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등 사회문제 외면하면 기업 도태"
'역대급 위기' 한목소리...기회로 바꾸자
기술 키워드는 단연 '생성형 AI'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재계 리더들이 신년사를 통해 기업 성장은 물론,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까지 내비쳤다. 과거 소속 기업이나 그룹의 연간 전략 중심의 신년사에서 탈피해 국가 사회적 문제, 나아가 인류 전체의 문제에서도 기업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고민을 신년사에도 담았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와 기업 대표들은 임직원 등에게 전하는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경쟁력 확보와 함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표적인 것이 탄소로 대표되는 기후위기, 저출산, 기술발전에 따른 불평등 등이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는 순간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경제 단체장,기업 회장 등과 박수를 치고 있다.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문우리 포티파이 대표.[사진=대통령실] 2024.01.02 photo@newspim.com |
◆ "저출산, 기후위기 등 사회문제 고민해야 성장 가능"
대표적인 인물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신년사에서 "저출산, 생산인구의 감소, 지역소멸 위기, 산업 노후화, 기후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놓여있다"며 "대한상의가 기업들을 중심으로 산관학이 모여 경제 솔루션을 논의하는 '지역 플랫폼'을 만들고, 저성장, 인구소멸, 규제 등 복합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낼 '솔루션 패키지'를 발굴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SK그룹 임직원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에서도 "급변하는 지정학 환경 속에서도 전세계 많은 나라들은 국력과 크기에 상관없이 에너지와 기후위기, 디지털, 질병, 빈곤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우리에게 더 큰 신뢰를 보낼 것이며 지속 성장하는 공존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은 그린에너지, AI·디지털, 바이오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며 "우리의 장점과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토털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역시 "전사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수익성 개선과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바이오연료,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과 같은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나아가 수소, CCUS, White Bio 등 저탄소 영역에서 규모 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 부회장은 특히 "과거에 없던 인구 구조와 세대 변화로 소비자가 달라지고 있는 시기"라며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의 발굴이 더욱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역대급 위기', 본원적 경쟁력 확보해 기회로 만들어야"
리더들은 입을 모아 '역대급 위기'를 외쳤다. 그러면서 항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한국 경제와 재계의 저력을 믿는다면서, 이를 위해 협력과 혁신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류가 직면한 인구 변화와 기후 문제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글로벌 복합 위기 속 대처에 따라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도 좌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각 사업 영역에서의 핵심 역량 고도화 ▲차별화된 가치 위한 사업 구조 개편 ▲'인공지능(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위한 사업 혁신 ▲창의적이고 실행력이 강한 조직문화 구축 등을 주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위기 극복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을 내세웠다.
구 회장은 "지난 5년간 고객가치 혁신을 위해 노력하며 높아진 역량만큼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모든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객경험 혁신을 이야기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의 고객경험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가치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한 클릭의 격차(ONE LESS CLICK)'를 화두로 제시했다. 신세계그룹과 고객 사이의 간격을 한 클릭 줄이는 것이 본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첫 걸음이 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기존의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그룹 전체의 효율과 시너지의 핵심이 'ONE LESS CLICK'인만큼 이를 업무 방식의 전반에서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달라"고 주문했다.
◆ 기술부문 키워드는 'AI'…"미래 체인저 되자"
신년사에서 나타난 기술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손안의 AI' 시대를 열 전망이고, 산업 곳곳에서 AI의 활용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기업 수장들은 하나같이 시대에 뒤쳐져지지 않고 미래를 선도하려면 관련 기술 확보와 투자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와 가장 관련이 깊은 삼성전자의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공동 신년사에서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AI ▲Eco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 등 '미래 변화 대응력'을 갖추길 당부했다. AI 이노베이션에 대해 "생성형 AI를 적용해 디바이스 사용 경험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업무에도 적극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가자"고 말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곽노정 사장 역시 "2023년은 원팀으로서 우리의 결속을 다지고 더 큰 미래를 향해 비상할 힘을 축적하는 기간이었다"며 "챗 GPT의 등장으로 개막한 인공지능(AI) 시대는 사회 전반의 큰 변화를 가져왔고, 모든 산업과 문화의 기반으로 자리잡게 된 AI는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HBM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은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통해 SK하이닉스는 AI 시대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이자 글로벌 AI 고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핵심플레이어로 자리잡다"면서 "하지만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기술개발과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AI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거의 모든 신년사에 AI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업종에 관계없이 각 기업 리더들은 AI가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물론 산업 지형도까지 바꾸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에 충실히 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jinebito@newspim.com