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극단적 정치 성향 빠져 이 대표 향한 적대감 키워
70대 공범도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
"장기간 계획하에 정치인 살해하려 한 테러범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혐의를 받는 김모(66) 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해 그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고, 그의 범행을 도운 공범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상진 제1차장검사)은 29일 김씨를 살인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공범 A씨(75)를 살인미수 방조,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부산=뉴스핌] 남경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습한 피의자 김모(60대)씨가 4일 오후 1시10분께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4.01.04. |
공인중개사인 김씨는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소재 대항전망대에서 이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은 김씨의 범행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였다고 판단하고 폭력에 의한 선거 자유의 방해를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237조도 적용했다.
검찰은 김씨의 가족, 퇴직한 직장동료 및 현재 교류하는 주변인 등 조사을 조사하고, 과거 근무지 근무 자료나 계좌내역 및 세무신고 자료 등 분석, 통합심리분석 등 광범위한 증거 수집을 통해 그의 범행동기 형성 과정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5년부터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연고가 없는 곳에서 혼자 생활하며 극단적인 정치 성향에 빠져들었고, 이 대표를 종북세력을 주도하는 정치인으로 보고 적대감을 느끼게 됐다.
이후 김씨는 2019년부터 공인중개사 영업 부진, 주식투자 손실, 사무실 임대료연체, 그 외 채무 등으로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심근경색 등 건강 악화와 이혼 등 개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제22대 총선에서 이 대표 주도로 종북세력이 공천을 받아 의석수를 확보해 이를 토대로 그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적화될 것이므로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또 이 대표에 대한 형사재판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그를 살해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범행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 동작을 연습하거나 그의 일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우선 김씨는 이 대표를 살해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목을 칼로 찌르는 방법이라고 판단해 범행에 사용할 칼을 물색했으며, 과도는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판단해 지난해 4월 충격에도 파손되지 않을 등산용 칼(전체길이 18cm, 칼날길이 13cm)을 구입했다.
김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등산용 흉기의 살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흉기를 장기간 숫돌·칼갈이에 갈아 양날을 뾰족하게 연마했으며, 손잡이 부분을 제거하고 흰색 테이프로 감아 변형·개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씨는 흉기로 찌르는 동작을 연습하고 책과 나무판자 등에 찌르는 연습을 하다가, 지난해 9월부터 사무실 인근 화단에 있는 나무둥치의 사람 목 높이 정도 부분에 목도리를 고정한 후 흉기로 찌르는 연습까지 했다.
특히 그는 이 대표를 만나는 상황을 가정해 그를 향해 자연스럽게 인사한 뒤 고개를 들면서 기습적으로 목 부위를 찌르는 연습을 반복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부산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에게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2024.01.02 mironj19@newspim.com |
김씨는 지난해 6월 초 부산 서면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반대 규탄대회', 같은 해 7월 초 서울 중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대회', 같은 해 12월 중순 부산 수영구에서 열린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현 장간담회' 등에 참석해 총 4회에 걸쳐 범행 기회를 엿봤으나 경호 등의 이유로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범행 전날 양산 평산마을에서도 이 대표를 살해할 기회를 노렸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범행을 한 차례 더 미루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 대표를 따라 부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김씨는 다음날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이 대표에게 다가가 흉기로 목을 찔렀다.
서울대병원 의무기록 및 자문 회신에 따르면 이 대표의 상처 부위는 좌측 목빗근 위 길이 1.4㎝의 자상으로, 상처 깊이는 2~2.5cm였다. 근육을 뚫고 근육 내 동맥이 잘려있었으며, 근육 아래 내경정맥의 앞부분이 9mm 정도가 예리하게 잘려져 혈관재건술 시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흉기가 조금만 더 깊이 또는 중심부로 들어갔다면 경동맥이 손상돼 사망 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김씨의 범행을 도운 임대업자 A씨도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겼다. A씨는 김씨의 살인 계획을 인지한 상태에서 김씨의 범행 이유를 기재한 메모를 그의 부탁에 따라 언론매체 및 가족 등에게 발송하기로 승낙하고, 김씨의 범행 후 실제 가족 등에게 발송해 그의 범행을 용이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씨와 A씨를 대질조사하고, 지인 등 참고인 조사, 통신내역·휴대폰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A씨가 김씨와 같은 지역에 살며 본인 소유 부동산 임대차 중개 등을 매개로 가깝게 지내면서 그의 범행을 도운 사실을 확인했다.
또 검찰은 범행의 배후나 추가 공범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김씨의 지인, 차량동승자 등 관련자 전원을 조사하고, 관련자들의 정당 가입자료, 휴대폰 저장자료, 블랙박스 영상, 통화내역(발신, 역발신) 분석 등 전면 수사를 진행했으나 A씨 외 추가 공범이나 배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장기간에 걸친 계획하에 흉기를 이용해 정치인을 살해하려 한 정치적 테러 범죄이며 선거의 자유를 폭력으로 방해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적으로 수행하는 정치활동을 위축시켜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모방범죄까지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향후 특수팀이 직접 공소유지를 전담해 김씨 등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