은 6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패스트 라이브즈'의 오는 3월 6일 한국 개봉과 10일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2개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소감을 얘기했다. 이 작품은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투자배급한 영화로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선정됐다.
"이 영화의 작가이자 감독을 맡은 셀린 송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12살까지 자란 한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어 영광이고 기쁩니다. 작년에 선댄스 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됐는데 거의 1년이 넘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알아봐주시고 투표도 해주셔서 아카데미에 정말 감사해요. 정말 믿기 어렵고 영광스럽습니다. 데뷔작으로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게 감동적이고 놀랍고 행복합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 [사진=CJ ENM] |
셀린 송 감독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비교적 올바른 한국어를 구사하며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영화에 담긴 '인연'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동양에서는 익숙하지만 서양에서는 낯선 아이디어를 택하게 된 이유를 얘기했다.
"인연이라는 말을 한국에서는 다 알고 있지만 여기 대부분 사람들은 뭔지 몰라요. 인연을 모르던 사람들이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는 걸 보면서 정말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사실 자전적인 이야기인데 어린 시절에 알던 친구와 제 남편이 뉴욕의 한 술집에서 만난 적이 있었어요. 둘이 말이 안통하는데 제가 가운데서 통역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보니 언어와 문화를 전달해주는 동시에 제 안에 있는 저의 역사와 스토리를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저의 과거랑 현재랑 미래가 한 방에 같이 앉아 있는 느낌이었죠. 그런 부분을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것 같아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됐습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패스트 라이브즈'를 선보였지만 3월 6일 고국인 한국에서 개봉하는 소감이 남다를 법했다. 셀린 송 감독의 아버지 송능한 감독 역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활동한 한국의 영화 감독 출신이었다.
"한국에서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계셔서 정말 감사하고 꿈만 같아요. CJ ENM이 여기서도, 한국에서도 잘 서포트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런 이야기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리는 게 굉장히 떨리고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오스카 노미네이트 소식을 듣고 정말 아버지께서 놀라고 기뻐하셨어요. 저를 정말 자랑스러워하셔서 기뻤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 [사진=CJ ENM] |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연을 맡은 유태오의 캐스팅 일화도 들려줬다. 셀린 송 감독은 유태오가 변화에 진심으로 열려있고, 능숙한 배우라서 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최우식을 좋게 봤다는 그는 무엇보다도 '기생충' 덕분에 오늘 같은 날이 있다고도 얘기했다.
"유태오 씨와 일해서 정말 재밌었고 좋은 작업이었죠. 잘 봐주시겠지만 저는 정말 잘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태우 배우랑 일을 하게 된 게 정말 즐겁고 정말 일하는 것도 너무 재밌었고 너무 잘하는 너무 잘 보셔야 되겠지만 저는 너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최우식 씨를 '기생충'에서 봤는데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고, 지금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K콘텐츠의 발전 뒤엔 '기생충'이 있다고 봐요. 영어 자막, 또 유럽권에서 자막을 통해 우리 나라의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줬죠. K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길 열어준 거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셀린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가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권에서 '인연'이라는 소재로 호응을 이끈 것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는 무엇인지는 모르더라도 '인연'이 매우 보편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통했다고 봤다.
"인연은 그냥 지나가는 관계일 수도 있고 굉장히 깊고 특별한 관계일 수도, 지나가지만 특별하고 깊은 관계일 수도 있죠. 이 영화를 같이 만든 모든 사람들하고 굉장히 깊은 인연일 수 있어요. 꼭 인연이 한 가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가 이유 없이 누군가하고 대화를 할 때 이 사람하고는 말이 통한다,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관계는 문화나 언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그런 그런 느낌을 가질 수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보편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제겐 이 작품이 데뷔작이고, 첫 영화여서 정말 너무 영광스러운 시작을 하게 됐다고 생각해요. 평생 영화를 만들 거거든요. 첫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랍고 신나고 영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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