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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직권남용 성립해도 양승태 47개 혐의 무죄"…법원 판단 근거는

기사입력 : 2024년01월26일 23:05

최종수정 : 2024년01월26일 23:05

재판부, 4시간30분간 "범죄 증명 없다" 무죄 선고
핵심 실무자 임종헌·이규진 일부 직권남용 인정
"양승태 등 지휘부 공모·지시·가담 증거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기소된 양승태(76·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7·12기)·고영한(69·11기) 전 대법관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9년 2월 기소 이후 4년11개월 만에 나온 판단으로 법원은 이례적으로 4시간27분 동안 선고를 진행하며 총 4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결론지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 대한 1심 선고를 열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승태 사법부'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등 재판개입 혐의에 대해 대부분 "사법행정권자인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재판에 개입할 일반적 직무권한이 인정되지 않아 직권을 행사,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1.26 leemario@newspim.com

임종헌 일부 직권남용 판단에도…"공모 증거 부족"

다만 핵심 실무자로 꼽히는 임종헌(65·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관련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규진(62·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일부 직권 행사가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재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한 혐의와 관련해 "이 전 상임위원의 일부 직권남용이 인정되나 피고인들이 공모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재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최희준 부장판사를 통해 헌법재판관 보고서, 평의 결과, 결정문 초고 등을 전달받았는데 이는 대법원장으로부터 헌법 및 헌재 관련 직무 권한을 부여받은 이 전 상임위원이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때'에 해당해 직권남용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헌재 내부 정보 입수를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 전 상임위원의 직권남용을 인식하면서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을 넘어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에게 법원행정처 입장을 담당 재판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면서도 "결과적으로 해당 재판부에 전달된 사실이 없어 권리행사가 방해됐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뉴스핌DB]

재판부는 또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방안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법관의 표현의 자유 및 연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지시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설령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해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가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공무원이 직권을 행사,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더라도 마지막 단계에서 '윗선'의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임종헌, 내달 1심 선고…결론 주목

이날 법원이 임 전 차장의 일부 직권남용을 인정하면서 내달로 예정된 임 전 차장의 1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는 오는 2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1심 선고를 진행한다.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한 상태다. 

현재까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법관 중 유죄가 인정된 사례는 이 전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이규진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뿐이다.

이들과 함께 재판받았던 방창현 부장판사와 심상철 전 법원장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또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신광렬·성창호·이태종 전 부장판사 및 조의연 부장판사는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2022년 각각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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