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탁 중심 생산성 한계 원인
약사단체 대체조제 절차 개선 요구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매년 겨울철마다 감기약 품절 사태가 반복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약품 생산성 문제가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실행 가능한 해결책으로 '성분명 처방'이 제시되고 있지만 각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서울 시내 한 약국의 모습. 2022.04.06 hwang@newspim.com |
31일 의약계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철마다 일부 감기약과 기침 가래약 등의 수요가 늘면서 수급 불안정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감기약 품귀 현상은 좀 나아졌으나 항생제나 기침 가래약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약품이 많이 부족할 때는 병원에 양해를 구해 다른 약으로 처방을 부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식약처는 제약사들이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정보를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에 즉시 보고하도록 정보보고 체계를 개선했으나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약사 B씨는 "의사들이 약을 처방할 때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에 올라온 의약품 부족 정보를 참고해 다른 약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처방은 기존대로 한다"며 "약국은 여전히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의약계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은 지속되던 문제로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상황이 증폭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의약품 제조 설비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특정 질병의 유행으로 수요가 급증하면 품절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2년에는 제조사의 원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변비약 '마그밀'의 품절 대란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소아 중증 질환에 필요한 필수 의약품들이 품절돼 치료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한 의약계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 생산시설이 한정적이라 위수탁 생산을 많이 한다"며 "수탁사는 설비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위탁 계약이 우선이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난 특정 의약품을 더 생산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또한 지난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약품 품절 대란의 가장 큰 이유로 생산성 문제를 꼽았다.
노 회장은 "의약품 대란의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생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료의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는 점, 유통상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산업체에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여러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의약품 제조·유통협회 등으로 구성된 '의약품 수급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며 균등 분배, 약가 인상 등의 대응조치를 시행했지만 수급 불안정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약사단체는 의약품 문제 해결을 위해 성분명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의약품들은 제네릭(복제약)이 있기 때문에 약품명이 아닌 성분명 처방 제도를 도입하면 대체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단체 등 관련 단체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로 합의가 필요해 기존에 있는 '대체조제 제도'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이 부족할 경우 약사가 의사가 처방한 약과 동등한 약효를 갖고 있다고 증명된 다른 약을 조제할 수 있는 대체조제 제도가 있으나 이를 의사에게 알려야 하는 절차 탓에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대체조제 사실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는 식으로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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